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이 9월 19일 종료되는 이틀간의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0.5% 수준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일본 총리 이시바 시게루의 돌연 사임으로 증폭된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 시장이 예상하는 바와 일치한다.
2025년 9월 1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로이터가 실시한 애널리스트 설문조사에서 다수 응답자가 BOJ 동결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었다. 중앙은행은 올해 초 한 차례 17년 만의 인상을 단행한 뒤 줄곧 금리를 동결해 왔다.
“상승 압력이 점차 고착화되는 일본 물가가 정책 위원들의 매파적(긴축 선호) 발언을 유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총재 우에다 가즈오는 “물가가 안정적으로 2%를 상회할 때 추가 인상을 단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번 회의에서 공식적인 금리 변경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치 변수: 이시바 총리 사임과 여당 참의원 과반 상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9월 중순 전격 사임을 발표했다. 직전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LDP)이 과반을 잃자, 소수 정당 및 지역 정당과의 연대 필요성이 급부상했지만, 정치 교착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관측이 강하다. 이는 BOJ가 향후 정책 판단에 앞서 정국의 안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ANZ는 최근 보고서에서 “정치·무역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올해 남은 기간 BOJ가 금리를 움직일 가능성은 낮다“며, 2026년 1월로 예정했던 다음 0.25%p 인상 시기를 더 늦추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무역 관세와 경제 전망
미·일 무역협정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일본산 일부 제품에 15% 관세를 유지하고 있다. BOJ 정책 입안자는 관세가 수출 의존형 제조업과 국내 물가에 미칠 파급효과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ING는 “2분기 일본 경제가 예상치를 상회했으나, 이는 금리 추가 인상 근거로는 충분치 않다”며, 10월 소폭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전망 불확실성”을 이유로 한발 물러섰다.
시장 반응 시나리오
주식시장: 최근 Nikkei 225와 TOPIX는 미국 금리 인하 기대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다만 매파적 시사가 나온다면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대로 비둘기파(완화 선호)적 신호가 재확인되면 완화적 유동성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투자 심리를 지지할 전망이다.
외환시장: 엔화(USD/JPY)는 최근 미국 금리 하락과 안전자산 선호로 강세를 보이며 2개월 만에 최저 수준까지 절하됐다. BOJ가 물가 상승 경계를 강조하면 엔화 강세가 가속화될 수 있다. 반면, 비둘기파적 스탠스는 엔화를 다시 약세로 이끌 개연성이 있지만, 미국 금리 하락 기대가 달러를 약화시키는 만큼 엔화 하방폭은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도 있다.
용어 설명: BOJ·자민당·매파 vs 비둘기파
• BOJ(Bank of Japan): 일본의 중앙은행으로, 통화정책을 수립하고 엔화 발행·금리 조정 등을 담당한다.
• 자민당(LDP): 1955년 창당 이래 일본 정치를 주도해 온 보수 성향의 여당이다.
• 매파(Hawkish): 물가 상승 억제를 위해 긴축 정책을 선호하는 입장.
• 비둘기파(Dovish): 경기 부양을 위해 완화 정책을 선호하는 입장을 가리키는 금융시장 용어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시장 전문가들은 “정치적 리스크가 정책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만큼, BOJ는 연말까지 관망 자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다만 물가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 2026년 이전 추가 인상 카드가 재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본지 취재진은 연준(Fed)의 금리 인하 속도, 중국 경기 모멘텀, 엔화 환율 등이 일본 통화정책의 핵심 변수로 남을 것으로 판단한다.
결국 9월 회의 결과가 시장에 주는 메시지는 “일본은행은 정치·물가·대외 변수라는 삼중고 속에서도 신중함을 택했다”는 사실이다. 투자자들은 BOJ 총재의 기자회견 한마디 한마디를 통해 2026년 인상 로드맵의 실마리를 찾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