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류 소비가 팬데믹 이후 3년 연속 감소하면서 “알코올은 담배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라는 질문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025년 9월 2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정점을 찍었던 미국 내 알코올 소비량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연속으로 감소했으며, 2024년 현재 2019년 대비 약 7 %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시장조사업체 번스타인(Bernstein)은 2025년에도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1990년대 빅토바코(Big Tobacco)가 직면했던 구조적 위기와 흡사하다. 당시 담배업계는 소비량 축소‧규제 강화‧부정적 인식 확산이라는 ‘삼중 압박’ 속에서 영구적 수요 손실을 겪었다. 현재 주류업계 역시 ▶경제 사이클 둔화 ▶건강 인식 변화 ▶신약(新藥) 등장이라는 다층적 압력에 직면해 있다.
① 경기 요인: 소비 심리 악화·채무 상환
최근 미국 소비자심리지수는 하락세를 이어 가고 있다. 실업률도 완만히 상승하고 있으며 가계는 팬데믹 기간 축적된 빚을 상환 중이다. 이 같은 경기 방어적 소비 패턴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맥주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2000년 이후 처음으로 2024년 맥주가 ‘음주 기회(Drinking Occasions)’ 점유율을 확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② 구조 요인: 건강·사회적 인식의 근본적 변화
갤럽(Gallup) 조사에 따르면, 이제 대다수 미국인은 ‘적당한 음주조차 해롭다’고 인식한다.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전통적 사교 음주도 자리 잡기 어려워졌다.
③ 의약품 요인: GLP-1 계열 약물의 부상
GLP-1(Glucagon-Like Peptide-1) 계열은 당뇨 치료에서 체중 감량제로 용도가 확대된 신약이다. 대표 제품 ‘위고비’(Wegovy)·‘오젬픽’(Ozempic)은 식욕을 억제해 체중을 줄이는 효과로 주목받고 있다.
식욕뿐 아니라 알코올 섭취 욕구까지 저하시킨다는 임상‧관찰 연구가 속속 보고되면서, 주류 수요에 추가적 하방 압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번스타인의 4대 시나리오
번스타인은 주류 소비 감소 추세가 어떤 궤적을 그릴지 네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가장 비관적인 ‘데스 루프(Death Loop)’에서는 연간 ‑3 % 감소가 지속돼 2년 내 소비량이 1940년대 수준으로 후퇴한다. 중립적 베이스 케이스는 ‘완만한 침식 후 안정화’ 시나리오이며, 낙관적 전망은 2026년경 소폭 반등을 가정한다.
투자자 관점의 딜레마
미국은 여전히 글로벌 스피릿(증류주) 기업에 최대 시장이다. 매출 비중은 페르노리카(Pernod Ricard) 19 %, 브라운-포먼(Brown-Forman) 42 %에 달한다. 그러나 주가 밸류에이션은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수요 반등이 현실화된다면 상당한 업사이드가 존재하지만, “알코올이 진짜 ‘새로운 담배’로 규정될 경우 낮은 밸류가치가 결코 싸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프리미엄 전략의 한계
현재 업계가 내세우는 유일한 방어벽은 프리미엄화(Premiumization) 전략이다. “적게 마시더라도 더 좋은 술에 돈을 쓰게 하자”는 발상이다. 그러나
담배업계가 경험했듯, 결국 소비자 저변 자체가 줄어들면 가격 인상만으로는 매출을 지키기 어렵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① 단기적으론 경기 순환 요인이 크지만, ② 건강 인식 변화·신약 확산 등 장기 구조 요인이 빠르게 결합하고 있다는 점에서 하락 추세의 영속 위험을 무시하기 어렵다.
③ 규제 리스크‧소송 리스크는 아직 담배만큼 가시화되진 않았지만, 공중보건 논의가 심화될 경우 정책 리스크가 돌발 변수로 등장할 수 있다.
투자 관점에서 주류주는 현금흐름 안정성과 배당 매력을 이유로 ‘디펜시브(Defensive)’ 자산에 속해 왔다. 그러나 구조적 수요 감소가 현실화될 경우, 전통적 방어주(Defensive Stock) 프레임이 재검증 받을 가능성이 높다.
결론
주류 산업은 ‘최초의 대규모 수축’을 목전에 둔 담배업계 1990년대 상황과 유사한 기류를 보인다. 향후 2~3년은 소비 트렌드·의약 트렌드·정책 논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업계의 중장기 구조를 결정짓는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