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광물을 둘러싼 전 세계적 경쟁이 한층 격화되면서, 미국 증시에 상장된 희토류 광산·소재 기업들의 주가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기사 서두에 언급된 티커: SZZL. 캘리포니아 주 마운틴패스의 MP 머티리얼스 광산 전경과 함께, 투자자들의 관심이 희토류 공급망으로 급속히 쏠리는 흐름이 뚜렷하다.
2025년 11월 3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수주일간 일부 조정을 거쳤음에도 미국 상장 희토류 테마는 단기 급등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크리티컬 메탈스(Critical Metals)의 주가는 최근 3개월 동안 241% 상승했으며, 니오코프 디벨롭먼츠(NioCorp Developments·티커 NB), 에너지 퓨얼스(Energy Fuels·티커 UUUU), 아이다호 스트래티직 리소시스(Idaho Strategic Resources·티커 IDR) 역시 같은 기간 100%를 훌쩍 넘는 급등을 기록했다.
연초 이후 성과는 더 두드러진다. 에너지 퓨얼스의 주가는 올해 10개월 동안 약 4배로 뛰었고, 니오코프 디벨롭먼츠의 주가도 거의 5배에 달하는 상승률을 보였다. 이는 지정학적 긴장, 정책 기대, 공급망 재편 이슈가 결합해 희토류 섹터 전반에 걸친 리레이팅(re-rating)을 촉발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희토류는 세계 1, 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 간 지정학 경쟁의 핵심 지렛대로 부상했다. 세계 최대 수준의 희토류 매장지를 그린란드 남부에 보유한 크리티컬 메탈스의 토니 세이지(Tony Sage) 최고경영자는, 미국 상장 희토류 광산주 랠리를 “대규모 시장 붐의 증거”라고 표현했다.
“나는 이를 이렇게 말한다. 역사적으로 네 번의 큰 붐이 있었다. 19세기의 금 붐, 20세기의 석유 붐, 21세기 초의 기술 붐 — 그리고 지금은 희토류 붐이 왔다.”
그는 이어 “희토류 붐은 미래이며, 모든 것을 움직이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희토류란 무엇인가: 17개 원소의 전략성
희토류는 주기율표에 속한 17개 원소의 총칭으로, 그 원자 구조가 특유의 강한 자성을 부여한다. 이 물질들은 스마트폰 같은 일상 전자제품부터 전기차(EV), 방위산업 장비에 이르기까지 현대 기술 전반에 필수다. 기사에서 언급된 네오디뮴(Neodymium)은 대표적인 영구자석 소재로, 고성능 모터와 발전기 등에 널리 쓰인다.
중국은 희토류 채굴·정련·가공 단계 전반에서 사실상 독점적 우위를 확보해 왔다. 최근 중국은 공급망 지배력을 유지·강화하기 위해 희토류 수출 통제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10월 30일 대한민국 부산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해국제공항에서 양자 회담을 가진 뒤, 베이징은 10월 9일 발효 예정이던 새로운 수출 통제를 1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이 소식에 미국 상장 희토류주는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다만,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합의가 장기적 완화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이라고 평가한다. 공급망 재편은 선언적 합의만으로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고, 투자·인허가·정련능력 확충 등 복합 요인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모든 붐에는 석유를 찾지 못한 석유 회사도, 금을 찾지 못한 금 회사도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생존하지 못할 희토류 기업이 적지 않을 것이다. 붐은 하이프를 부르고, 하이프는 과열 투자를 낳기 마련이다.” — 토니 세이지
세이지는 “상승세가 직선으로 이어지는 법은 없다. 들쭉날쭉한 변동 속에서도, 올바른 곳의 올바른 프로젝트, 그리고 적절한 파트너를 갖춘다면 추세는 옳은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 크고 더 긴 슈퍼사이클”
뉴 프런티어 미네랄스(New Frontier Minerals)의 케빈 다스(Kevin Das) 수석 기술 컨설턴트는, 단기 조정 가능성을 전제하면서도 현 시장을 “희토류 붐”으로 규정하는 데 동의했다.
“우리는 더 큰 슈퍼사이클의 상승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자재 저가격과 투자 부족의 시기를 지나왔고, 이제 AI의 부상과 함께 훨씬 크고 오래가는 사이클을 보게 될 것이다.” — 케빈 다스
다스는 바이든 행정부의 청정에너지 프로젝트 지원이 리튬 관련주 랠리로 이어졌던 전례를 거론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희토류를 후원하는 구도와의 유사성을 지적했다.
