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국발 ‘고율 관세 2.0’의 장기 충격 — 달러 패권, 연준 정책, 글로벌 공급망과 주식시장까지

1. 서론 — 관세가 다시 불을 뿌리다

2025년 여름, 미국 워싱턴 D.C.는 또 한 번 ‘관세 폭풍’의 진원지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4개국을 대상으로 25~40%의 고율 관세를 통보하고, 이어 구리·자동차·철강·알루미늄·의약품 등 전략 품목에 섹션 232 관세를 확대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해방의 날(Liberation Day) 이후 90일 유예가 끝나자마자 ‘8월 1일 발효’라는 시한폭탄이 장착됐다. 관세는 단순히 수입 가격을 올리는 세금을 넘어 인플레이션·공급망·통화정책·기업 실적을 줄줄이 흔들어 놓는 복합 충격파다. 필자는 이번 칼럼에서 향후 최소 1년, 더 나아가 3~5년에 걸쳐 전개될 구조적 파장을 종합적으로 점검한다.


2. 고율 관세 2.0 — 숫자로 본 ‘규모’와 ‘속도’

구분 2018~2019 1차 관세 2025 2차 관세
대상 국가 주로 중국(섹션 301)·EU 철강 14개국+추가 예정(국가 리스트 공개 중)
법적 근거 섹션 301·232 혼합 섹션 232 우선, 국가별 ‘상호주의 관세’ 병행
평균 관세율 10~25% 25~50%(구리·의약품 등)
대상 교역액 약 4,000억 달러 6,800억 달러(추정, 향후 8,000억 달러 이상)

표에서 보듯 이번 조치는 적용 국가·품목·세율·규모 네 요소 모두가 1차 관세를 압도한다. 특히 구리 50% 관세는 전기차·데이터센터·재생에너지 전환의 핵심 원자재라는 특수성을 감안할 때 산업정책=관세라는 노골적 메시지다.


3. 인플레이션 경로 — ‘원가 → 도매 → 소비자’ 파이프라인

연준의 선호 물가지표인 PCE 근원 물가는 2025년 5월 전년 대비 2.7%로 하락했지만, 관세가 본격 반영될 경우 다시 3%선을 향할 가능성이 있다. 구리·알루미늄·철강은 내구재 PPI의 60% 이상을 구성하고, 자동차·가전·주택 전선·데이터센터 랙 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 단기(3~6개월) : 통관 단계 수입 가격이 급등 → 재고 조정 구간에서 기업이 일부 흡수
  • 중기(6~18개월) : 재고 소진 후 도매·소비자 가격으로 전가 → PCE 2차 상승 압력
  • 장기(18개월 이후): 일부 대체 소재·공급망 재편이 진행되나, 구조적 원가 상승 상쇄는 제한적

결론적으로 관세 충격은 일시적이라는 행정부 주장과 달리 ‘완만하지만 끈질긴’ 물가 상방 압력으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4. 연준 시나리오 — ‘데이터 의존’의 딜레마

7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올해 두 차례 인하를 기본 전망으로 제시했으나, 인플레 재가열고용 둔화가 교차할 경우 판단이 복잡해진다.

  1. 베이스라인 : 9월·12월 각 25bp 인하(연 0.5%p) → 2026년 3.25% 종착
    관세 효과가 PCE를 0.3%p 끌어올리더라도 ‘일시적’으로 간주
  2. 매파 재고 : 관세 + 재정확대가 PCE 0.5%p↑ → 9월 동결, 연내 1회 인하 또는 제로
    2026년 중립금리 3.6%→4% 상향 가능성
  3. 스태그플레이션 충격 : 물가↑ + 고용↓ → ‘일단 동결 후 지켜보기’ → 국채 10Y 4.8% 상단 재차 확인

연준이 실제로 매파로 기우는 경우 달러 DXY는 110선을 재시도할 수 있으며, 이는 신흥국 통화 · 달러 부채에 2차 부담으로 작용한다.


5. 산업별 장기 영향

5.1 전기·전자·데이터센터(구리 풍선효과)

데이터센터 1메가와트 설치에 필요한 구리는 평균 5.5톤이다. AI GPU 랙 밀도 확대가 진행될수록 구리 사용량은 선형이 아닌 지수 함수로 증가한다. 구리 50% 관세가 배럴 당 WTI 10달러 상승분과 맞먹는 전력 케이블 비용 상승을 촉발할 수 있다는 계산도 있다.

