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희토류 수출 통제 이어가…유럽 기업 ‘수백만 유로’ 손실

【희토류 공급난】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가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해외 기업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주요 유럽 기업 한 곳은 이로 인해 “수백만 유로” 규모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5년 9월 17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주중유럽상공회의소(European Chamber of Commerce in China, ECCC)는 “중국 정부가 여전히 외국계 기업에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희토류 접근 경로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희토류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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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CC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약 25년 역사를 가진 우리 상공회의소 회원사 가운데 한 곳이 수백만 유로를 잃었다”면서도, “구체적인 기업명은 신변‧사업상 위험을 고려해 공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다른 회원사들 역시 일관된 승인을 받을 수 있는 절차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호소했다.


희토류란 무엇인가

희토류(Rare Earth Elements)는 네오디뮴·디스프로슘 등 17개 금속 원소를 일컫는다. 전기차 구동 모터, 스마트폰, 반도체, 풍력 터빈에 이르기까지 첨단 산업 전반에 필수적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희토류 광산 생산량의 69% 이상을 중국이 차지했고, 전 세계 매장량의 절반가량도 중국에 있다.

중국은 이러한 지배적 지위를 통상 협상에서 전략적 지렛대로 활용해 왔다. 지난해 말부터 중국 정부는 군사적 용도 가능성을 이유로 희토류 수출 심사를 대폭 강화했고, 올해 5월 미·중 ‘무역 휴전’ 이후에는 1회성 수출 허가증(single-use license) 제도를 도입했다.

ECCC 관계자는 “6~7월에는 승인이 잠시 완화되는 듯했지만, 최근 다시 심사가 까다로워졌다”고 지적했다. “허가증을 받아도 실제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으며, 이는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대응

독일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Volkswagen) 대변인은 “희토류가 포함된 부품 공급망은 현재 안정적이며, 부족 현상은 없다”면서도 “1회성 허가증 확보를 위해 하청업체 및 하위 공급망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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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ECCC에 따르면, 6~7월 단기간 승인 폭증 이후 재승인 획득이 점점 어려워지는 추세다. 유럽연합(EU) 통계청(Eurostat)은 2024년 EU 희토류 전체 수입의 49%가 중국산이었으며, 러시아·말레이시아가 그 뒤를 이었다고 밝혔다.

CNBC China Connection

경제·무역 환경 악화와 기업 심리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 내 공급망 차질이 심화되고 경기 둔화가 겹치면서 외국계 기업 신뢰도는 급락했다. 상하이 미국상공회의소(AmCham Shanghai)가 5~6월 실시한 설문에서, 향후 5년 성장 전망에 대한 신뢰는 역대 최저를 기록했고, 응답 기업의 절반 가까이가 동남아 등 타 지역으로 투자를 이전했다고 보고됐다.

ECCC와 미국 상공회의소 모두 “올해 3분기 중 희토류 실물 부족 사태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올해 초에도 수차례 생산 차질이 일어났다.


정책적 배경과 향후 일정

ECCC는 다음 주 브뤼셀에서 EU 정책 입안자들과 만나 기업 애로 사항을 공유할 예정이다. 회의소는 연례 정책제언서(Position Paper)를 통해 중국 정부가 과잉생산의 구조적 원인을 해결하고, 민간 부문 참여 확대를 촉구했다. 특히 헬스케어와 같이 국영기업 비중이 높은 분야에서 규제 완화를 권고했다.

옌스 에스켈룬드(Jens Eskelund) ECCC 회장은 “최근 중국 상무부와의 면담에서 희토류 접근성핵심 의제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중국 지도부는 오는 10월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 수립을 위한 회의를 개최한다. 2021년 시작된 14차 5개년 계획은 올해 말 종료된다. 유럽 기업들은 중국이 EU의 두 번째 교역 파트너인 만큼 이번 회의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2024년 양측 상품 교역 규모는 7,320억 유로에 달했다.

에스켈룬드 회장은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 등 역대 계획을 돌아보면, 오늘날 겪는 여러 어려움이 상당 부분 정책 선택의 결과물”이라며 “향후 5개년 계획방향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본 기자는 지속되는 희토류 공급 불안탈중국 공급망 구축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판단한다. 이미 호주, 캐나다, 브라질 등 자원 부국들이 희토류 탐사·정제 프로젝트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 중이며, EU·미국도 전략적 비축재활용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생산·정제 공정에서 중국이 축적한 기술 우위와 규모의 경제를 단기간에 따라잡기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가격 변동성 확대와 제조업체의 원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양자·대체 소재 연구가 활기를 띠면서 희토류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낮추는 전략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결국 정부‧기업‧학계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친환경·지속가능한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