그는 “지난 9~10개월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영토 편입’ 가능성을 거론했고, 우크라이나와 희토류 거래를 논의했으며, 결정적으로 MP 머티리얼스와의 지분 거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2~3년의 런웨이는 매우 유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냉정론: “아직은 구조적 전환의 초입”
리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 공급망 리서치 총괄인 오던 마틴센(Audun Martinsen)은, 최근의 주가 급등이 지정학적 긴장, 전략적 정책 지원, 투기적 모멘텀이 뒤섞인 결과라고 진단했다.
“희토류는 방위, 전기차, 청정에너지에 필수적인, 세계 산업 전략의 중심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이는 성숙한 ‘네 번째 붐’이라기보다, 구조적 변화의 초기 단계로 보인다.” — 오던 마틴센
“우리는 수입으로 공백을 메우는 ‘필 더 갭(fill the gap)’에서, 국내·지역에서 직접 채굴하는 ‘마인 더 갭(mine the gap)’ 철학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는 길고, 비싸며, 험난한 여정일 것이다.” — 오던 마틴센
클린에너지 전환과 ‘정치’
컬럼비아대학교의 기후경제학자 게르노트 바그너(Gernot Wagner)는, 핵심 광물 확보 경쟁을 가속하는 요인으로 구조적 요인과 정치적 요인을 꼽았다.
“정치적 시도가 무엇이든, 클린에너지 전환은 진행 중이며 가속되고 있다. 이 전환은 여러 핵심 광물에 의존하고, 그 가격은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 게르노트 바그너
그는 중국이 다수 핵심 광물의 저비용 공급자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이는 우연이 아닌 “통합된 공급망에 대한 베이징의 장기적 산업정책 투자”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공급망 국내화 시도는 국가안보 등 정당한 이유가 있고, 그 과정에서 가격과 미국 광산기업 주가를 끌어올릴 것이다. 동시에 일부 현상은 정치적 변동성과 불규칙한 무역전쟁의 산물이기도 하다.” — 게르노트 바그너
용어·맥락 정리: 왜 ‘희토류’가 중요한가
– 희토류(稀土類): 스칸듐, 이트륨, 란탄족 등 17개 원소의 총칭네오디뮴, 프라세오디뮴 등. 높은 자성과 특수 광학·촉매 특성으로 디지털 전환·전동화·방위산업의 핵심 소재다.
– 핵심 광물: 리튬·니켈·코발트·망간·그래파이트·희토류 등 에너지 전환과 전략산업에 필수적이라 각국이 공급안보 차원에서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광물 군을 말한다.
– 수출 통제: 특정 광물·기술의 반출을 제한해 공급망·안보·산업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는 조치. 중국의 희토류 통제 유예(발효 예정일 10월 9일→1년 연기)는 단기적으로 가격·주가 변동성을 완화했으나, 정책 리스크는 상존한다.
– 슈퍼사이클: 장기 호황 국면을 뜻한다. 케빈 다스가 지적했듯, 저가격·투자부진 이후 수요 모멘텀(AI·전동화·에너지 전환)이 결합할 때 형성될 수 있다. 다만, 오던 마틴센의 견해처럼 아직은 초기 구조 전환 단계로 보는 시각도 강하다.
투자 시사점(객관적 관찰)
기사에서 확인되듯, 크리티컬 메탈스 241%/3개월, 에너지 퓨얼스 YTD 4배, 니오코프 YTD 5배 근접 등 숫자는 강한 모멘텀을 보여준다. 그러나 토니 세이지가 경고했듯, 붐에는 하이프와 과열이 따른다. 희토류 공급망은 채굴→정련→가공→자석·부품으로 이어지는 장주기(capex·인허가·환경 규제) 특성을 가진다. 국가안보·정책 변수, 가격 변동성, 프로젝트 실행 위험이 중첩되는 만큼, 단기 이벤트(예: 수출 통제 유예, 정상회담)와 중장기 구도(에너지 전환·AI 수요)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요컨대, 미·중 경쟁의 지속, 클린에너지 전환의 가속, 공급망 국내화라는 세 축이 희토류 섹터의 장기 잠재력을 지지하는 한편, 정책·규제와 투자 과열이 동시다발적 변동성의 원천이 될 가능성도 크다. 이번 부산 APEC 계기 트럼프–시진핑 회담 이후의 대중(對中) 통제 유예는 시간을 벌어준 이벤트로 평가되나, 구조적 공급망 재편은 여전히 길고 비싼 과정임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