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퍼리스의 결정, 해운업 투자 심리에 미묘한 파장
글로벌 투자은행 제퍼리스(Jefferies)가 18일(현지시간) 매트슨(Matson Inc., 뉴욕증권거래소: MATX)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Buy)’에서 ‘보유(Hold)’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발(發) 해상 물동량 약세와 운임 하락세가 장기화하면서, 단기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주가 상승 여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025년 7월 1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제퍼리스는 목표주가 역시 종전 135달러에서 115달러로 14.8% 낮췄다. 이는 매트슨 시가총액과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산정)을 역사적 평균 EV/EBITDA 6배에 맞춰 보수적으로 산출한 결과다.
EV/EBITDA는 기업가치(EV)를 세전·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으로 나눈 지표로, 업종·기업 간 비교 시 주가(가격) 대비 수익성을 가늠하는 대표적 방법이다. 제퍼리스는 글로벌 컨테이너선 업계의 평균 멀티플이 6~7배 수준임을 근거로,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시장 친화적 밸류에이션을 적용했다”라고 설명했다.
■ 2분기 실적 “예상 상회”…그러나 중국-미국 노선 스팟 운임 급락이 부담
제퍼리스는 매트슨의 2분기 주당순이익(EPS)을 2.18달러로 유지했다. 이는 1분기 2.18달러와 동일해 분기별로는 ‘보합’이지만, 전년 동기 3.31달러 대비 34.1% 감소한 수준이다. 회사 측 물동량은 4월 급격히 감소했으나, 5월에는 미–중 일시적 관세 유예 효과로 반짝 회복세가 나타났다. 다만 6월부터 7월 초까지 물동량이 다시 둔화되며 스팟(현물) 운임은 연초 저점 부근으로 내려앉았다.
제퍼리스는 보고서에서 “상하이–미국 서부 해안 항로 운임이 4월 40피트 컨테이너(40FT)당 2,500달러에서 6월 초 6,00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7월에는 2,000달러 선까지 급락했다”라며 “유례없는 변동성이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매트슨은 ‘고속 서비스(Premium, High-Speed Service)’를 앞세워 경쟁사 대비 높은 요율을 받아왔지만, 전체 시장 수요가 위축되면서 프리미엄 확대 폭 또한 제한적이다. 이에 따라 제퍼리스는 3분기 EPS 전망치를 3.49달러→2.38달러로, 2025년 연간 EPS 역시 10.64달러→8.99달러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 베트남 물량 확대는 긍정적이지만…물류 성수기 가시성은 ‘불투명’
매트슨은 최근 몇 년간 미국 서안–베트남 노선 개설로 동남아 신규 화주(貨主)를 확보했다. 캘리포니아 롱비치항–베트남 호찌민항을 잇는 ‘CLX+’ 서비스는 도어 투 도어(door-to-door) 기준 12일 내외의 빠른 리드타임(배송 기간)을 강점으로 한다. 제퍼리스는 “베트남 발주 증가가 중국 의존도를 일부 완화해 줄 수 있다”면서도 “올해 물류 성수기(Peak Season)가 예년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어 연간 가이던스에 대한 가시성이 낮다”라고 평가했다.
컨테이너 운임은 소비자 수요·재고 사이클·정책 변수에 따라 좌우된다. 특히 미중 통상 갈등이 심화될 때마다 단기 운임 급등락이 반복돼 왔다. 화물주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완화적 통화정책 기대에도 미국·유럽 소비심리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면서 “미국 서부 해상노동자 파업 리스크, 파나마 운하 통과 제한 등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 용어·배경 설명
스팟 운임(Spot Rate)은 계약 없이 단발성으로 운송할 때 적용되는 현물 요금이다. 공급·수요 균형이 실시간으로 반영돼, 선사(船社)와 화주 간 장기운임(Long-Term Rate)보다 변동 폭이 크다.
EV/EBITDA 지표는 기업가치를 부채까지 포함한 ‘Enterprise Value’로 환산, 실제 현금 창출력인 EBITDA와 비교함으로써 부채 구조가 다른 기업 간 밸류에이션 왜곡을 최소화한다. 해운업은 선박·터미널 투자 등 고정자산 비중이 높아 감가상각비(D&A)가 큰 폭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PER(주가수익비율)보다 EV/EBITDA가 선호된다.
■ 기자 시각: “운임 사이클 변동이 투자 핵심 변수”
전문가들은 매트슨의 강점으로 미국 본토–하와이, 알래스카 등 독점·과점적 항로를 보유한 점을 꼽는다. 또, 매트슨은 자체 항만·트럭을 보유해 고객 맞춤형 물류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어, 경기 침체 구간에서도 현금흐름 방어력이 우수한 편이다.
그럼에도 과거 사례를 보면, 컨테이너 해운주는 EPS 변동성이 극심해 밸류에이션 저점·고점 간 괴리가 클 수밖에 없다. 2021~2022년 팬데믹 물류대란 당시 매트슨 주가는 단기간 3배 이상 올랐지만, 운임 정상화가 시작되자 1년 반 만에 대부분 반납했다. 결국 투자 포인트는 ‘운임 사이클·물동량’에 대한 선행지표 탐색이다.
최근 물류 스타트업·데이터 업체들은 항구 적체 지수, 선복(船腹) 가동률, 신규 선박 발주량, 항로별 ETA 변동 폭 등을 실시간 제공하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하반기에도 중국발 수출 컨테이너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매트슨에 대한 보수적 접근은 단순한 ‘눈높이 낮추기’가 아닌,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합리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 결론
제퍼리스는 “매트슨이 업계 평균을 상회하는 현금창출력과 프리미엄 서비스를 유지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중국·미국 노선 운임 약세와 물동량 정체가 주가 리레이팅(재평가)을 제한할 수 있다”라고 요약했다. 이어 “베트남 화물 증가,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등이 잠재적 상방 요인이지만, 가시성이 확보되기 전까지 보수적 스탠스를 유지한다”라고 덧붙였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운임·물동량 주간 데이터와 미중 통상정책 발표 일정을 주시하며 분할 매수 또는 방어적 포트폴리오 조정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