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인 주미아 테크놀로지스가 수년간의 적자 행진 끝에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면서 뉴욕증시에서 주가가 한때 30% 급등하는 등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25년 8월 8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주미아의 수장 프란시스 듀페이 최고경영자(CEO)는 전환 초기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직 흑자를 내지 못했다”며 “차분함을 유지한 채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듀페이 CEO는 2022년 말 지휘봉을 잡은 뒤 공격적 확장 전략을 접고 수익성 확보를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그는 “이번 분기 실적은 2년간 이어온 체질 개선 작업의 복리 효과”라며 “두 분기 연속 ‘깨끗한(긍정적) 성적표’를 냈다는 것은 과거와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 실적 하이라이트
주미아의 2025년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4,960만 달러를 기록했다. 총거래액(GMV)도 두 분기 연속 증가하며 수요 회복세가 뚜렷했다. GMV는 ‘Gross Merchandise Value’의 약자로, 플랫폼을 통해 판매된 상품·서비스의 총 거래액을 의미한다.
기여이익(Contribution Margin)은 전년 대비 157% 개선됐다. 특히 판매·마케팅·물류 비용 등 전반에 걸친 비용 절감 노력으로 효율성이 눈에 띄게 높아진 모습이다. 듀페이 CEO는 “하반기에 기술비와 일반관리비(G&A)를 절대 금액 기준으로 추가 절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사업 구조 조정
2015~2021년 주미아는 14개국에 진출하고 음식 배달·결제·물류 등 다양한 사업을 동시에 펼치며 몸집을 키웠다. 2019년 뉴욕증시 상장 직후 기업가치가 급등했으나, 누적 손실이 확대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듀페이 CEO는 “무한한 자금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구조 단순화가 불가피했다”며, 현재 9개 핵심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확장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수익성 달성이 우선이나, 탄자니아는 재진출 요건을 상당 부분 충족한다”고 언급했다.
■ 거센 거시경제 ‘허리케인’
나이지리아 나이라화 가치가 최대 80% 하락하고, 가나가 50%의 인플레이션을 겪는 등 통화 변동성이 기업 실적을 위협해 왔다. 듀페이 CEO는 “지난 3년간은 역풍(headwinds)을 넘어 허리케인 수준이었다”며 통화 안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주미아는 나이지리아에서 GMV가 36% 성장하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했다. 그는 “경쟁 플랫폼 ‘테무’가 진입했음에도 우리가 확고한 1위”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집트 시장 역시 상반기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상품 구색 확대와 할부 기반 BNPL(Buy Now, Pay Later) 서비스 도입으로 빠르게 회복 중이라고 설명했다.
주미아는 현금 대부분을 달러화로 보유해 외환 손실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는 공급망 파트너가 현지 통화 변동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상대적 우위를 제공한다.
■ 악시앙(Axian) 인수설
범(汎)아프리카 통신·인프라 기업 악시앙 그룹은 2분기 중 주미아 지분 8%를 취득한 뒤 9% 이상으로 늘렸고, 6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시장에서는 인수·합병(M&A) 가능성이 제기됐다.
듀페이 CEO는 “우리는 2027년 흑자 달성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며 전략적 방향 전환 가능성을 일축했다. 다만 그는 “악시앙과의 논의에서 세네갈 사업 등 시너지를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 현지 맞춤 채널 전략
주미아는 앱 주문뿐 아니라 왓츠앱·전화 주문·제3자 영업 대행 등 다채널 전략으로 농촌·저소득 지역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듀페이 CEO는 “소비자는 채널에 구애받지 않는다. 전화든, 왓츠앱이든, 앱이든 편한 방식을 택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독립 영업 대리인 네트워크 ‘제이포스(JForce)’는 접근이 어려운 내륙 시장을 개척하는 구심점이다. 그는 “제이포스는 지역 소상공인의 사업 확장에도 도움이 된다”며 ▲종이·펜을 활용한 전통 방식이 디지털 이커머스 목표와 상충한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의 1차 미션은 수익성”이라고 선을 그었다.
■ 전문가 해설: GMV·BNPL·제이포스란?
GMV는 이커머스 플랫폼 거래 규모를 가늠하는 대표 지표다. BNPL은 ‘선구매 후결제(Buy Now, Pay Later)’ 서비스로, 소비자가 즉시 물건을 받고 나중에 할부로 결제하도록 해 소비 진입 장벽을 낮춘다. 제이포스는 주미아가 2018년부터 운영 중인 대리점 네트워크로, 각 지역 판매 대리인이 오프라인 주문을 받아 플랫폼에 등록하는 구조다.
■ 다음 단계와 전망
주미아는 여전히 적자를 이어가고 있으나, 과거와 달리 ‘지속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듀페이 CEO는 “사용자 증가 가속과 추가 비용 절감이 필요하다”며 “7월 실적이 긍정적이어서 가이던스를 상향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비용에 민감한 소비자를 상대하므로 더욱 린(lean)한 운영을 유지해야 한다”며 “충격에 대비하는 최선의 방법은 품목을 합리적 가격에 제공하고 비용 구조를 최대한 가볍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낭비에 돈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비용에 민감한 고객을 위해 우리는 극도로 효율적이어야 한다.” — 프란시스 듀페이 CEO
이번 분기 실적은 투자자들에게 주미아의 ‘회복 탄력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됐다. 향후 추가적인 거시경제 충격이 있더라도, 체질 개선을 통해 버틸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