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Boeing·NYSE:BA)의 장기 개발 과제인 차세대 대형기 ‘777X’ 인증 일정이 또다시 늦춰지면서, 글로벌 투자은행 제프리스(Jefferies)가 목표주가를 기존 275달러에서 255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2025년 9월 1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제프리스는 777X의 첫 인도 시점을 2026년에서 2027년 이후로 늦춰 잡았다. 이는 현재 주가(214.63달러 종가 기준) 대비 약 18% 상승 여력만을 시사한다. 제프리스는 2028년 주당 자유현금흐름(FCF) 12.95달러를 기준으로 5.1% FCF 수익률을 적용해 새 목표주가를 산출했다.
보잉 경영진은 미 연방항공청(FAA)과 추가적인 ‘형식 검사 승인(Type Inspection Authorization·TIA)’ 단계를 협의 중이라며, 인증 절차가 기대보다 뒤처지고 있다고 최근 투자자에게 밝혔다. TIA는 항공기 개발 막바지에 시행되는 관문으로, FAA의 시험비행 관찰을 통해 최종 비행 데이터를 확보하는 작업이다.
특히 777X 시리즈 중 777-9 기종은 다섯 번째 시험기(테스트기)가 8월 초도 비행에 성공하는 등 진전을 보였으나, 일정 차질이 ‘앞당겨진 손실(Forward Loss)’ 구조로 설계된 프로그램 수익성에 막대한 재무 충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애널리스트 실라 카야오글루(Sheila Kahyaoglu)는 설명했다.
향후 재무 영향: 최대 40억 달러 (비현금) 추가 비용
제프리스는 777X 일정 지연이 2025년 3분기에 최대 40억 달러의 비현금 손실(충당금)로 반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추가 고객 보상, 생산 스케줄 교란, 기존 재고 재설계 등과 직결된다.
현재 보잉은 777X 생산과 관련해 연기된 생산비(Deferred Production Cost) 11억 달러를 장부에 남겨두고 있다. 아울러 남은 금액은 ‘발생주의 부채(Accrued Liabilities)’로 전입될 수 있다.
만약 2026년 계획된 18대 인도가 연기될 경우, 현금흐름 기준으로 20억 달러(FCF)가 추가 유출될 것으로 제프리스는 관측했다.
누적된 777X 비용: 100억 달러 돌파
777X 프로그램은 2020년 상업 운항 목표를 세웠지만 5년 넘게 지연되며 누적 비용이 이미 100억 달러를 웃돈다. 2020년 코로나19 충격과 설계 변경에 따른 65억 달러 ‘리치포워드(Reach-Forward) 손실’이 발생했고, 2022~2023년 생산 중단 기간에는 15억 달러의 이례적 비용이 추가됐다. 2024년에도 노동조합 합의 및 원가상승 요인으로 새로운 충당금이 발생했다.
“777X 프로그램의 현금 사용량은 2025년 39억 달러, 2026년 34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완화될 전망” — 제프리스 보고서
이에 따라 제프리스는 보잉의 중기 FCF 전망치를 대폭 낮췄다. 2025년에는 26억 달러 순유출, 2026년에는 35억 달러 순유출을 예상한다. 이는 기존 전망(55억 달러 순유입) 대비 큰 폭 하향이다.
장기 전망: 2028년 106억 달러 → 2029년 130억 달러 현금흐름 회복 기대
제프리스는 그러나 2027년 이후 777X 인도량이 증가하면서 2028년 FCF가 106억 달러, 2029년에는 130억 달러까지 회복될 것으로 낙관했다. 777X 주문 잔량(Backlog) 565대 중 에미레이트항공(Emirates)과 카타르항공(Qatar Airways)이 최대 비중을 차지한다. 2027~2031년 연간 생산량은 60대로 확대될 계획이다.
FCF(Free Cash Flow·자유현금흐름)는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에서 설비투자(CAPEX)를 제외하고 남은 금액으로, 배당·부채 상환·자사주 매입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실질 현금 여력’을 의미한다. FCF 수익률(FCF Yield)은 시가총액 대비 FCF 비율로 기업가치 평가 지표로 쓰인다.
또한 형식 검사 승인(TIA)은 FAA가 시험 비행 과정에 직접 탑승·감독함으로써 제작사가 축적한 비행 데이터의 정확성을 검증하는 절차다. 인증 지연 시 개발비가 눈덩이처럼 커지며, ‘리치포워드 손실’로 회계 처리돼 장부상 큰 손실로 잡히지만 실제로는 향후 수익성 회복에 따라 가감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보잉이 737 MAX 품질 이슈와 787 드림라이너 생산 차질에 더해 777X까지 늦어지면서, 이익 회복 시점이 늦춰지고 자본비용이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다만, 대형기 시장에서 777X가 갖는 장거리·고효율·폴더블 윙팁(접이식 날개) 등 차별화 기술이 수요 회복기엔 높은 경쟁력을 가져올 것이라는 의견도 공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