뉴욕 ICE 선물시장에서 아라비카(12월물)와 로부스타(11월물) 가격이 동반 상승했다. 12월물 아라비카는 전일 대비 2.28% (+8.60 센트) 오른 386.70센트/파운드에, 11월물 로부스타는 0.15% (+7달러) 오른 4,749달러/톤에 각각 마감했다.
2025년 9월 2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전날 기록한 3.5개월 최고치에는 못 미쳤지만, 최근 4주간 이어진 가파른 상승세가 재확인됐다. 시장 참가자들은 전 세계 커피 재고 감소와 브라질 주요 산지의 기상 악화를 핵심 호재로 꼽는다.
실제 ICE 로부스타 인증 재고는 8월 28일 6,552계약으로 1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날 ICE 모니터링 아라비카 재고도 71만 196가방으로 1년 3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민간 기상기관 소마르 메테오롤로지아(Somar Meteorologia)는 8월 23일 기준 브라질 최대 아라비카 산지 미나스제라이스(Minas Gerais) 주에 비가 전혀 내리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지난주 발생한 이례적 서리 피해(frost) 소식까지 전해지며 가격을 떠받쳤다.
1. 미국 수급 불안: 50% 관세 여파
미국 시장의 커피 공급도 빠듯해지고 있다. 미국 수입업자들이 브라질산 생두에 부과된 50% 관세를 이유로 신규 계약을 취소하면서다. 일반적으로 미국이 수입하는 원두의 3분의 1이 브라질산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관세 정책은 단기간에 미국 내 가용 물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 브라질 수출 감소
브라질 상무부는 8월 6일, 7월 생두 수출이 전년 대비 20.4% 감소한 16만 1,000톤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브라질 커피수출협회(Cecafe)는 7월 그린커피(볶지 않은 생두) 수출이 전년 대비 28% 줄어든 240만 가방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세부적으로 아라비카 수출이 21% 감소했고, 로부스타는 무려 49% 급감했다. 1∼7월 누적 수출도 2,220만 가방으로 21% 후퇴했다.
3. 수확 진척은 ‘하락 압력’ 요인
수확 속도 자체는 빠르다. 브라질 최대 커피 협동조합인 코옥스페(Cooxupe)는 8월 22일 기준 회원 농가의 2025/26 수확이 91.3% 완료됐다고 발표했다. 시장조사업체 사프라스&메르카도(Safras & Mercado)에 따르면 전체 브라질 커피 수확률은 8월 20일 기준 99%로, 지난해 같은 시점(98%)보다 높다. 로부스타는 이미 100% 수확을 마쳤고 아라비카도 98% 진행됐다. 이처럼 공급 물량이 단기간에 집중 출하될 가능성은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 투자자 경계심이 상존한다.
4. 글로벌 교역 흐름
국제커피기구(ICO)는 8월 6일, 6월 세계 커피 수출이 전년 대비 7.3% 증가한 1,169만 가방이라고 집계했다. 다만 2024년 10월부터 2025년 6월까지 누적 수출은 0.2% 감소한 1억 414만 가방으로, 연간 기준으로는 여전히 타이트한 흐름이 이어졌다.
5. 베트남, 가뭄 후폭풍
로부스타 최대 생산국 베트남도 변동성 요인이다. 2023/24 작황은 극심한 가뭄으로 생산량이 전년 대비 20% 줄어든 147만 2,000톤으로 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베트남 통계청은 2024년 커피 수출이 17.1% 감소한 135만 톤이라고 밝혔다. 한편 2024/25 생산 전망치는 3월 12일 베트남커피코코아협회(Vicofa)가 2,650만 가방으로 하향 조정했다(기존 2,800만 가방). 다만 2025년 1∼7월 수출은 6.9% 증가해 105만 톤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6. 장·단기 전망 엇갈려
미 농무부(USDA) 해외농업국(FAS)은 6월 25일 2025/26 시즌 세계 생산이 1억 7,868만 가방(전년 대비 2.5%↑)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라비카는 1.7% 감소하지만 로부스타가 7.9% 증가해 균형을 맞추리라는 분석이다. 브라질 생산은 0.5% 늘어난 6,500만 가방, 베트남은 6.9% 증가한 3,100만 가방을 예상했다. 이에 따라 2025/26 기말 재고도 4.9% 증가한 2,282만 가방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스위스 원두 트레이더 볼카페(Volcafe)는 2025/26 아라비카 공급 부족을 850만 가방으로 예측했다. 이는 2024/25(550만 가방 부족)보다 더 큰 적자이자 5년 연속 부족 국면이다. 두 기관 전망이 상반되면서 커피 시장의 중·장기 방향성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 아라비카(Arabica): 고지대에서 재배돼 산미와 향이 뛰어나며, 전 세계 프리미엄 커피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 로부스타(Robusta): 저지대에서 재배돼 카페인 함량이 높고 쓴맛이 강하다. 인스턴트커피나 에스프레소 블렌드에 주로 사용된다.
• ICE: Intercontinental Exchange의 약자로, 농산물·에너지·금리 등 파생상품이 거래되는 글로벌 선물거래소다.
전문가 진단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브라질 서리 피해 면적과 관세 문제에 따른 미국 수급 불안이 추가 랠리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중장기적으로는 브라질·베트남의 생산 회복과 기말 재고 확대 가능성이 상존해, 고점 추격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된다. 특히 볼카페의 공급 부족 전망과 USDA의 공급 과잉 전망이 극명하게 엇갈려, 향후 기상 변수·무역 정책·환율 흐름이 가격 방향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