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와—캐나다 국제통상부 장관은 남미 경제공동체인 메르코수르(Mercosur)와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진전시킬 의사가 양측 모두에게 있음을 확인하며, 미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다각화 전략을 재차 강조했다.
2025년 7월 18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미국과의 통상 관계를 유지하되 새로운 시장 개척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마크 카니(Mark Carney) 캐나다 총리와 참모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오는 8월 1일까지 관세 인하를 골자로 한 양자 무역협정을 타결하기 위해 협상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캐나다 정부는 연간 1조 캐나다달러(미화 7,273억 3,000만 달러)에 달하는 미·캐 양국 교역 규모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도록, 전 세계적으로 FTA 체결을 확대하겠다는 방침도 병행 중이다.
“브라질 외교장관과 대화한 결과, 메르코수르 관련 논의를 이어가려는 강한 의지가 상호 간에 확인됐다”고 마닌더 시두(Maninder Sidhu) 국제통상부 장관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시두 장관의 설명에 따르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 4월, 남미 4개국(브라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우루과이)으로 구성된 메르코수르와 캐나다 간의 무역협정을 진전시킬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바 있다. 캐나다와 메르코수르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협상 라운드를 진행했지만, 아직 최종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장관은 또한 중국과의 통상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협의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과의 관계에는 기회도 도전도 공존한다”며 캐놀라·소고기·애완동물 사료 등 다양한 품목의 관세 문제를 두고 양국이 솔직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최근 경색됐던 인도·캐나다 관계가 완화되고 있는 점도 교역 확대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캐나다는 51개국과 15개의 FTA를 체결해 15억 명 이상의 소비자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시두 장관은 “앞으로 몇 달 안에 추가 협상을 추진하겠다”면서도 구체적인 목표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취임 두 달 만에 에콰도르와 FTA, 아랍에미리트(UAE)와 투자촉진협정을 각각 서명했으며, 동남아국가연합(ASEAN)·인도네시아·필리핀 등과도 단체 혹은 개별 협의를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도한 대미 노출(Over-Exposure)의 문제
시두 장관은 “캐나다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 과도하게 노출돼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이후 과거만큼 경쟁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의 임무는 전 세계를 누비며 새로운 무역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라며, 무역뿐 아니라 국방 조달 부문에서도 미국 의존도를 줄이겠다고 덧붙였다.
카니 총리는 올해 9억 캐나다달러를 추가 투입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로 상향하겠다고 공약했다. 정부는 “유럽연합(EU) 및 세계 각지 파트너와 협력해 캐나다 기업들이 국방 조달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캐나다의 대미 수출 비중은 지난해 월평균 75%에서 올해 5월 68%로 하락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캐나다 기업들이 미 시장 의존도를 줄이려는 전략을 구체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무역 협상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피했지만, 시두 장관은 “정부는 캐나다 기업과 근로자에게 최선이 되는 협정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미국과의 협상에 임하는 원칙을 밝혔다.
용어·배경 설명
메르코수르(Mercosur)는 남미 지역 경제공동체로, 1991년 설립 이후 역내 관세 철폐와 공동 시장 형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사 내용처럼 브라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우루과이가 정회원이며, 볼리비아는 가입 절차가 진행 중이다. 캐나다가 메르코수르와 FTA를 체결할 경우, 농산물·광물·에너지 등 자원 부문에서 상호 보완 효과가 클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캐놀라(canola)는 캐나다에서 개발된 유채 품종으로, 식용유와 동·식물성 단백질 사료의 원료로 사용된다. 중국이 수입 규제를 강화할 때마다 캐나다 농가에는 큰 타격이 발생해왔다. 방산 조달의 경우, NATO 기준인 GDP 대비 2% 충족 여부가 주요 관심사다. 캐나다는 전통적으로 방위 물자를 미국에 의존해 왔지만, 최근 유럽·아시아 공급선을 탐색하며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무역 전문가들은 캐나다의 다주화 전략을 리스크 헤지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미국과의 경제 규모와 지리적 인접성을 고려할 때 완전한 디커플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진단한다. 또한 메르코수르와의 FTA가 체결되더라도 의회 비준·표준 규정 조율 등 넘어야 할 절차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인도와의 관계 개선이 동력을 얻을 경우, 에너지·농산물 수출시장 다변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미·캐 무역협상 결과에 따라 캐나다의 대외전략이 추가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즉, 미국과의 협정을 통해 관세 장벽이 완화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북미 공급망이 다시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