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 세계에서 가장 큰 두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인공지능(AI) 주도권 경쟁이 다시 한 번 속도를 높이고 있다.
2025년 7월 26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이날 ‘글로벌 AI 행동계획(Global AI Action Plan)’을 공개하며 기술 개발과 규제에 관해 국제 사회가 공동으로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발표는 국무원 홈페이지에 정책 전문이 게재된 직후 이뤄졌으며, 같은 날 개막한 세계인공지능대회(World Artificial Intelligence Conference, WAIC)의 개막연설과 맞물려 주목도를 키웠다. 개막식 연단에 오른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는 “글로벌 AI 협력기구 설립”을 제안했다고 외교부 공식 브리핑이 전했다.
불과 사흘 전인 7월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워싱턴에서 ‘미국 AI 행동계획’을 선포하며 AI 모델의 이른바 “woke 편향”을 줄이고, 미국 기술의 해외 배치를 촉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두 개의 진영이 형성되고 있다.” — 아시아그룹 파트너 겸 디지털 프랙티스 공동의장 조지 천(George Chen)
천 의장은 “중국은 다자주의적 접근을 고수하려는 반면, 미국은 독자 진영을 구축해 중국의 부상을 겨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Belt and Road Initiative)1 참여국들이 자연스럽게 중국 측 캠프로 흡수될 가능성을, 일본·호주 등 미국 동맹국들은 워싱턴 주도의 연대에 합류할 가능성을 각각 제시했다.
1 일대일로는 2013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제안한 대규모 인프라·경제 협력 구상으로, 동남아·중동·아프리카 등 150여 개 국가와 지역을 연결해 물류·금융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프로젝트다.
리 총리는 이어서 “AI 플러스(AI+) 전략”을 통해 제조업·농업·헬스케어 등 전 산업에 AI를 접목하겠다고 밝히며, 특히 ‘글로벌 사우스’라 불리는 신흥·개도국에 기술·인력·데이터를 지원할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는 전통적으로 북미·유럽 선진국에 비해 경제·기술 격차가 큰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의 신흥·개도국을 묶어 부르는 용어다.
한편, 미국은 2022년 이후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접근을 제한해 왔다. 그 일환으로 AI 학습에 필수적인 GPU 수출을 통제했으나, 이달 초 엔비디아(Nvidia)는 성능을 낮춘 ‘H20’ 칩에 대해 약 3개월 만에 대중국 공급 재개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역시 화웨이·브리칸 등 국산 AI 가속기를 연달아 출시하며 자립도를 높이고 있다. 방중 중인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중국 업체들의 기술 수준이 ‘만만치 않다(formidable)’”고 평가했다.
전 구글 CEO 에릭 슈미트(Eric Schmidt)도 개막 전날 상하이 시내에서 천지닝(陈吉宁) 상하이시 서기를 예방하고 AI 분야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고 시 당국이 전했다.
전문가 시각
기자는 이번 발표가 ‘AI 파편화(fragmentation)’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각국이 표준과 규제 프레임을 별도로 마련할 경우 기업은 서로 다른 법·기술 규격에 대응해야 하며, 이는 개발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중국이 강조한 ‘다자 협력 모델’이 실질적 규범 조율로 연결될 경우, 개도국은 비용을 낮추면서 AI 활용도를 높일 명분을 얻게 된다.
향후 AI 글로벌 거버넌스 논의는 10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예정인 유엔 인터넷 거버넌스 포럼(IGF)과 11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AI Safety Summit로 이어질 전망이다. 두 정상급 회의에서 미국·중국이 어떤 외교적 셈법을 펼칠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