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중앙은행, 기준금리 0.25%포인트 전격 인하…6개월 만에 첫 조정

[토론토] 캐나다 중앙은행(Bank of Canada, 이하 BoC)은 17일(현지시간) 정례 통화정책 회의 직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25basis points) 인하해 연 2.50%로 조정했다고 발표했다.

2025년 9월 17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BoC가 지난 3월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한 뒤 6개월 만에 단행한 첫 인하 조치다. 시장에서는 이미 물가상승률 둔화와 경기 모멘텀 약화를 근거로 25bp 인하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25bp(베이시스포인트)란 1bp가 0.01%포인트이므로 25bp는 0.25%포인트를 뜻한다. 글로벌 채권 및 외환시장에서 중앙은행의 세밀한 금리 조정을 설명할 때 주로 사용하는 단위로, 직관적인 %포인트 대비 변동 폭을 정밀하게 나타낼 수 있다는 점에서 널리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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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반응 및 주요 시사점

이번 결정이 전해지자 캐나다 달러화(CAD)는 발표 직후 소폭 약세를 보였다가 곧바로 낙폭을 축소했다.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내년 초까지 추가적인 25bp 인하가 1회 이상 이뤄질 가능성을 70% 이상으로 반영하고 있다.

데이터가 지난 두 달간 예상보다 부진했다는 점이 정책당국의 위험 균형을 인하 쪽으로 기울게 했다” — 앤드루 켈빈, TD증권 캐나다·글로벌 금리 전략 책임자

켈빈 전략가는 BoC가 “평소보다 짧은 정책 가이던스 호라이즌을 제시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10월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다봤다. 그는 “단기적으로 정책금리의 최종 도달 수준(terminal rate)은 2.25% 정도가 적정선”이라고 분석했다.

물가 압력이 올 초보다 완화됐다는 중앙은행의 언급은 상당히 중요한 발언” — 더그 포터, BMO캐피털마켓 수석 이코노미스트

포터 이코노미스트는 BoC가 향후 구체적인 경로를 제시하지 않은 채 “데이터 의존적(data-dependent) 접근”을 강조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동 발언이 금융시장의 과도한 방향성 베팅을 억제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평가했다.


■ 왜 지금 금리를 내렸나

캐나다 통계청이 공개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2% 증가해 15개월 만에 BoC 목표 범위(1~3%) 중간값으로 복귀했다. 반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연율 0.3% 증가에 그쳐 1분기(3.1%) 대비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다. 물가 둔화·성장 모멘텀 약화라는 두 축이 동시에 작용하며 중앙은행에 인하 여지를 제공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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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가계부채 비율이 실질 가처분소득 대비 180%를 넘어선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비중이 확대되면서 가계이자부담이 경기 회복의 걸림돌로 부각됐다. BoC 내부에서도 “금융안정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완곡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 향후 통화정책 경로

BoC는 성명서에서 “통화정책 조정 과정에서 신중히(step by step)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인플레이션 경로노동시장 여건글로벌 수요 흐름금융불균형 네 가지를 핵심 점검 요소로 제시했다.

“우리는 과거보다 짧은 시간 지평에서 데이터를 평가할 것이며, 정책 결정은 앞으로 나아갈 길을 한 번에 제시하는 대신 각 회의마다 재검토될 것”이라는 문구는 시장이 기대하던 명확한 선제적 가이던스보다는 다소 상황 의존적 모드에 머물러 있음을 시사한다.

시장 컨센서스는 10월 회의에서 추가 25bp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을 “50~60%”로 본다. 다만 BoC가 “물가 안정이 구조적으로 정착되고 있는지 확인할 때까지 과도한 완화를 경계한다”는 점을 강조한 만큼, 향후 지표 경로에 따라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 전문가 진단과 기자견해

TD·BMO 등 원화(原貨) 딜러들은 BoC의 이번 행보가 국제금융시장에서 ‘선도적 완화 사이클’의 신호탄으로 평가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이 아직 고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캐나다가 한발 앞서 완화를 시작하면 자본이탈과 환율 변동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필자는 BoC가 내년 상반기 중 총 50bp 추가 인하를 단행해 최종 금리를 2.00% 수준까지 끌어내릴 가능성을 조심스레 예상한다. 다만 글로벌 경제가 ‘성장률 둔화·물가 완화’ 패턴으로 전환할 경우, 캐나다 달러 약세를 통한 수입물가 상승 위험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어 BoC의 통화정책은 “비둘기파적이나 비비둘기파적이지 않은 균형”을 유지할 공산이 크다.

궁극적으로 이번 결정은 “물가 안정 → 성장 방어 → 금융안정”이라는 BoC 정책 함수 내 변수들의 가중치가 미묘하게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선제적 완화 혹은 동결’ 카드를 둘러싼 논의에도 적지 않은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