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14일 베를린 방문…메르츠 독일 총리·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화상회담 예정

베를린발 속보 –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오는 수요일(14일) 독일 베를린을 방문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화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독일 정부 소식통이 1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밝혔다.

2025년 8월 13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이번 방문은 메르츠 총리가 금요일(16일) 알래스카에서 열릴 트럼프–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정상회담을 앞두고 유럽 주요 파트너들과 잇따라 협의를 진행하는 일정의 일환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메르츠 총리와 나란히 서서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며, 이는 우크라이나의 안보 이익을 실시간으로 설명할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독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독일 일간 『빌트』(Bild)가 가장 먼저 이 사실을 보도했으며, 메르츠 총리는 이미 핀란드,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폴란드, 유럽연합(EU)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지도부와의 협의 일정을 확정해 두었다. 이번 화상회담은 트럼프–푸틴 정상회담에 앞서 유럽 측 입장을 조율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번 회의가 알래스카 회담에 대한 유럽의 ‘견제구’ 역할을 수행하길 기대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측근들은 “즉각적인 휴전을 이유로 키이우(Kyiv)의 핵심 이익이 훼손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배경·용어 설명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 기민련(CDU) 출신 보수 정치인으로 2024년 총선 이후 ‘연정 안정’과 재정 긴축을 내세워 집권했다.
– 알래스카 정상회담: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2025년 8월 16일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북극 항로, 에너지, 군축 문제를 논의하기로 한 회담.
– 『빌트』: 독일 최대 대중 일간지로 스쿠프 보도로 유명하다.

전문가 시각
독일 베를린자유대(Free University of Berlin) 안보정책연구소의 헬가 로트만 교수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베를린 방문은 단순 의례가 아니라, ‘협상의 장(場)을 선점’하려는 외교적 포석”이라고 풀이했다. 로트만 교수는 또 “우크라이나는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 러시아와의 모든 접촉에서 서방의 동시 참여를 원칙으로 삼아 왔다”면서 “이번 화상회담은 그 원칙을 재확인하는 무대”라고 진단했다.

미국 워싱턴 소재 애틀랜틱 카운슬의 우크라이나 전문 분석가 데이비드 클라크는 “트럼프–푸틴 회담이 병력감축이나 잠정 휴전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지만, 러시아는 통상 정치적 양보를 대가로 군사적 압박을 완화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럽·미국 지도부를 동시에 설득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키이우 정부는 “독일·프랑스가 주도했던 2015년 민스크 협정 당시와 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당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의 교전 중단을 위한 합의가 있었으나, 러시아 지원 분리주의 세력의 활동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합의가 무력화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메르츠 총리실 관계자는 “핀란드·프랑스·영국·이탈리아·폴란드 정상뿐만 아니라 EU 집행위원장·NATO 사무총장도 수요일 베를린 또는 화상으로 연결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라며 “모든 논의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실시간으로 공유될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유럽의 단일 메시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독일의 역할이 커졌다고 본다. 특히 “메르츠 총리의 보수적 재정기조가 우크라이나 지원에 미온적일 것”이라는 초기 우려와 달리, 독일 정부는 최근 우크라이나 재건 기금군사·인도적 지원 규모를 확대해 왔다.

로이터 통신은 “젤렌스키 대통령 일정은 보안상의 이유로 세부 사항이 공개되지 않았다”면서도, 대통령 전용기 ‘보드원(Board One)’이 14일 새벽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공항에 착륙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전했다.

전망과 함의
① 유럽과 미국이 공동으로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안을 제시할 경우, 알래스카 회담 이후 러시아의 선택지는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② 반대로 트럼프·푸틴 회담이 별다른 합의 없이 끝난다면,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번 베를린 행보는 유럽 내부 결속을 과시한 ‘성공적 예방외교’로 평가될 것이다.
③ 경제·금융시장 측면에서도 독일과 EU의 지원 규모 확정 여부에 따라 우크라이나 국채 스프레드가 단기 변동성을 겪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처럼 젤렌스키 대통령의 베를린 방문은 단순한 의례를 넘어, 2025년 하반기 국제정세 향방을 가늠할 중대한 분수령으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