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중국 인민은행(PBoC)이 향후 통화정책을 설계할 때 ‘합리적인 수준의 물가 상승률(Price Growth)’ 달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는 생산자물가지수(PPI) 마이너스 국면이 2년 넘게 이어지며, 세계 2위 경제권이 디플레이션 압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2025년 8월 1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2분기 통화정책 집행보고서’에서 “과학‧기술 혁신, 소비 촉진, 소규모‧영세기업 지원, 외국무역 안정화”에 중점을 둔 구조적 통화정책 수단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
구조적 통화정책 수단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경제의 여러 부문을 정밀 지원할 필요가 있다
”면서, 필요 시 ▲지준율 조정 ▲중기유동성지원제도(MLF) ▲재대출 프로그램 등을 운용해 유동성을 적절히 공급하겠다고 명시했다.
구조적 통화정책 수단이란?
일반적인 금리 조정이나 공개시장조작(OMO)과 달리, 특정 산업·규모의 기업에 선별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정책을 말한다. 예컨대 재대출 프로그램(再貸款)은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주고, 시중은행이 이를 중소기업·혁신기업 대출에 활용하도록 유도한다. 이를 통해 경기 회복 효과를 극대화하면서도 부동산 등 과열 부문에는 자금이 과도하게 흘러가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다.
이 같은 정책 기조는 최근 중국 디플레이션 논란이 고조된 상황과 맞물린다. 국가통계국(NBS)에 따르면, 2023년 중반부터 2025년 7월까지 PPI가 전년 동월 대비 25개월 연속 하락했다. PPI 하락은 공장 출하가격이 떨어진다는 의미로, 기업 수익 악화와 임금 둔화로 이어져 소비 위축을 유발할 수 있다.
디플레이션이 왜 문제인가?
디플레이션(Deflation)은 일반적으로 물가 수준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이다. 소비자와 기업이 ‘내일 가격이 더 낮아질 것’이라 예상하면 지출과 투자를 지연시키는 경향이 생긴다. 그 결과 총수요가 줄고, 생산‧고용‧임금이 위축되면서 경기 침체의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있다.
인민은행이 이번 보고서에서 ‘합리적인 가격 상승률’ 달성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악순환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물가를 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소비·투자 심리를 회복시킬 수 있고,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과 고용 확대가 기대된다는 논리다.
전문가 해석과 향후 전망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은 중국의 본격적인 기준금리(LPR) 인하, 지준율 추가 인하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다만, 부동산 부문 부실과 지방정부 부채 문제로 ‘돈이 풀려도 실제 경제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이 재대출·재할인 한도 확대 방안 등을 통해 자금의 ‘정확한 유입경로’를 설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중국의 물가 회복 여부는 글로벌 공급망 안정과 직결된다. 중국이 수출가격을 낮추면, 해외 수입 물가도 하향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중국 내 물가가 반등하면 원자재·중간재 가격이 상승해 세계 인플레이션 흐름에도 변수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팩토리가이트 가격’(Factory-gate Prices) 설명
‘팩토리가이트 가격’은 공장에서 제품이 출하될 때의 가격을 의미한다. 소비자물가(CPI)가 최종 소비단계의 가격을, 생산자물가(PPI)가 중간재·출하단계 가격을 나타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출하가격이 하락하면 기업의 매출·이익률이 줄어들고, 이는 임금·투자로 이어지는 파급효과를 통해 거시경제 전반의 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
한편, 보고서는 “적절한 유동성을 유지해 거시 부채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과도한 통화 완화로 자산가격 버블이 재형성되는 것을 경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기자 시각※본 단락은 기자의 분석·견해를 포함한다 중국의 통화정책은 ‘저물가·저성장 장기화’와 ‘부동산 구조조정’이라는 이중 과제 속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인민은행이 구조적 수단을 앞세우는 전략은, 전통적인 전면적 유동성 공급보다 효과적으로 ‘필요한 곳에만 자금을 주입’하는 방식이다. 다만, 내수심리 회복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향후 소매판매·서비스 소비 지표가 반등 신호를 보이는지 여부가 물가 안정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