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캘리포니아 EV 등록 급감
미국 전기차(EV) 시장을 선도해 온 테슬라(Tesla Inc.)가 자사의 최대 격전지 가운데 하나인 캘리포니아에서 뚜렷한 판매 둔화를 겪고 있다. 캘리포니아신차딜러협회(California New Car Dealers Association, CNCDA)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2분기(4~6월) 테슬라 차량 신규 등록 대수는 총 4만 1,138대로 전년 동기 5만 2,119대 대비 2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7월 22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수치는 테슬라가 지난 7개 분기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를 키운다. CNCDA는 “7이라는 숫자가 테슬라에 불운한 기호가 된 듯하다”며, 분기별 등록 대수가 7분기째 감소한 점을 언급했다.
테슬라의 실적 하락에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우선 일론 머스크(Elon Musk) 최고경영자(CEO)의 정치적 발언과 활동이 진보 성향이 강한 캘리포니아 소비자층과 충돌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머스크 CEO는 최근 몇 년간 연방정부 및 주정부 규제, 노동조합, 세금 정책 등에 공개적으로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이러한 행보는 주(州)의 환경 및 사회·거버넌스(ESG) 가치를 중시하는 고객층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1. 등록 대수(Registration)란 무엇인가?
등록 대수란 완성차 업체가 딜러를 통해 판매한 차량이 소비자 명의로 주(州) 차량국(DMV)에 최종 등록된 숫자를 뜻한다. 매출 인식 시점과 약간의 시차가 있으나, 시장 수요를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2. 세부 모델별 실적
이번 집계에서도 Model Y(크로스오버)와 Model 3(세단)은 올해 6월까지 캘리포니아 기준 ‘무배출·하이브리드(Zero Emission & Hybrid)’ 부문 판매 1·2위를 고수했다. 그러나 전체 전기차 점유율은 하이브리드 차량에 빠르게 잠식되고 있다. CNCDA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차량 등록은 올해 상반기 54% 급증해 시장 점유율 19.2%를 기록했다.
테슬라가 지난해 말부터 본격 생산에 나선 사이버트럭(Cybertruck)은 같은 기간 3,622대가 등록돼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사이버트럭 특유의 디자인과 고가 정책이 대중화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3. 경쟁사의 추격
테슬라뿐 아니라 다른 순수 전기차 스타트업도 비슷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리비안(Rivian Automotive)은 고급 전동 픽업 R1T와 SUV R1S를 내세우지만, 2분기 캘리포니아 등록이 28.6% 감소했다. 이는 전반적인 EV 수요 둔화와 충전 인프라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하이브리드 진영을 주도하는 토요타, 혼다 등 일본 완성차 업체는 연비와 합리적 가격을 내세워 판매량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전기·하이브리드 간 ‘총소유비용(TCO)’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한, 소비자들은 인프라 부담이 덜한 하이브리드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4. 시장·정책 변수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2035년부터 가솔린 신차 판매 전면 금지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전기차 판매세액공제, 충전 인프라 보조금 축소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소비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상 차량·배터리 요건이 강화되면서 테슬라를 포함한 EV 제조사는 원가 구조 개선 압박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테슬라는 2025년 하반기 신형 보급형 ‘Model 2’ 출시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FSD) 유료 구독 모델 확대 등으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지역별 맞춤형 가격 전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점유율 방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5. 전문가 시각
“테슬라는 기술·브랜드 파워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지만,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가격 경쟁과 충전 편의성이 관건이다. 장기적으로는 배터리 원가 하락과 인프라 확충이 동반돼야 재도약이 가능하다.” – CNCDA 관계자
월가에서는 전기차 채택률(EV Adoption Rate) 성장 둔화를 ‘EV 시장 2막’으로 규정하고, 각 제조사의 공급망 다각화·재무 체력·브랜드 충성도 등을 중점 평가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6. 용어 정리
• 하이브리드(HEV):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병렬·직렬로 결합해 연비를 개선한 차량.
•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가정용 전력으로 충전이 가능하며 전기 모드 주행거리를 늘린 하이브리드.
• 사이버트럭: 스테인리스 스틸 차체와 각진 외관이 특징인 테슬라의 전동 픽업.
• 총소유비용(TCO): 구매·연료·보험·감가상각 등을 모두 포함한 실제 차량 운용 비용.
캘리포니아 소비자들은 친환경 정책에 대한 감수성이 높은 만큼, 제조사 간 브랜드 이미지·정책 방향성·가격 매력도의 3박자를 면밀히 고려해 지갑을 연다. 이 같은 특성을 고려하면, 테슬라의 향후 마케팅 전략 역시 ‘정치적 메시지 관리’와 ‘보급형 라인업’에 더욱 방점을 찍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7. 전망
전문가들은 2025년 말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완화할 경우 소비자 대출 여력이 회복돼 EV 시장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가능성을 언급한다. 다만 각 주정부 인센티브 및 배터리 공급 안정성이 병행되지 않을 경우, 전기차 판매 개선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공존한다.
궁극적으로 테슬라가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북미 시장에서 점유율을 지키려면, 가격 경쟁력과 충전 네트워크 혁신을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는 결론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른바 ‘포스트 붐’ 단계에 접어든 EV 시장에서 생존을 좌우할 핵심 지표는 고객 충성도·정치·친환경 규제 등 다층적 변수임이 이번 등록 대수 감소로 재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