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매체, “미국은 감시 제국”‥칩 수출 물량에 위치 추적장치 설치 논란

BEIJING/베이징—미국 정부가 중국으로 우회 수출될 가능성이 있는 첨단 반도체 칩 일부에 비밀 위치 추적 장치를 삽입해 유통 경로를 감시해 온 것으로 드러나자,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新華社)는 이를 “감시 제국의 본능”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2025년 8월 15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당국은 첨단 칩 수출 규제를 위반해 중국으로 전용(diversion)될 가능성이 높은 특정 물량에 위치 추적 장치(location tracker)를 몰래 설치해 실제 최종 도착지를 파악해 왔다. 신화사는 같은 날 ‘칩 무역을 감시 게임으로 전락시킨 미국’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워싱턴은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정보 수집망을 운영하며 동맹국‧교역 파트너까지 잠재적 적으로 간주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산 칩이 트로이 목마처럼 오히려 감시 도구로 인식된다면, 글로벌 고객은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 신화사 논평 중


1. 위치 추적 장치 설치 의혹의 배경

미 상무부는 2022년 이후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설계 소프트웨어 등의 대(對)중국 수출을 연속적으로 제한해 왔다. 이번 추적 장치 배치는 그 연장선상에서 고위험 물량이 중국에 흘러들어가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로이터는 “해당 칩에 적용된 트래커가 위성 또는 셀룰러 신호를 활용해 미 당국 서버로 위치 정보를 전송한다”고 전했다※해당 기술적 세부 사항은 공식 문건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트로이 목마(Trojan Horse)란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비롯된 용어로, 겉으로는 평범한 목마(木馬)였지만 내부에 병사가 숨어 있었다는 서사를 가리킨다. 정보보안 분야에서는 정상 프로그램‧제품 내부에 숨겨진 악성코드나 백도어(backdoor)를 지칭하는 은어로 널리 쓰인다.

2.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현재

미국과 중국은 5G, 인공지능, 고성능 컴퓨팅 등 핵심 전략 산업에서 10여 년 이상 ‘총성 없는 전쟁’을 이어오고 있다. 2022년 조 바이든 행정부는 화웨이·ZTE 등 중국 통신장비 대기업의 신규 장비 판매·수입을 전면 금지했고, 2024년 1월에는 중국산 전기차·트럭이 수집하는 도로·사용자 데이터를 국가안보 차원에서 조사하겠다고 예고했다.

중국은 맞불 카드로 자국 내 반도체 자립(자급률 70% 목표)을 확대하고, 미국산 장비에 대한 의존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행정지도(行政指導)를 통해 H20로 불리는 엔비디아(Nvidia)의 데이터센터용 신형 GPU에 ‘백도어 위험이 있는지’ 해명을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3. 중국 관영매체의 주장 요지

  • 미국이 동맹국조차 잠재적 경쟁자로 규정하며 ‘감시’와 ‘제재’로 공급망을 흔들고 있다는 비판
  • “칩 수출을 빌미로 전 세계를 도청·모니터링하려는 의도”라는 주장
  • 미국산 반도체가 ‘신뢰할 수 없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글로벌 바이어들이 한국·대만·유럽 등 다른 공급원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경고

4. 업계·시장 영향 분석

① 공급망 재편 가속
추적 장치 논란은 칩 설계·제조·패키징 전 단계에 걸쳐 ‘소스 확인’ 절차를 강화하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자국 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각국 기업이 원산지 인증, 무결성 보증 같은 추가 프로세스를 요구하면, 공급망 비용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② 기술 자립·내재화 니즈 확대
중국뿐 아니라 인도, 동남아, EU 등도 ‘기술 주권’ 논의를 가속화하고 있다. 실제로 유럽연합은 2023년 ‘EU Chips Act’를 통해 2030년까지 세계 반도체 생산 비중을 2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미국의 강경 기조가 유지될수록 각국이 독자 생태계 구축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③ 글로벌 규제 리스크 프리미엄
반도체 산업의 CAPEX(설비투자)는 수년 단위로 진행되는 장기 프로젝트다. 예측 불가능한 규제 리스크가 높아지면 할인율(Discount Rate)이 커져 기업 가치 산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결국 주가 변동성과 투자 회수 기간 확대 요인으로 작용한다.


5. 전문가 견해

베이징 소재 싱크탱크 ‘차이나테크포럼’의 장웨이(張偉) 수석연구원은 “칩 하나에 위치 추적 모듈을 넣는 것은 비용·공간·발열 등 물리적 제약이 많다”며 “상징적 압박 카드 혹은 심리전(psychological warfare)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부 김현수 교수는 “칩 공급망은 ⓐ팹리스(설계) ⓑ파운드리(제조) ⓒ패키징·테스트 등 다층 구조로 얽혀 있기 때문에, 실제 유통 전 과정을 추적하려면 RFID·위성·블록체인 등 복합 기술을 동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6. 향후 전망

로이터는 “미국 정부가 추적 장치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토대로, 수출 허가(license) 체계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반면 중국은 국산 GPU·CPU 개발 속도를 높이며 ‘탈미화(脫美化)’ 로드맵을 공고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궁극적으로 양측이 상대국 제품에 ‘백도어’ 의혹을 제기하는 상호 비난 구도로 흘러가면, 글로벌 ICT 생태계가 블록화되는 ‘디커플링(Decoupling)’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 기사는 로이터 통신 원문(영문)·신화사 논평을 근거로 Investing Korea가 번역·재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