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비아 고등법원,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 ‘중국 부동산 채권’ 분쟁 배상 책임은 없다고 판결

잠비아 고등법원이 중국 부동산 채권 판매와 관련해 스탠다드차타드은행(런던 상장)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다만 내부 윤리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소송 비용은 은행이 부담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2025년 9월 10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판결은 2022년 아시아 부동산 위기의 정점에서 판매된 중국 시노오션(Sino Ocean) 채권이 2023년 디폴트를 선언한 후 제기된 소송에 관한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9월 8일자)에서 “현지 금융 관련 법령, 계약법, 불법행위법 어느 측면에서도 위반 사실이 없다”고 명시했다. 즉,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현지 규정을 어겼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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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판사는 “판매 과정이 은행 자체 행동강령(code of conduct)·윤리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이에 따라 원고가 부담한 모든 변호사 비용 및 소송 비용을 은행이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SEC 제재 경위

잠비아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3년 1월 스탠다드차타드를 제재했다. 위반 사항은 두 가지다. 첫째, 채권 발행사인 시노오션의 건전성 악화 등 ‘중대한 정보(material information)’를 미공개한 점. 둘째, 모든 위험을 투자자가 떠안도록 하는 ‘배제 조항(exclusionary clauses)’을 사용한 점이다.

원고 측은 채권 원금 손실 32만 달러와 별도 손해 18만 달러, 총 50만 달러의 배상을 요구하며 잠비아 고등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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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건은 현행 법률 위반이 아니다. 다만 피고의 내부 규정 미준수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 재판부 판결문 중

재판부는 배상 청구를 기각했지만, 내부 규정 미준수라는 도덕적 책임을 근거로 소송 비용 전액을 은행이 부담토록 했다.

양측은 30일 이내에 항소할 권리가 있다. 로이터가 양측 변호인에게 논평을 요청했으나 즉각적인 답변은 없었다.


은행 사업 구조조정 배경

스탠다드차타드는 2024년 11월 잠비아·보츠와나·우간다 등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 자산관리·소매금융 부문 매각 계획을 발표했다. 120년에 걸친 현지 영업 역사에도 불구하고, 자본 효율성 제고와 지역 포트폴리오 재편이 이유로 알려져 있다.


배경 용어 해설

배제 조항(Exclusionary Clause)은 계약상 위험·책임을 한쪽 당사자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조항을 말한다. 금융상품 판매 계약에 이러한 조항이 포함되면, 손실 발생 시 투자자는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된다.

중국 부동산 위기는 2021년 에버그란데 사태 이후 유동성 경색과 채무불이행이 잇따라 발생한 사건을 의미한다. 시노오션도 2023년 9월 달러채권 이자를 지급하지 못해 공식 디폴트를 선언했다.

1시노오션은 중국 국영계 부동산 개발사로, 비교적 우량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부동산 침체 장기화로 자금 조달 환경이 급격히 악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