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보안 논란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가 2025년 8월 1일 자 사설에서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 Corp.)를 정면으로 겨냥하며, 자사 칩에 존재할 수 있는 잠재적 보안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설득력 있는 보안 증명“을 즉각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설의 제목은 “엔비디아, 어떻게 당신을 믿을 수 있는가?“(原題: “엔비디아여, 내가 당신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였다.
2025년 8월 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논평은 중국 인터넷 규제기관인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이 엔비디아의 H20 인공지능(AI) 칩에 대해 “백도어(backdoor)” 가능성을 문제 삼으며 기업 관계자를 호출한 직후 게재됐다. 백도어란 정상적인 인증 절차를 우회해 시스템에 비밀리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된 숨은 통로를 의미한다. 이는 사용자 데이터·프라이버시 유출과 직결되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이를 국가 안보 차원의 중대한 사안으로 간주하고 있다.
“중국법 준수가 기본 전제”
“해외 기업이라면 누구든 중국법 준수를 기본 전제로 삼아야 하며, 보안을 최우선 조건으로 간주해야 한다.” — 인민일보 사설
사설은 외국계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신뢰를 얻으려면 자국 규정에 협조하고, 제품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엔비디아의 경우 미·중 기술 경쟁이 첨예한 상황에서 자사 제품의 ‘무결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중국 소비자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신뢰를 상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엔비디아 대변인은 로이터에 보낸 서면 입장문에서 “사이버보안은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엔비디아 칩에는 누구도 원격으로 접근하거나 제어할 수 있는 백도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재차 부인했다.
H20 칩, 수출 규제 완화 후 또다시 도마 위
중국 당국의 우려 표명은 미국 상무부가 지난달 일부 AI 칩 수출 규제를 완화한 직후 나왔다. 미국 정부는 그 대신 ‘해외 판매용 첨단 반도체’에 위치 추적·식별 기능 장착을 요구하는 새로운 안보 가이드라인을 제안했는데, 중국 측은 이 방안이 자국 정보 유출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CAC는 이에 따라 엔비디아 측을 소환해 H20 칩이 추적 기능이나 원격 제어용 모듈이 없는지 직접 해명할 것을 요구했다. 구체적 회의 일정이나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사설이 ‘시장 신뢰 회복’이라는 단어를 거듭 언급한 점을 고려하면, 엔비디아가 별도 기술 문서 혹은 소스코드 검증 결과를 제출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백도어” — 전문 용어 해설
백도어(backdoor)는 소프트웨어·하드웨어에 숨겨둔 비인가 접근 경로를 가리킨다. 보안 프로토콜을 뚫고 시스템 내부로 진입할 수 있어 해커가 불법적으로 데이터베이스를 열람하거나 조작하는 데 악용된다. 특히 반도체 칩에 백도어가 존재할 경우, 해당 칩이 장착된 모든 기기가 원격 통제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국가 안보 차원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로 분류된다.
전망 및 시사점
엔비디아는 중국 AI 데이터센터와 자율주행·클라우드 서비스 기업들로부터 높은 수요를 받아 왔다. 그러나 사이버보안 검증 요구가 지속되면, 단기적으로 출하 지연과 매출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면, 중국 정부가 향후 보안 표준을 강화해 준수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할 경우, 투명성을 확보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은 장기적 신뢰 구축이라는 기회를 맞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단순한 기업-정부 간 갈등이 아니라, 세계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디지털 주권을 둘러싼 전략적 경쟁의 연장선에 있다고 진단한다. 결과적으로 엔비디아가 제출하게 될 ‘보안 증명’의 수준과 중국 당국의 평가 기준은, 향후 외국 반도체가 중국 시장에서 활동할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며 글로벌 기술 기업 전반에 파급효과를 미칠 전망이다.
엔비디아 주가는 이번 논평 전날 나스닥(NASDAQ: NVDA)에서 장중 등락을 거듭했고, 중국 시장 내 판매 비중 축소 시나리오가 다시 부각되면서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