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고금리(Regime Shift)’가 S&P 500 강세장의 수명을 결정한다—연준 중립금리 상향과 미국 증시 구조적 재평가

요약 — 2022년 10월 시작된 현 S&P 500 강세장은 70% 상승, 989일 경과라는 화려한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단기(短期) 종료 가능성’과 ‘역대 최장기(長期) 연장 가능성’을 동시에 품고 있다. 그 갈림길을 결정짓는 단일 변수는 장기간에 걸친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정책, 특히 중립금리(r* 또는 r-neutral)의 구조적 상승 여부다. 필자는 본 칼럼에서 ‘장기 고금리 레짐(이하 H4L: Higher-for-Longer)’을 S&P 500 및 미국 실물경제의 향후 1년~5년 사이 퍼포먼스에 미칠 영향을 데이터·역사·정책·심리·포트폴리오 차원으로 나눠 종합 분석한다.


1. 왜 ‘H4L’이 지금 가장 중요한가

최근 6월 FOMC 직후 공개된 점도표(dot plot)에서 2024년 말 연준 위원들의 중립금리 추정치 중앙값은 2.8%에서 3.1%로, 2025년 말 추정치는 2.6%에서 2.9%로 각각 30bp 상향되었다. 이는 ‘연준 스스로’가 장기 자연금리가 상승했다고 사실상 선언한 것이며, 시장이 기대해온 ‘신속한 완화 사이클’의 가시성을 약화시킨다.

BofA 글로벌 리서치는 2024년 하반기~2026년 중립금리를 3.25%로 전망해왔고, UBS GWM은 최근 보고서에서 “2%대 복귀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결론지었다. 이들 숫자는 명목 중립금리를 의미한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2.3% 수준에서 고착된다면, 실질 중립금리는 1.0% 대를 웃돈다—이는 2010년대의 0% 내외 실질중립금리 대비 거의 1%p 높다.

결과적으로, 채권시장, 주식시장, 실물경제의 할인율·자본비용·가치평가 모델이 모두 재정렬을 강요받는다. 이보다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변수는 없다.


2. 역사적 벤치마크: 금리와 강세장의 수명

시기 강세장 기간(일) 누적 상승률 10Y 국채 수익률(평균) 정책금리(평균)
1987.12-2000.3 ≈4,500 582% 6.5% 5.4%
2002.10-2007.10 ≈1,820 101% 4.3% 3.1%
2009.3-2020.2 ≈3,999 400% 2.4% 0.9%
2022.10-현재 989(진행 중) 70% 4.2% 5.3%

표가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2010년대 12년 강세장은 초저금리‧양적완화의 부산물이었다. 반면 1987-2000년 사이 ‘닷컴 이전 대세 상승’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환경에서도 실물 성장률과 생산성 사이클이 방어막 역할을 하며 13년을 지속했다. 즉 ‘높은 금리 = 약세장’은 선험적 진리가 아니다. 다만 현재의 5%대 정책금리가 그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 그리고 연준이 금리를 절하하더라도 ‘금리의 저점’이 과거보다 영구적으로 올라섰다는 점은 시대적 차별화 요소다.


3. 중립금리를 밀어올리는 4대 구조적 힘

  • ① 인공지능(AI)-주도형 생산성•투자 붐
    기업들은 클라우드·반도체·대규모 모델에 2023-2026년 누적 1.2조 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BCG는 AI 도입이 2030년까지 美 노동생산성을 연평균 1.5%p 높인다고 추산한다. 생산성 상승은 실질 성장률·자본수익률·중립금리의 상향 요인이다.
  • ② 재정적자와 국채 공급 확대
    최근 CBO는 2024-2034년 누적 재정적자를 20.0조 달러로 상향했다. 국채 발행 압력이 장기 금리곡선을 구조적으로 상향시켜 통화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며, 그 결과 연준은 더 높은 명목 정책금리를 유지할 동기부여를 갖는다.
  • ③ 탈세계화·리쇼어링
    공급망 재편은 단기엔 비용·인플레 압력을 높인다. 장기적으로는 자본 지출·고용을 자극해 내수를 강화, 자연금리 상승으로 귀결된다.
  • ④ ESG·에너지 전환
    IRA(Inflation Reduction Act) 이후 2030년까지 청정에너지·배터리·수소에 연 3,500억 달러 이상의 투자가 계획돼 있다. 실질 성장효과와 함께 ‘녹색 인플레이션’이 중립금리를 밀어올린다.

4. 금융시장 메커니즘: 할인율, 밸류에이션, 리스크 프리미엄

주식 가치는 미래 현금흐름 할인의 함수다. 할인율(k)은 위험무위험금리(rf), 주식 위험프리미엄(RP), 기업특유 프리미엄(β)으로 구성되며, k = rf + β×RP. 중립금리가 1%p 상승하면 rf와 RP 모두에 파급된다. 역사적으로 10Y 국채 100bp 상승 시 S&P 500 선행 PER은 1.5~2.0p 하락했다.

그러나 할인율 상승이 항상 지수 하락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이익 성장률(g)의 동반 상승 여부가 관건이다. AI·재정투자·생산성 붐이 EPS 성장률을 10%대로 끌어올린다면 PER 18배→16배 조정에도 지수는 높은 기울기의 상승이 가능하다. 반대로 성장률 반등이 없다면, 할인율 상승은 2022년형 ‘밸류에이션 압축 쇼크’를 재현한다.


