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재정 불안에 일본 국채 매도 가속…17년 만에 최고 수익률 근접

도쿄발(로이터)—일본 국채(JGB)가 23일 급락하며 10년물 기준금리 수익률이 17년 만에 최고치에 근접했다. 투자자들은 정치적 불확실성과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정상화 경로가 모호해진 상황을 가격에 반영하면서 위험 프리미엄을 대폭 확대했다.

2025년 7월 23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재무성(MOF)이 실시한 초장기물(20·30·40년물) 국채 입찰은 약 14년 만에 최저 수준의 응찰률을 기록했다. 이는 21일 치러진 참의원(상원) 보궐선거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LDP)과 연립 파트너 공명당이 패배한 이후 처음 열린 초장기물 발행이다.

거래일 동안 굵직한 이벤트가 잇따랐다. 미국과 일본은 무역협정 체결을 발표했고, 정치권에서는 ‘이시바 총리 조기 사임설’이 급속히 확산됐다. 여기에 BOJ 고위 인사가 경기 둔화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시장의 긴장감은 한층 고조됐다.


📈 수익률 급등 세부 지표

• 10년물 JGB 금리: 1.60%(전일 대비 10bp↑) — 2008년 10월 이후 최고
• 10년물 국채선물: 1.06엔 급락, 137.54엔 — 3월 28일 이후 최저
• 환율: 1달러 = 147.03엔

“매수인 파업(buyers’ strike) 가능성을 보고 있다.” 호주 중개사 페퍼스톤의 리서치 총괄 크리스 웨스턴은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물가 상승률이 정책금리 대비 지나치게 높다”며 “이런 수준의 금리에서 국채를 사야 할 이유가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웨스턴은 영국 국채(길트) 시장에서도 비슷한 매도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일요일 참의원 보궐선거 패배는 자민당과 공명당이 지난해 중의원에서도 과반을 잃은 데 이은 연속 타격이다. 야당은 세금 인하와 재정지출 확대를 주장하며 ‘생활비 인플레이션’ 대응을 촉구해 왔다.

이시바 총리의 측근에 따르면 총리는 사임 의사를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언론은 ‘이르면 다음 달 말’ 가능성을 보도했지만, 총리 본인은 “그런 의향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다.

⚖️ 차기 총리·통화정책 변수

삭소뱅크의 차루 차나나 최고투자전략가는 “JGB 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시선은 새 총리의 정책 아젠다와 BOJ의 미세조정 신호에 곧바로 쏠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재정보수주의자로 알려진 이시바 후임자가 확장 재정 노선을 지지할 경우,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2.5배에 달하는 국가부채가 더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선거 패배는 일본은행에도 ‘이중 딜레마’를 안긴다. 재정 확대 기대는 물가를 고공행진하게 만들 수 있지만, 정치 공백과 미·중 무역전쟁 여파는 성장 둔화 리스크를 키워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도록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즈호증권오모리 쇼키 채권 전략가는 “사임설 보도 이후 시장의 즉각적 반응은 정치 리스크 프리미엄 확대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중 리스크로 포지셔닝 자체가 어려워 초장기물의 부진은 8월, 길게는 9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용어 정리

  • JGB(Japanese Government Bond): 일본 정부가 발행하는 원화·엔화 표시 국채. 만기 1년~40년 등 다양하다.
  • 초장기물: 만기가 20년 이상인 국채. 만기 길수록 가격 변동성(Beta)이 크다.
  • bp(basis point): 금리 0.01%p를 뜻하는 금융단위. 10bp 상승은 0.10%p 상승과 동일하다.

한편 재무성은 최근 수익률 급등과 응찰 저조를 고려해 초장기물 발행 규모를 축소했다. BOJ는 다음 주 통화정책 회의를 개최할 예정인데, 우치다 신이치 부총재는 “미·일 무역협정 체결로 불확실성이 줄었다”고 발언하면서도 “경기와 물가 전망은 여전히 하방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BOJ가 점진적 금리 정상화 기조를 유지하되, 정치·재정 변수 등 복합 리스크를 감안해 ‘비둘기파적’(완화적) 스탠스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다. 실제로 BOJ는 올해 들어 장기물 수익률 상단을 1.75%까지 묵인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여러 차례 시사해 왔다.

종합적으로, 증폭되는 정치 리스크와 통화정책 불확실성, 그리고 구조적 재정 취약성은 일본 국채 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예고한다. 투자자들은 일본 정부의 재정 운용 계획, 차기 총리의 정책 방향, BOJ의 국채 매입 규모 조정 등 핵심 변수를 면밀히 주시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