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엔비디아 반독점법 위반 예비 판단 … 조사 계속된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엔비디아(Nvidia)반독점법(반독점법) 위반 가능성을 예비 조사에서 확인했다고 15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베이징 당국은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2025년 9월 15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SAMR은 지난해 말부터 진행해 온 조사 과정에서 엔비디아가 2020년 이스라엘 네트워크 솔루션 업체 멜라녹스(Mellanox)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부과된 조건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엔비디아 주가미국 프리마켓(개장 전) 거래에서 약 2% 하락세를 보였다. 중국은 데이터센터·게이밍·인공지능(AI) 분야에서 엔비디아에 가장 중요한 해외 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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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사 배경과 주요 쟁점

SAMR은 2024년 12월 말, 엔비디아의 멜라녹스 인수와 그 과정에서 체결된 특정 계약(undisclosed agreements)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엔비디아는 2020년 4월, 69억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8조 4천억 원)에 멜라녹스를 인수했고, 중국 당국은 데이터센터 칩 시장에서의 경쟁 제한 우려를 이유로 일정 조건을 달아 인수를 승인했다.

“예비 조사 결과, 해당 기업이 중국 반독점법 제32조 및 제48조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정황이 있다.”— SAMR 공식 발표문 중

중국 반독점법은 지배적 사업자의 시장 지위 남용, 가격 담합, 거래 제한 등을 금지한다. 법 위반이 확정될 경우, 연간 매출의 최대 10%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 SAMR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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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R(State Administration for Market Regulation)은 중국 국무원이 2018년 출범시킨 중앙정부 기구다. 가격·품질·안전·반독점 분야를 총괄하며, 미국의 연방거래위원회(FTC)에 해당하는 권한을 보유한다. 즉, 중국 내 모든 기업·기관·개인의 시장질서 위반 행위를 조사·제재할 수 있다.

◆ 멜라녹스는 어떤 회사인가?

Mellanox 멜라녹스는 데이터센터·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고속 네트워크 솔루션(InfiniBand·이더넷 어댑터 등)을 설계·제조한다. 대규모 병렬처리에 최적화된 InfiniBand 인터커넥트는 AI·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엔비디아는 자사 GPU와 멜라녹스의 네트워크 기술 간 시너지를 통해 AI 워크로드 성능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 향후 전망

예비 판단은 아직 최종 결론이 아니다. 하지만 반독점 위반이 확정될 경우, 엔비디아는 과징금뿐 아니라 중국 내 영업·계약 구조 전반을 재검토해야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한 중국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GPU 공급 제한이나 추가 의무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번 조사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최근 미국 정부는 AI·슈퍼컴퓨팅 분야에서 중국으로의 첨단 칩 수출을 여러 차례 제한했으며, 중국 역시 “공정 경쟁 확보”를 내세워 해외 반도체 기업에 대한 규제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규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추가 협상이나 로드맵 조정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SAMR이 최종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통상 수개월 이상이 소요돼, 엔비디아가 협력 방안을 제시할 여지는 남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용어 풀이

프리마켓(Pre-market)이란 정규장 개장 전(보통 04:00~09:30 ET)에 이뤄지는 전장(前場) 거래를 말하며, 기업 관련 속보·이슈가 실시간으로 주가에 반영되는 구간이다. 투자자들은 이를 통해 정규장 흐름을 가늠한다.

반독점법(Anti-monopoly Law)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거나 경쟁제한 행위를 금지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중국은 2008년 8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2022년 전면 개정을 통해 과징금 수준과 조사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 종합 평가

엔비디아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AI 반도체 수요 호조로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300조 원)를 돌파하며 글로벌 주식시장을 주도해 왔다. 그러나 이번 중국 반독점 조사 확대는 투자 심리에 단기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멜라녹스 인수 조건 위반 여부가 공식 확정될 경우, 엔비디아의 중국 매출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어 주주들은 향후 SAMR 발표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의 규제·감독 기조는 장기적 관점에서 계속될 것”이라며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지역별 규제 환경을 면밀히 분석하고, 공급망·M&A 전략을 다변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