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터필러·디어, 관세 부담 확대…수요 부진 탓 가격 전가 여력 ‘제한’

산업용 중장비 ‘대표주’인 캐터필러(Caterpillar)와 디어(Deere & Co.)가 미·중 무역 분쟁 속에서 추가된 관세로 막대한 비용 부담을 안고 있다. 동시에 글로벌 경기 둔화와 고금리 환경이 장비 수요를 약화시키면서, 두 기업은 비용 증가분을 고객 가격에 온전히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2025년 8월 15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상장사들이 7월 16일부터 8월 14일 사이 실적을 발표하며 제시한 관세 관련 연간 비용 추산치는 142억~158억 달러로 집계됐다*로이터 관세 트래커 기준. 이 가운데 캐터필러와 디어는 올해 들어 관세 충격이 크게 확대되고 있으며, 향후 분기 실적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캐터필러는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수입 부품과 원자재에 부과된 관세가 마진(영업이익률)을 직접 압박할 것”이라며, 2025년 한 해 동안 최대 15억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중 3분기에만 4억~5억 달러가 반영될 것으로 추정했다. 디어도 “철강 등 핵심 투입원가가 상승해 농업·건설 장비 부문 비용이 높아질 것”이라며 올해 관세 비용 전망치를 6억 달러로 상향했다(기존 예상치는 5억 달러).


새로운 관세 라운드가 불러온 ‘비용 쓰나미’

이번 추가 관세는 미국 정부가 제조업 보호와 무역적자 축소를 목표로 단행한 조치로, 산업용 재화 전반과 원자재를 포괄한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망을 기반으로 부품을 조달해 온 장비 제조업체들에는 생산지 회귀 효과보다 비용 급증이 먼저 나타난다”

는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수요 부진이다. 경기 불확실성과 금리 부담으로 기업과 농가가 대규모 자본 지출을 연기하면서, 캐터필러·디어 모두 가격 인상 카드를 사용하기 어렵게 됐다. 에드워드존스의 파이살 헤르시 애널리스트는 “디어의 건설·산림장비 부문은 예상만큼 가격을 올리지 못했고, 농기계 부문 가격 인상폭도 전망치를 밑돌았다”고 분석했다.

이는 팬데믹 기간과는 대조적이다. 당시에는 견조한 농가 소득과 인프라 투자 덕분에 장비업체들이 공급망 차질에 따른 비용 증가를 가격에 전가해 마진을 방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2분기 디어의 건설·산림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고, 캐터필러의 전체 영업이익도 약 20% 줄었다.


세부 부문별 타격과 ‘디스톡킹’ 현상

제프리스의 스티븐 폭만 애널리스트는 “관세 충격은 디어의 Small Ag & TurfConstruction & Forestry 부문에 가장 크게 나타날 것”이라며, 가격 인상으로도 이를 부분적으로만 상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디스톡킹(destocking)※재고 축소를 위해 주문을 줄이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캐터필러·디어 모두 고객에게 높은 가격을 전가할 ‘협상력’이 제한된다는 분석이다.

CFRA 리서치의 조너선 사크라이더는 “현 시점에서는 재고 축소가 정상화된 관행이 됐다”면서 “냉각된 수요 환경이 두 회사의 가격 인상 여력을 과거 대비 크게 약화시켰다”고 설명했다.

다만 캐터필러는 Energy & Transportation 부문이 상대적으로 견조해, 발전·철도·해양 고객사의 주문이 건설·광산 장비 부문의 부진을 일부 상쇄하고 있다. 반면 농기계 의존도가 높은 디어는 올해 들어 매출이 18% 가까이 감소하며 더욱 가파른 둔화를 겪고 있다.

캐터필러는 발전용 엔진 재고를 대폭 할인해 처분하기보다는 시장 수요 회복을 기다리며 가격을 방어하고 있다. 반면 디어는 브라질 시장에서 공격적인 가격 전략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시장이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서 가격 정책을 통해 점유율을 지키겠다는 복안이다.


‘벨웨더(Bellwether)’※해당 산업의 경기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 기업로서의 의미

캐터필러와 디어는 각각 건설·광산 장비, 농기계 분야에서 세계 최대 업체로 꼽히며, 글로벌 실물경제의 체감 온도를 보여주는 벨웨더로 여겨진다. 이번 관세 여파와 수요 둔화는 제조업 경기 전반에 대한 ‘경고등’으로 해석된다.

디어는 올해 들어 이미 두 차례 연간 순이익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업체 측은 “정상적인 원가 인플레이션도 버거운 상황에서, 생산·정밀 농업(Production & Precision Agriculture) 부문 가격 인상폭이 1%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관세·원가 상승분을 상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향후 관전 포인트로는 ①글로벌 금리 하향 안정 여부, ②미국·브라질 등 주요 농업 시장의 기계 교체 수요, ③정부 인프라 지출 지속성, ④관세 정책의 추가 변화 등이 꼽힌다. 특히 미국 내 제조 회귀(Reshoring)를 위한 인센티브가 확대되지 않는 한, 관세가 국내 생산 확대보다 단기 원가 압박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관세·환율·금리 등 거시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시기에 캐터필러·디어와 같은 경기 민감주에 대한 투자 의사결정은 중장기 수요 사이클과 정부 정책 동향을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는 경고로 해석할 수 있다.

본 기사에 포함된 모든 숫자·일정·기관명은 원문(로이터 통신 보도)을 그대로 번역·정리한 것이며, 추가 가공·추정치는 포함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