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홀에서 파월 의장은 어떻게 다음 통화정책 방향을 예고해 왔나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025년에도 와이오밍주 잭슨 레이크 로지의 광활한 로비를 거쳐, 박제된 그리즐리 곰과 엘크 뿔 샹들리에가 걸린 연회장으로 걸어 들어가 세계 중앙은행가들이 모인 권위 있는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연설문을 내놓는다.

2025년 8월 21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7년 말 그를 연준 수장으로 지명한 이후 이번이 여덟 번째 잭슨홀 연설이지만, 그가 임기 내 마지막으로 현장을 밟는 자리라는 점에서 한층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잭슨홀 심포지엄은 1978년부터 미 캔자스시티연방은행이 주최해 온 연례 학술회의다. 전 세계 중앙은행 총재·학자·경제 관료가 한자리에 모여 향후 통화정책과 글로벌 거시경제 현안을 논의한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곳에서 발신되는 메시지를 통해 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향후 금리 경로를 가늠해 왔다.


2018년: ‘경제의 별(STAR)’과 점진적 인상 시사

파월 의장은 첫 잭슨홀 연설에서 자연실업률(u*)과 중립금리(r*) 같은 ‘별’ 개념을 언급하며 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그는 “너무 빨리 움직이면 확장세를 단축시키고, 너무 천천히 움직이면 과열 위험을 키운다”며 “점진적 금리 인상이 양쪽 위험을 모두 고려한 길”이라고 말했다. 이후 FOMC는 2018년 하반기에 0.25%포인트씩 두 차례 추가 인상을 단행해 연간 총 네 번 금리를 올렸다.

2019년: 무역 불확실성과 첫 인하 사이

무역전쟁이 본격화된 2019년 그는 “글로벌 성장 둔화, 무역정책 불확실성, 낮은 인플레이션”을 위험 요인으로 지목하며 확장세 유지를 위해 “적절히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연설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파월과 시진핑 중 누가 더 큰 적인가”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연준은 해당 해 7·9·10월 세 차례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하했지만, 트럼프의 요구 수준에는 못 미쳤다.

2020년: ‘포용적 고용’과 평균 2% 인플레이션

팬데믹으로 화상으로 열린 2020년 연설에서 파월 의장은 연준의 새 통화정책 틀을 공개했다. 최대 고용을 “광범위하고 포용적인 목표”로 정의하고, 2%를 하회한 기간이 길면 그 이후에는 “일정 기간 2%를 상회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연준은 같은 해 9월 ‘세 가지 조건(최대 고용·2% 인플레·인플레가 2%를 완만히 상회한다는 전망)’을 충족할 때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명문화했다.

2021년: ‘일시적(transitory) 인플레이션’ 판단

두 번째 온라인 연설에서 그는 “현재 높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진단했다. “정책이 때를 놓치면 타이밍이 어긋난다”며 조기 긴축을 경계했지만, 이후 이는 연준 내부에서도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과적으로 연준은 2022년 3월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했고,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역시 2021년 11월에야 시작됐다.

2022년: 고통과 함께하는 공격적 인상 예고

파월 의장은 “물가안정을 회복하려면 높은 금리·성장 둔화·고용시장 약화가 가정돼야 한다”며 “기업과 가계에 고통을 초래하겠지만 필요하다”고 단언했다. 이후 연준은 6·7·11월 회의에서 네 번 연속 0.75%포인트 빅스텝을 포함해 급격한 인상을 단행, 2023년 7월 기준금리를 5.25~5.50%까지 끌어올렸다.

2023년: 추가 인상 가능성은 열어두되 ‘신중’ 강조

“추가 긴축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겠다”며 전년보다는 완화된 발언을 했으나 “물가안정이 달성될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FOMC는 그해 7월 설정한 금리 수준을 1년여간 유지했다.

2024년: 인하 신호…물가→고용으로 리스크 전환

팬데믹 이후 가장 뚜렷한 변화는 위험의 초점이 인플레이션에서 고용시장으로 옮아갔다는 점이다. 파월 의장은 “물가가 2%로 회귀한다는 확신이 커졌다”며 “노동시장 추가 냉각은 원치 않는다. 정책을 조정할 때가 왔다”고 선언했다. 연준은 2024년 9월 0.50%포인트, 11·12월에 0.25%포인트씩 추가 인하해 연 4.00~4.25%대로 내렸다.


파월 연설이 갖는 의미와 투자자 유의점

잭슨홀 연설은 형식적으로 연구 논문 발표 형식을 띠지만, 실제로는 연준 의장의 ‘리허설 없는’ 시그널링 무대로 통한다. 정책 결정과 직접 연결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사례에서 보듯 연설문 속 한 문장이 향후 금리 경로를 암시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2022년 연설 직후 미 국채 2년물 수익률이 10년 만에 최대폭 상승했고, 2024년 ‘인하 신호’가 나오자 달러지수는 석 달 연속 하락했다. 따라서 올해도 실물경제 데이터뿐 아니라 파월 의장의 어조·문구 선택이 시장의 단기 방향성을 결정할 변수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참을성(patience)’ 등 완화적 단어 사용 여부 △물가 진정에 대한 ‘확신의 정도’ △고용시장 평가를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또한 연준의 점도표(dot plot)와 9월 FOMC 회의록이 공개될 때까지 자산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알아두면 좋을 용어 설명

Jackson Hole Economic Policy Symposium: 미 캔자스시티연은이 주최하는 연례 회의로, 와이오밍주 그랜드티턴 국립공원 인근 리조트에서 열린다. 1980년 폴 볼커 당시 의장을 초청하기 위해 송어 낚시 명소로 유명한 잭슨홀을 택한 일화가 유명하다.

Federal Open Market Committee(FOMC):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기구로, 기준금리(연방기금금리)와 자산매입 정책을 결정한다. 연 8회 정기회의를 개최하며, 의장·이사 7명과 지역 연방은행 총재 12명 중 5명이 투표권을 가진다.

이 외에도 ‘중립금리(r*)’는 경기과열도 침체도 유발하지 않는 이론적 금리 수준을, ‘자연실업률(u*)’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실업률을 뜻한다. 파월 의장은 두 지표를 ‘경제의 북극성’에 비유해 정책 나침반으로 삼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