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모으려면 순서를 정하라’는 조언은 흔하지만, 실제로 여러 목표를 동시에 저축해야 할 때 우선순위를 어떻게 매겨야 할지는 쉽지 않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재정 치료사(financial therapist)인 바버라 허선(Barbara Huson)은 다양한 목표를 병렬로 추진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제시한다.
2025년 8월 17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허선은 인터뷰에서 “‘마인들리스 세이빙(mindless saving)’ 전략만으로도 긴장과 혼란 없이 모든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우리말로 ‘무의식적 자동 저축’쯤으로 번역할 수 있다. 그는 자녀에게 용돈을 세 개의 병에 나눠 담게 했던 어린 시절 경험을 예로 들며, 같은 원칙을 성인도 그대로 적용하면 된다고 조언한다.
세 개의 ‘저축 병(jar)’—성인용 버전
허선이 제안하는 핵심은 비상금·은퇴·단기 목표로 구분된 세 개의 온라인 통장을 마련하고, 급여일마다 자동이체를 설정해 ‘생각하지 않고도’ 돈이 축적되도록 만드는 구조다. 이를 통해 ‘어떤 항목을 먼저 채울까’라는 결정 피로(decision fatigue)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예컨대 월 300만 원의 실수령액이 있다면, 10%는 비상금 계좌, 15%는 은퇴연금 계좌, 5%는 여행·혼수 등 단기 목표 계좌로 자동 배분하도록 설정한다. 각 계좌의 비율은 개인 상황에 맞춰 유동적으로 조정할 수 있지만 ‘자동화’라는 골자만은 바뀌지 않는다.
위기 상황에서의 우선순위 재조정
물론 자동차 수리비나 병원비처럼 긴급한 지출이 동시에 터질 때는 자동화만으로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 그런 경우 허선은 1)종이와 펜을 꺼내 필요·목표·마감일을 적고, 시급성 순으로 번호를 매겨 보라고 권한다.
“차가 고장 나 출근이 불가능하다면, 은퇴 저축보다 자동차 수리가 단기적으로 더 중요하다.”
이처럼 ‘시점과 결과’를 기준 삼아 서열화하면, 어느 목표가 현재 삶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가치’와 ‘감정’을 반영한 장기 전략
짧은 폭풍이 지나간 뒤에는 다시 가치 기반(value-based) 저축 원칙으로 복귀해야 한다. 허선은 “소비 결정이 내 삶의 비전과 맞닿아 있는지 자문해 보라”고 조언했다. 주택을 소유하는 안정감을 중시하는지, 혹은 세계 여행의 경험을 더 소중히 여기는지에 따라 장기 목표의 구성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정기 기부가 삶의 핵심 가치라면, 저축 병 셋에 더해 ‘기부 전용’ 네 번째 병을 추가해도 무방하다. 또 ‘마인드풀 스펜딩(mindful spending)’—즉 의식적 소비—을 병행하면 소소한 일상 만족과 장기 목표 충돌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허선의 설명이다.
‘마인들리스 세이빙’ 용어 풀이
‘마인들리스 세이빙’은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다. 이는 ‘저축 결정을 습관화·시스템화해, 의식적으로 고민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진행되도록 만든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한 번 설정 후 손을 떼도 착착 굴러가는 저축 기계’를 만드는 과정이다. 비슷한 국내 용어로는 ‘자동 적립식 펀드’나 ‘자동이체 저축’이 있으나, 허선의 개념은 목표 분할과 행동 단순화를 동시에 포괄한다는 점에서 더 확장적이다.
전문가 시각: 왜 자동화가 답인가
기자는 다년간 개인재무상담 현장을 취재하면서, ‘의지’보다 ‘시스템’이 결과를 만든다는 현상을 반복 확인했다. 인간은 감정·스트레스·게으름에 취약하다. 월급날 통장을 열 때마다 ‘얼마를, 어디에’ 따로 옮길지를 매달 재결정하면 실패 확률이 높다. 따라서 셋 이상의 목표를 병렬 추진하려면, 결정 삭제(decision removal) 전략이 필수다. 허선이 권장한 3-jar 모델은 국내 직장인에게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며, 온라인 뱅킹과 CMA(현금관리계좌)만으로도 손쉽게 구현된다.
결론
다품목 목표 저축은 복잡해 보이지만, 목표 분할ㆍ자동화ㆍ가치 정렬이라는 세 단계만 지키면 누구나 실현 가능하다. ‘무엇을 먼저’ 고민하며 불안을 키우기보다, 소액이라도 각 목적지에 동시에 돈이 흐르게 만들어 두면 시간이 복리처럼 도와준다. 장기적으로는 자신에게 진정 중요한 가치와 일치하는 자금 흐름을 설계할 때, 재정적 안정과 심리적 만족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