5. 시나리오 분석: 2025-2028년 S&P 500 지수 목표 밴드

변수 베이스 상방(생산성 붐) 하방(침체 재연)
10Y 금리 4.25% 3.75% 5.25%
PER 17.5배 19.0배 15.0배
2026E EPS $300 $330 $260
2026 목표지수 5,250 6,270 3,900

베이스 시나리오(연 4% 명목 GDP·온건한 디스인플레)가 유지된다면 S&P 500은 연 복합 8-9% 수익률로 2026년 5,250포인트 안착이 가능하다. 상방 시나리오는 AI-주도 생산성 충격이 할인율 상승을 상쇄하여 역사적 최고치(6,000+) 돌파를 허용한다. 하방은 ‘정책 실수+소프트랜딩 실패’가 겹칠 경우다. 5%대 금리가 고착되고 EPS가 꺾이면 3,900선까지 회귀할 위험을 간과할 수 없다.


6. 섹터·스타일 로테이션: 장기 고금리의 승자와 패자

6.1 승자

  • 대형은행: 순이자마진 확대 지속, 자사주매입 여력 증가.
  • 보험·브로드캐스트 통신: 부채 듀레이션이 짧아 재투자 수익률 상승.
  • 에너지·산업재: 리쇼어링, 인프라 확대 수혜.
  • 퀄리티 기술주: AI CAPEX 수혜 + 현금흐름 탄탄, 단 밸류에이션 방어력 필수.

6.2 패자

  • 장기 성장주 중 현금흐름 미미 종목: 할인율 상승 직격탄.
  • 레버리지 리츠·유틸리티: 배당 매력도 약화, 재융자 비용 상승.
  • 저신용 하이일드 채권: 스프레드 확대 위험, 디폴트율 상승 압력.

7. 포트폴리오 전략: ‘3-모듈 방어+공격 구도’

  1. 모듈 A — 단기 국채(3M-2Y)
    예상보다 완화가 지연될 경우에도 캐리(Carry) 수익 확보. 국채 매입 시점·듀레이션을 계단식으로 분할.
  2. 모듈 B — 대형 가치·퀄리티 코어
    ROIC 대비 밸류에이션이 합리적인 화학·방산·은행·AI 인프라주로 구성. EPS 리비전 모멘텀을 월별 점검.
  3. 모듈 C — 옵셔널리티(경기상승 베타)
    생산성 상향의 상방집중 베팅을 위해 소규모 AI 순수주·자본재·소프트웨어 자동화 ETF를 혼합. 단, 레버리지 ETF는 총자산 5% 이내로 제한.

위 조합은 ‘금리-변동성 이중 헤지’와 ‘성장 베타’를 동시에 추구, H4L 레짐 충격과 기회에 양면적 대응이 가능하다.


8. 정책 리스크 체크리스트

2024-2025년 미 대선과 의회 구성은 H4L 여부를 결정할 최대 외생 변수다. 감세 연장 vs 증세, 국채 상한, 우크라이나·대만 지정학 등 요소를 주간 뉴스플로우 기반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특히 재정-통화의 동조현상(fiscal-monetary dominance)이 강화될 경우, 시장은 ‘연준 독립성 축소’ 프리미엄을 가격에 반영한다. 장기 국채·주식 모두 밸류에이션 할인 폭이 확대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9. 결론: ‘제2의 1990s’ vs ‘제2의 1970s’ 갈림길

필자는 S&P 500 강세장의 존속‧종료를 가르는 실질 변수로 ‘장기 중립금리 상향’을 꼽는다. 1990s식 생산성 붐 시나리오라면,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펀더멘털 우위’가 밸류에이션 압축을 상쇄한다. 반면 1970s식 공급충격·정책실수 경로라면, 중립금리 상승은 ‘스태그플레이션 주식 복합 부진’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투자자는 ‘금리 방향’ 자체가 아니라 금리가 높아지는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 생산성·실질성장 촉발형 금리상승은 적들이 아니라 성장주와 가치주의 공존적 기회를 의미한다. 반대로 비용·부채발(發) 금리상승은 위험 자산의 전술적 축소를 요구한다.

결론적으로, 2025-2028년 미국 증시의 성패는 연준의 자유재량보다는 ‘경제의 본원적 생산성 궤적’에 달렸다. 당장 1~2회의 정책 금리 인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립금리 경로(trajectory)다. 중립금리가 3%대를 공고히 하는 H4L 세상에서, S&P 500은 폭락보다 ‘단계적 상고하저(上高下低)형 완만 상승’ 경로를 택할 개연성이 높다. 다만 EPS 성장·생산성 혁신이 미진할 경우, 오늘의 70% 랠리는 2026년의 -25% 조정을 예고한다.

시장 격언대로, “금리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금리가 왜 오르는지가 무섭다.” 투자자는 매 분기 업데이트되는 연준 SEP, CBO 재정 전망, AI 투자 추이를 통해 ‘좋은 금리상승’과 ‘나쁜 금리상승’을 구분해야 한다. 그것이 곧 현 강세장이 3,999일을 넘길지, 1,000일을 못 채우고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를 가르는 결정적 잣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