5.2 자동차 · 배터리

자동차 1대당 구리 사용량은 ICE 23kg → EV 65~83kg. 관세로 미국 내 EV 원가가 대당 700~1,000달러 늘어날 수 있다. 배터리 메이커는 리튬·니켈 가격 조정에도 불구, 구리 집전체 비용 부담으로 총원가 절감 폭이 제한될 것이다.

5.3 건설 · 전선 · 재생에너지

풍력 1MW 설치에 구리 3t, 태양광 1MW에 4t가 필요하다. 미 정부가 이끄는 IRA(Inflation Reduction Act) 그린 인센티브 효과의 상당 부분을 관세가 상쇄할 전망이다.


6. 기업 전략 — 재편 3단계 (Pivot → Diversify → Localize)

  1. Pivot : 수입선을 남미·캐나다로 전환, 단 단기 물류·보험료 급등
  2. Diversify : 구리 함량 저감 설계, 알루미늄·탄소복합재 대체 연구 확대
  3. Localize : 美 광산개발 M&A·합작. 현실적으로 2030년 이후 본격 가동

기업은 ‘헤비 어셋+롱 리드타임’ 투자 결정을 앞당길수록 장기 공급망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인텔·TSMC·삼성전자의 미국 파운드리 진출 모델이 전례가 될 수 있다.


7. 금융시장 · 투자 체크포인트

  • 채권 : 10년물 금리 4.25~4.75% ‘넓은 박스권’ → 매파 시나리오 땐 5% 리테스트
  • 주식 : S&P500 EPS 컨센서스(2025E) 290달러 → 관세 반영 시 277달러로 -4.5%
  • 섹터 로테이션 :
    ① 미국 내 생산비중 높은 리쇼어링 수혜주
    ② HBM·전력반도체 등 가격 전가력 있는 반도체 장비주
    ③ 원자재 수혜 : 남미 구리 광산 ETF, 북미 알루미늄 제련주
  • 통화 : 달러 강세 → 엔·위안 약세 단기 지속, 구리 관세는 위안화 절하 압력 가중
  • 옵션 : VIX 콜 스프레드, 구리 COMEX 콜·풋 양날개(long strangle)로 변동성 대응

8. 규제 · 외교 변수

EU는 ‘10% 기본 관세’ 타협안을 모색 중이나, 섹션 232 전용 품목에 대해선 협상 여지가 제한적이다. WTO 제소 역시 섹션 232 ‘국가안보 예외’ 조항 앞에선 실효성이 낮다. 브릭스 확대국(사우디·UAE 등)이 대미 무역에서 위안·루블·디지털 통화 결제를 확대하면 달러 결제 의존도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9. 결론 — ‘관세 불가역성’ 시대의 투자 패러다임

2018년 관세 1.0은 중국 편중 구조를 겨냥한 전술적 조치였다면, 2025년 관세 2.0은 전략 원자재·핵심 기술·자본 통제를 겨냥한 산업 정책적 조치다. 연준, 기업, 투자자 모두 ‘관세는 협상용 칩’이라는 과거 인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향후 1년 이상:

  1. 연준은 ‘물가 + 고용’ 체계에 ‘공급측 관세 변수’를 상수화해야 하며, 인하 속도는 더더욱 느려질 것이다.
  2. 기업은 단순 원가 전가를 넘어 공급망 리던던시(여분·backup)를 자산가치로 인정받는 시대로 진입한다.
  3. 투자자는 장기 디스인플레이션 시대가 종언을 고했음을 자각하고, 포트폴리오의 원자재·실물자산 방어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려야 한다.

“관세는 일시적 쇼크가 아니라 ‘뉴노멀’이다.” 이 문장은 투자·정책·비즈니스 전략의 방향타가 될 것이다.


※ 본 칼럼은 필자 이중석(경제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의 개인적 견해이며, 투자 조언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인용된 통계·뉴스는 CNBC·CNBC Pro·U.S. Treasury·OPEC Monthly Report·EU Commission 등을 바탕으로 작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