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와 딜러들이 ‘보험 선가입’(pre-insurance) 방식으로 신차 판매 실적을 인위적으로 부풀리고 있다는 사실이 소비자 불만 사례 분석을 통해 광범위하게 드러났다.
2025년 7월 28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중국 내 주요 소비자 고발 사이트에 올라온 97건의 별도 제보를 분석한 결과, 신차를 실제 구매자가 인수하기도 전에 딜러 명의로 보험이 가입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이 같은 방식은 판매량을 조기에 잡아 월별·분기별 목표 달성으로 보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문제가 제기된 브랜드는 BYD, 토요타, 폭스바겐, 뷰익, 체비, 리오토, 창안, 지리, 넷타, 지커 등 해당 기간 중국에서 판매량 상위권을 차지한 국내외 업체가 망라된다. 외국 브랜드 대부분은 광저우자동차(GAC)·상하이자동차(SAIC) 등 국유 대형 완성차 기업과의 합작 형태로 중국 사업을 운영 중이다.
1. 소비자 불만 현황
소비자 분쟁 조정 사이트 12365auto.com에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48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제보자들은 “신차 계약 후 서류를 확인하다가 보험 가입자 명의가 제3자 혹은 딜러사로 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며 기만 행위라고 주장했다.
국영 China.com 315 자동차 소비자 고발 플랫폼에는 같은 기간 26건, IT기업 시나(Sina)가 운영하는 Black Cat 플랫폼에는 23건이 각각 등록됐다. 세 사이트에서 총 14건의 불만 사례는 “딜러 직원이 판매 목표를 맞추기 위한 업계慣行
이라고 직접 설명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2024년 12월, 12365auto.com에 올라온 한 제보는 SAIC-GM 딜러가 한 달 안에 60대 차량에 대해 구매자 없이 보험을 들도록 본사 지침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2025년 4월 China.com 게시글에 따르면 산시(陝西)성의 한 BYD 매장은 2024년 7월 12대를 일괄 보험 처리해 판매 실적에 반영했다고 한다.
2. 업계 및 전문가 반응
SAIC 측은 “고품질·표준화된 영업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놨다. 폭스바겐 중국법인 대변인은 “보험을 이용한 실적 부풀리기를 거부하며, 관련 민원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컨설팅 기관 오토모티브 포사이트의 장야얼(Yale Zhang) 대표는 “보험 선가입은 제조사의 실제 재고를 가리는 행위”라며 “업계가 월별 수요를 오판해 생산계획을 과잉으로 잡을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제로 마일리지 중고차(zero-mileage used car)라는 용어는 이렇게 실적만 잡힌 채 실제 주행거리 0㎞로 보관되다 다시 시장에 나오는 차량을 가리킨다.” — 장야얼 대표
업계 평균 판매가격이 급락한 2023년 이후 각 브랜드가 보험 가입 건수를 근거로 한 ‘주간 판매 순위’를 SNS에 경쟁적으로 올리면서 보험 선가입이 더욱 확산됐다는 시각이 많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는 최근 해당 게시물이 “악성 경쟁을 부추긴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3. 공식 매체·법원 판례
로이터 조사 결과,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중국 15개 성·시 정부 산하 공식 언론이 보도한 29건의 기사에서도 유사 민원이 확인됐다. 이 중 9건에서 딜러가 “목표 달성을 위해 미판매 차량에 보험을 가입했다”고 시인했다.
또 2023년 3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중국 각급 법원이 공개한 판결문 5건 중 3건에서 소비자 승소 판결이 내려졌다. 나머지 2건은 결과가 비공개다.
4. 데이터 해석 및 시장 파급
중국 자동차 시장은 100여 개 브랜드가 과잉 생산능력을 안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업계·투자자는 ▲제조사가 협회에 보고하는 도매(wholesale) 판매량과 ▲교통보험(신차 의무보험) 가입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소매(retail) 판매량을 따로 추적한다.
딜러가 선가입한 보험은 일단 소매 지표로 잡히므로 “실제 최종 소비자 판매”로 오인될 소지가 크다. 결과적으로 재고·수요를 둘러싼 판단이 왜곡되면 추가 할인 경쟁과 생산 과잉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한편, 업체별 상세 피해 규모는 아직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가격 인하 경쟁이 지속되는 한 비정상적 판촉 수단도 사라지기 어렵다”고 경고한다.
5. 용어 및 제도 설명
보험 선가입이란 차량 번호판 등록 이전 단계에서 딜러 또는 제3자 명의로 교통사고 책임 강제보험을 취득해 보험사·교통관리 시스템에 ‘판매 완료’로 표시되도록 만드는 방법이다. 중국은 신차 출고 시 해당 보험 가입이 의무여서, 데이터가 곧바로 판매 통계로 집계된다.
‘제로 마일리지 중고차’라는 표현은 등록 서류상 소유자를 이미 거친 탓에 법적으론 중고차로 분류되지만 실제 주행거리는 0㎞인 차량을 가리킨다. 이런 차량은 할인가로 재판매될 때 소비자가 차량 이력 확인을 통해서만 실태를 파악할 수 있다.
6. 전망 및 제언
전문가들은 표준화된 판매·재고 공개와 감독 당국의 실사 강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도매·소매 통계 간 차이가 5%를 초과하면 자동 조사” 같은 규정 도입이 검토될 만하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관측통들은 자동차 가격 전쟁이 진정되지 않는 한, 업체들이 보험 선가입 대신 리베이트 확대·무이자 금융 등으로 판촉 방식을 바꾸어도 본질적 문제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결국, 중국 자동차 시장의 투명성 제고는 제조사·딜러·소비자·규제 당국 모두의 이해가 복합적으로 얽힌 과제인 만큼, 중장기적 제도 개선 논의가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