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공급 과잉 우려에 국제 설탕 선물가 약세 지속

뉴욕 ICE 원당(October NY world sugar #11) 및 런던 ICE 백설탕(October London ICE white sugar #5) 선물가격이 25일(현지시간) 각각 ‑1.69%와 ‑1.92% 하락하며 주간 내내 약세를 이어갔다. 투자자들은 특히 인도가 차기 작기(10월 시작)에 설탕 수출을 재개할 수 있다는 관측에 주목하며 매도세를 강화했다.

2025년 7월 27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블룸버그가 23일 전한 ‘인도 수출 재개설’이 시장 심리를 크게 흔들었다. 인도 기상청(IMD)은 7월 21일 기준 누적 몬순 강수량이 평년 대비 6% 많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bumper crop(풍년) 가능성을 높여 수출 여력을 확대할 것이라는 분석으로 연결됐다.

국제 설탕 선물에서 통용되는 ‘#11’과 ‘#5’는 각각 원당(未정제 설탕)과 백설탕 선물을 가리키는 표준화된 계약 번호다. 두 상품 모두 15.4톤(원당) 또는 50톤(백설탕) 단위로 거래되며, 결제 통화는 미 달러다. 일반 투자자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으나, 글로벌 물가 및 원자재 인플레이션을 읽는 중요한 선행 지표로 평가받는다.

NY 원당 가격차트

시장 참여자들은 또 다른 공급 대국인 브라질의 생산 동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브라질 민간 분석기관 Datagro는 21일 “건조한 날씨 덕분에 설탕 제조가 에탄올보다 수익성이 높아졌다”며 “7월 상반기 동안 전체 사탕수수의 54%가 설탕 생산으로 전환돼 추가로 320만 톤이 시장에 풀릴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2위 생산국 인도의 증산 전망 역시 약세 압력을 더한다. 전국협동조합제당공사연합(NFCSF)은 6월 2일 “2025/26연도 인도 설탕 생산량이 전년 대비 19% 증가한 3,500만 톤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2024/25연도의 26.2 Mt(5년 만의 최저)에서 17.5% 감소한 뒤 반등하는 구조다. 동시에 인도제당공사협회(ISMA)가 7월 7일 발표한 집계에서는 ‘2024/25 제당연도(10월~다음 해 9월) 5월 15일 기준 누적 생산량이 전년 대비 17% 적은 2,574만 톤’으로 나타났다.

London 백설탕 가격차트

가격은 이미 3개월간 지속된 하락세 끝에 역사적 저점 근처에 근접했다. 뉴욕 원당은 7월 초 4.25년만의 최저가, 런던 백설탕은 거의 4년만의 최저가를 기록했다. 이는 6월 30일 상품 트레이더 Czarnikow가 “2025/26 시즌 세계 시장에 800만 톤(7.5 Mt) 이상의 공급 과잉이 예상된다”고 밝힌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재 추세라면 향후 8년 사이 최대 규모의 잉여 공급이 현실화할 것” — Czarnikow 보고서*

미국 농무부(USDA)가 5월 22일 발표한 반기 보고서도 같은 흐름을 뒷받침한다. 보고서는 ‘2025/26 글로벌 설탕 생산량이 사상 최고치인 1억 8,932만 톤으로 4.7% 증가, 최종 재고는 7.5% 늘어난 4,118만 톤’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기간 소비는 1.4% 느는 1억 7,792만 톤으로 전망돼 공급 과잉 구조가 굳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다만 가격 급락이 단기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는 점은 상반된 변수다. 중국의 6월 설탕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1,435% 폭증한 42만 톤을 기록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4일 연설에서 “코카콜라가 미국 판매 제품에 고과당 옥수수시럽 대신 사탕수수 설탕을 사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혀,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미국 내 설탕 소비가 1,100만 톤에서 1,150만 톤으로 4.4% 증가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

공급 축소 요인도 존재한다. 브라질 설탕산업협회(UNICA)는 14일 “2025/26 시즌 6월 말까지 브라질 중남부 누적 설탕 생산이 전년 대비 14.3% 감소한 1,225만 톤”이라고 발표했다. 브라질 국가농업공급공사(Conab) 역시 “2024/25 시즌 생산이 가뭄과 폭염 탓에 3.4% 줄어든 4,411만 톤”이라고 전했다.

세계 3위 생산국 태국도 변수다. 태국 사탕수수·설탕위원회(OCSB)는 5월 2일 ‘2024/25 생산량이 1,000만 톤으로 14% 늘었다’고 발표했다. 태국은 두 번째로 큰 설탕 수출국이어서, 추가 공급은 가격에 추가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

반면 국제설탕기구(ISO)는 5월 15일 ‘2024/25 글로벌 설탕 공급 부족 규모를 ‑547만 톤으로 9년 만에 최대치’로 수정했다. 이는 2023/24 시즌 131만 톤 흑자에서 급격히 긴축으로 돌아선다는 의미다. 동시에 ISO는 2024/25 생산 전망치를 1억 7,480만 톤으로 70만 톤 하향해 시장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했다.

주요 기관·용어 해설

  • ISO(International Sugar Organization): 국제 설탕 관련 정부 및 민간 회원이 참여하는 정부 간 기구로, 공급·수요 통계와 정책 권고를 제공한다.
  • Czarnikow: 19세기 설립된 영국계 설탕·에탄올 전문 상사 겸 리서치 기관으로, 글로벌 설탕 수급 전망 보고서가 업계 벤치마크로 활용된다.
  • UNICA: 브라질 사탕수수 산업협회로 생산량·가공비율·수출 통계를 실시간 제공한다.

전문가 시각: 최근 선물 시장에 누적된 매도 포지션 규모가 사상 최상위권에 근접함에 따라, 단기 반등(쇼트 커버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브라질·인도·태국 등 핵심 생산국이 실제로 예측치에 부합하는 작황을 보여줄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2026년까지 추가 하락 여지가 남아 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