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미국의 대중(對中) 수출 제한 1년 유예, 규제 효과 약화시킬 가능성”

【워싱턴·서울】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미국 수출 통제(affiliates rule)가 1년간 유예되면서, 당초 의도했던 규제 효과가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미국 전·현직 당국자들의 경고가 나왔다.

2025년 10월 3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워싱턴은 중국 측의 희망에 따라 ‘계열사 규칙(affiliates rule)’의 발효를 1년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 29일 발표된 규칙으로, 제재 대상이 된 중국 기업이 자회사·관계사를 통해 미국산 기술·부품을 우회 수입하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 1년 유예가 가져올 구조 개편 우려
규제 연기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 1기 상무부 차관보를 지낸 나작 니카흐타(Nazak Nikakhtar)*전(前) 고위 관료는 “이번 ‘중단(pause)’은 중국 기업들에 충분한 시간을 제공해 지배 구조를 변경하거나 지분을 재편함으로써 규제 재도입 시점을 피해 갈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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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들은 수년간 미 법률을 우회하는 데 매우 능숙해졌다

”고 강조했다.

■ 미·중 정상회담의 ‘주고받기’ 결과
해당 유예 결정은 한국에서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의 결과물이다. 미 재무장관 스콧 베슨트(Scott Bessent)는 폭스비즈니스네트워크 인터뷰에서 “희토류 수출 면허제도에 대한 중국의 1년간 보류와 맞바꾸는 형태로 미국도 계열사 규칙을 1년간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Yes, we are going to be suspending that for a year in return for the suspension … on the rare earth licensing regime”라며 상호 양보 성격임을 부각했다.


■ 규칙이 겨냥한 대상: 1,300개에서 2만 개로 폭증
로이터가 인용한 데이터 분석업체 와이어스크린(WireScreen) 보고서에 따르면, 9월 29일 공개된 계열사 규칙은 ‘제재 대상 기업이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중국 회사’를 추가로 블랙리스트화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술·부품 수출 제한을 받는 중국 내 법인이 기존 1,300개에서 약 2만 개로 15배 이상 확대됐다.

■ “국가안보 이점 상당 부분 상실”
사이프 칸(Saif Khan)*바이든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기술·국가안보 국장은 “규제 유예는 해당 규칙이 의도했던 국가안보적 효익을 크게 제약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미측이 전략 카드 하나를 내려놓은 셈”이라고 평가절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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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들의 ‘눈치 보기’ 지속
무역 전문 변호사 댄 피셔-오언스(Dan Fisher-Owens)는 “미국 기업들이 규제 완화를 이유로 즉각 대중(對中) 수출을 재개하기엔 여전히 신중할 것”이라며 “협상이 틀어질 경우 규정이 다시 부활할 수 있다는 위험이 존재해, ‘본격 영업 재개’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용어 해설: ‘계열사 규칙(affiliates rule)’과 ‘희토류’
계열사 규칙‘특정 제재 대상 기업이 50% 이상 보유한 자회사·관계사’를 동일한 제재 대상으로 간주해 수출 통제를 두는 규정이다. 이를 통해 지분 구조를 활용한 우회 수입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희토류(rare earth)는 전기차 배터리·고성능 자석·방위 산업에 필수적인 17개 원소군을 지칭한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공급망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해, 각국의 전략·안보 분야에서 ‘지렛대’로 활용돼 왔다.

■ 전망 및 함의
전문가들은 1년 유예가 ‘협상 모멘텀’ 확보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구조 개편 시간을 벌어준 중국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제재 효과를 상쇄할 가능성에 우려를 표한다. 또한 미국 내 공급망 다변화 노력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 반대로 중국은 희토류 통제를 지렛대 삼아 추가 양보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시장에서는 “규제가 재개될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중장기적 투자·거래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편집자 주: 본문에 인용된 견해는 인터뷰이들의 평가로, 정책 가이드가 아닌 참고용 의견임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