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 중국의 10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가 1년여 만에 최저 속도로 증가하는 데 그치며, 공급·수요 양면의 압박 속에서 19조 달러 규모의 수출 주도형 경제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정책당국의 과제가 한층 무거워졌다고 보인다. 수요 둔화와 공급 제약이 동시에 심화할 경우 성장세가 추가로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25년 11월 14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거시지표는 빠른 반등에 대한 기대를 약화시키는 신호를 보냈다. 월간 지표가 악화될수록 구조개혁의 시급성이 커지고 있으며, 단기 부양책만으로는 투자와 소비의 동반 둔화를 되돌리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십 년간 중국 당국은 세계 2위 경제를 가동하는 두 가지 선택지를 활용해 왔다. 국내 소비가 위축될 때는 방대한 제조업 단지를 가동해 수출을 확대했고, 필요할 경우에는 재정지출을 늘려 인프라 투자를 통해 GDP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은 중국 제조업이 세계 최대 소비시장에 얼마나 의존하는지를 상기시켰다. 또한 중국처럼 큰 경제라 하더라도 산업단지·변전소·댐을 더 많이 짓는 방식만으로는 추가 성장을 짜내기 어렵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이번 주 금요일 발표된 지표는 단기간의 반전 가능성에 거의 희망을 주지 못했다. 월별로 지표가 약화할수록 체질 개선의 필요성은 커지며, 정책 선택지는 더욱 난해해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NBS)에 따르면, 10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4.9%전년동월비 증가에 그쳐 2024년 8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이는 9월의 6.5% 증가에서 둔화된 것이며, 로이터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5.5% 증가에도 못 미쳤다.
소매판매는 10월에 전년 동월 대비 2.9% 늘어나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느린 속도를 보였다. 9월의 3.0%보다 낮아졌지만, 시장이 예상한 2.8% 증가는 소폭 상회했다. 내수의 핵심 지표인 만큼, 소비 모멘텀의 약화가 정책 당국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경제는 사방에서 압력을 받고 있다.” HSBC의 프레드 노이먼(Fred Neumann)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분기 성장세를 지탱했던 수출의 강한 견인은 내년에도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다. 설령 미국의 수입관세가 우려만큼 높지 않게 나타난다 해도 마찬가지다. 결국 국내 수요가 공백을 메워야 하지만, 상당한 추가 부양책 없이 투자와 소비의 최근 둔화를 되돌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책 당국자들도 공급·수요의 역사적 불균형을 해소하고 가계소비를 확대하며, 다수의 성(省)들이 자립을 제약받고 있는 막대한 지방정부 부채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많은 성 단위 경제 규모가 일부 국가에 맞먹는 수준인 만큼 부채는 구조적 리스크로 거론된다.
동시에, 구조개혁이 정치적으로도 고통스러운 과정이라는 점 역시 인식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이 대외 압박을 키운 시점이라 정책 추진의 난도가 높다.
별도로 지난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10월 수출은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급격히 위축됐다. 이는 제조업체들이 관세 부과 위협을 앞두고 수개월간 물량을 앞당겨 선적(프런트로딩)한 뒤, 다른 시장에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예상과 달리, 중국 자동차 판매는 8개월 연속 증가세를 마감했다. 각종 세제 혜택과 보조금의 단계적 종료를 앞두고 구매가 가속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부진했다. 통상 4분기는 자동차 판매가 가장 강한 분기인데, 2024년과 비교해 10월의 공휴일 요인으로 하루가 더 많았음에도 수요 위축이 관측됐다.
구조적 문제로 약화되는 경제의 토대
고정자산투자는 1~10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해, 시장이 예상한 0.8% 감소보다 낙폭이 컸다. 1~9월 누적으로는 0.5% 감소였다. 이는 투자 사이클의 둔화가 광범위하다는 점을 드러낸다.
가계 부의 핵심 저장고로 꼽히는 부동산 부문의 장기 둔화도 개선 조짐이 없다. 신규 주택가격은 지난 1년 중 가장 빠른 월간 하락세를 기록했다. 주택시장 약세는 소비 심리와 건설 투자를 함께 약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쉬톈천(Xu Tianchen)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소비 주도 모델로 이동하고 있다 해도, 그것이 ‘투자 부재’를 의미해서는 안 된다”며 “투자 위축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달 향후 5년의 경제 진로를 논의하는 회의를 열고, 가계소비의 GDP 비중을 ‘상당히’ 높이겠다고 약속하는 동시에 방대한 산업 기반을 보강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일부 경제학자들은 베이징이 다시 대기업 중심의 자원 배분으로 기울며 민간 기업과 가계를 상대적으로 소외시키는 익숙한 해법을 택할지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인프라 투자가 공식 연간 성장목표 ‘약 5%’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빠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단기간에 가시적 성장률을 확보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EIU의 쉬톈천은 “2026년에 이르러서도 넉넉한 정부 보조금이 필요할 것”이라며 “구조적 문제가 성장을 짓누르고 있고, 기저(base)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석과 시사점
이번 10월 지표는 수출 둔화와 소비 약세, 투자 위축, 부동산 부진이 동시에 진행 중임을 보여준다. 산업생산 4.9%전년동월비와 소매판매 2.9%전년동월비는 모두 1년여 최저 수준으로, 경기 모멘텀의 광범위한 약화를 시사한다. 재정 인프라 투자 확대는 단기 성장률을 지지할 수 있으나, 지방정부 부채와 민간 부문 위축의 부작용을 고려하면 정책 조합의 난이도는 높다. 수출 대체를 위해 내수를 키우겠다는 목표는 타당하지만, 가계소득·신뢰 회복 없이는 소비 확대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 데이터에 반영돼 있다. 시장은 향후 수개월간 소비 안정화, 부동산 가격 조정의 완화, 투자 저점 형성 여부에 주목할 가능성이 크다.
용어 설명 및 맥락
• 전년 동월 대비(전년동월비): 해당 월의 지표를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한 증가율을 뜻한다.
• 고정자산투자: 공장·설비·인프라·부동산 등 장기간 사용되는 자산에 대한 투자다. 경기의 중장기 방향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 프런트로딩(front-loading): 관세 인상 등 불리한 조건이 시행되기 전에 선적·주문을 미리 당겨 처리하는 관행이다. 이후에는 수요 공백이 나타날 수 있다.
• 관세전쟁: 국가 간 상호 보복적 관세 인상을 통해 교역 상대의 경제에 압박을 가하는 정책 경쟁을 말한다.
• 기저효과(base effect): 비교 대상인 과거 수치가 높거나 낮아 현재 증가율이 왜곡되어 보이는 현상이다. 쉬톈천이 언급한 “기저가 높아진다”는 표현은 향후 성장률이 통계적으로 낮게 나타날 가능성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