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로이터] 중국 정부가 민간 기업과 개인에게 아직 지급되지 않은 지방정부 미지급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규모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 9월 11일,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중국개발은행(China Development Bank)을 포함한 국책은행 및 정책은행에 지방정부 대상 특별 대출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지방정부가 연체 상태인 각종 대금과 하도급비를 민간 부문에 지급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사안을 잘 아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지급 규모가 1조 달러(약 1,340조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채무액은 지역별로 편차가 크지만, 인프라 건설·공공 서비스 용역·물품 구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장기간 누적돼 왔다는 설명이다.
“정부 차원의 즉각적인 유동성 공급 없이는 지방정부의 연체 해소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는 시장 관계자의 분석도 함께 소개됐다. 이는 중앙정부의 직접적인 재정투입 대신, ‘은행 대출’ 형태로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재정건전성 지표 악화를 일정 부분 완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책은행이란 국가적 개발 과제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특수은행을 의미한다. 일반 상업은행과 달리 정부의 지시를 직접적으로 받으며 초저금리 자금을 공급할 수 있어, 경기부양이나 구조조정 국면에서 자주 활용된다.
이번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부동산 시장 침체·지방재정 수입 감소로 이중고를 겪는 지방정부의 자금난이 일정 부분 완화될 전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책은행 대출은 결국 부채구조를 민간→공공 금융기관으로 전가하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근본적 재정개혁 없이는 부채가 재차 누적될 리스크가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 보도 이후 투자자들은 중국 채권시장과 위안화 환율 변동성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은행권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될지, 혹은 중앙정부가 암묵적으로 지급보증을 할지 등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해당 보도 내용을 즉각 독자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 또한 11일 현재 공식 논평을 내지 않고 있다.
전문가 해설 및 전망
이번 사안은 ‘지방정부 채무’라는 구조적 문제가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부동산 경기 둔화로 토지사용권 매각 수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지방정부는 재정지출 축소·추가 차입·중앙정부 지원이라는 3가지 선택지를 두고 있다. 중앙정부가 정책은행을 통해 간접 지원을 택하면 단기적인 유동성 위기를 봉합할 수 있지만, 은행권의 대손충당금 부담이 상승한다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이미 지방정부의 비표준 채무(hidden debt)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무디스(Moody’s)는 중국 지방정부의 잠재적 채무를 GDP의 40% 수준으로 추정하며 경고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신용평가와 자본시장에서 어떤 조정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결론적으로, 1조 달러에 달하는 지방정부 미지급금은 중국 경제 전반의 신뢰도와 성장 모멘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한폭탄’으로 평가된다. 향후 중앙정부의 세부 실행 방안, 은행권의 리스크 관리 능력, 그리고 민간 부문의 자금회수 속도가 중장기적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