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키멜 방송 중단 후폭풍…디즈니 향한 정치‧소비자 압박 확산

월트디즈니컴퍼니(이하 디즈니)가 지미 키멜 라이브! 방송을 무기한 중단한 지 48시간 만에 정치·산업·소비자 전방위 공세에 직면했다. 캘리포니아 버뱅크 스튜디오 앞 시위대부터 연예계 인사들의 절교 선언, 공화·민주 양당의 압박까지 사방에서 불매 움직임이 번지고 있다.

2025년 9월 20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디즈니 산하 ABC방송이 지미 키멜 라이브!를 전격 중단한 것은 키멜이 15일(현지시간) 방송에서 보수 성향 활동가 찰리 커크 피살 사건을 언급한 데 따른 결정이다. 그러나 이 조치가 공개되자마자 표현의 자유·‘캔슬 컬처’ 논쟁이 들불처럼 번졌고, 디즈니는 다시 한 번 미국 문화전쟁의 한복판에 섰다.

ABC 측은 공식 논평을 거부했지만, 후폭풍은 빠르고 거셌다. 드라마 로스트 제작자 데이먼 린델로프는 인스타그램에서 “키멜 복귀 전까지 디즈니와 일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며, 마블 시리즈 쉬헐크 주연 타티아나 마슬라니 역시 “디즈니플러스·훌루·ESPN 구독을 해지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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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슬 컬처가 아니다, 행동의 결과일 뿐이다.” — 데이브 포트노이(Barstool Sports 창립자)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Trump가 설립한 자체 SNS)’에 키멜 조롱 영상을 올리며 “역대 최악의 아카데미 시상식 진행자”라고 공격했다. JD 밴스 부통령은 X(구 트위터)에서 “시청률 바닥인 키멜은 광고주도 외면했다”며 표현의 자유 논란을 일축했다.

규제 압박도 작동했다. 키멜 방송이 중단된 직후 브렌던 카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은 ABC 계열국 면허 박탈 가능성을 거론했다. 미 최대 민영 방송사 넥스타 미디어 그룹은 FCC 승인을 앞둔 62억 달러 규모 TEGNA 인수안이 걸려 있다는 이유로 18일부터 키멜 프로그램 편성을 ‘무기한’ 중단했다.

이 같은 조치에 콘텐츠 업계도 반발했다. 미국작가조합(WGA)과 ‘Burbank Against ICE’는 버뱅크에서 수백 명이 참가한 시위를 주도했고, 전·현직 디즈니 임원인 마이클 아이스너 전 CEO는 X에서 “기업이 수정헌법 1조(표현의 자유)를 지키려 나서야 한다”고 직격했다. 공화당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 역시 카 위원장의 발언을 “극히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디즈니를 둘러싼 최근 소송·정치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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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년, 플로리다주 ‘게이 금지(Don’t Say Gay)’ 법안 반대 이후 주 정부와 권한 다툼 벌이다 합의
  • 2025년, 스타워즈 배우 지나 카라노 ‘부당 해고’ 소송 합의
  • ABC 뉴스가 1,500만 달러를 지불하며 도널드 트럼프 명예훼손 소송 종결

보이콧 움직임도 확산 일로다. 앤싱크(NSYNC) 멤버 랜스 배스, 배우 에이미 랜데커 등이 디즈니 계열 OTT 해지 화면을 SNS에 공유했고, 구글 트렌드에는 ‘Cancel Disney Plus’, ‘Boycott Disney’ 검색량이 급등했다. 인기 팟캐스터 빌 시먼스는 “프로그램 폐지 가능성을 점쳤지만 거센 반대 여론이 변수를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Truth Social과 같은 새 플랫폼, ‘캔슬 컬처(cancel culture) vs. ‘컨sequence 컬처(consequence culture)’는 한국 독자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다. 전자는 특정 발언·행동이 논란을 낳을 때 조직적 불매와 사회적 매장을 통해 ‘취소’하는 현상을, 후자는 ‘행동엔 책임이 따른다’는 반론을 의미한다.

전문가 시각에서 보면, 대형 미디어 기업이 광고주 이탈·규제 리스크표현의 자유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디즈니는 영화·테마파크·스트리밍 등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갖췄지만, 콘텐츠 검열 압력이 지속되면 창작 생태계 위축과 브랜드 이미지 손상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시에 불매 운동이 실제 매출에 미칠 영향은 단기적으로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공존한다.

한편 밥 아이거 CEO는 “디즈니의 본령은 ‘엔터테인먼트’이며 지나친 메시지 전달은 지양하겠다”고 누차 밝혀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비정파적 중립’을 자처하는 그의 구상이 시장·정치의 현실적 요구와 충돌할 때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금도 VIP 광고주·제휴사들은 사태 추이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향후 FCC 심의, ABC 편성 복귀 여부, 그리고 스트리밍 가입자 추이 등이 디즈니 실적과 주가를 가늠할 열쇠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