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집중분석] 호주 자본시장에서는 초대형 인수합병(M&A) 거래가 반복적으로 불발되고 있다. 2025년 들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bu Dhabi National Oil Company·ADNOC)가 주도한 18억 7,000만 달러 규모의 산토스(Santos Ltd.) 인수 제안이 철회되면서, 호주에서 추진된 ‘대어급’ 거래 세 건이 7년 만에 모두 실패했다는 기록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2025년 9월 18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ADNOC 컨소시엄※컨소시엄(consortium)은 동일 목적을 위해 일시적으로 결성된 기업 연합체를 의미한다은 수개월간 가치 평가와 거래 조건을 두고 줄다리기를 벌였지만, “상업적 조건에 합의할 수 없다”는 이유로 돌연 철회 의사를 밝혔다. 이는 주식 가치 산정의 격차, 규제 리스크 부담 배분, 주주 동의율 등 호주 M&A 시장 특유의 ‘진입장벽’이 이번에도 작용했음을 방증한다.
■ 최근 3년간 무산된 주요 M&A 사례
1) ADNOC–Santos
ADNOC 해외 사업 부문 XRG는 6월 주당 5.76달러(호주화로 8.89달러) 제시안을 공개했으나, 규제 승인 확보 책임과 호주 내 가스 개발·공급 의무를 둘러싼 위험 분담에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산토스 주가는 현재 6.74호주달러로, 제안 당시와의 괴리가 협상 결렬의 또 다른 원인으로 분석된다.
2) BHP–Anglo American
2024년 5월, 세계 최대 광산기업 BHP 그룹은 라이벌 앵글로 아메리칸을 490억 달러(주당 29.34파운드)에 인수하려 했으나, “남아프리카 백금·철광석 사업의 분할 매각”을 선제 조건으로 요구한 구조가 앵글로 측 반대에 막혀 세 차례나 퇴짜를 맞고 철수했다. 현재 앵글로 주가는 25.18파운드.
3) Woodside–Santos
2024년 초, 호주 1·2위 석유·가스 기업 우드사이드 에너지와 산토스가 A$800억(531억 달러) 규모 ‘슈퍼 메이저’ 탄생을 논의했으나, 기업 가치 평가는 물론 향후 배당 정책에서 간극을 좁히지 못해 결렬됐다.
4) Brookfield–Origin Energy
캐나다계 인프라 투자회사 브룩필드와 미도션 에너지가 2023년 말 106억 달러에 오리진 에너지 인수를 시도했으나, 주주 찬성률 75% 요건을 69%만 충족하며 고배를 마셨다. 브룩필드가 제시한 주당 9.53호주달러보다 현재 주가는 12.41호주달러로 오히려 상승했다.
5) Albemarle–Liontown Resources
미국 리튬 채굴 대기업 알베말은 2023년 A$66억(43억 9,000만 달러)에 라이온타운을 노렸으나, “규제·시장 환경 복잡성”을 이유로 손을 뗐다. 제안가가 주당 3호주달러였던 반면, 라이온타운 주가는 0.91호주달러까지 폭락해 리튬 가격 변동이 거래 동력에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6) KKR–Ramsay Health Care
사모펀드 KKR이 이끄는 컨소시엄은 2022년 130억 달러 규모로 램지 헬스케어 인수를 추진했다. 하지만 유럽 자회사 ‘램지 상떼’의 재무제표 열람권을 확보하지 못해 실사를 진행할 수 없었고, 램지의 ‘부진한 실적’도 가격 재협상의 걸림돌이 되어 주당 88호주달러 제안이 효력을 잃었다. 현재 램지 주가는 32.95호주달러.
■ 왜 호주 M&A는 번번이 깨질까?
“호주 자원·에너지 섹터는 환경·지역사회 영향 평가를 포함한 규제 허들이 까다로워, 급격한 원자재 사이클 변동과 맞물리면 ‘가격 눈높이’ 간극이 커질 수밖에 없다.” — 시드니 소재 투자은행 애널리스트
또한 주주 의사결정 구조가 영미권 중에서도 특히 엄격해, 상장기업의 경우 75% 이상의 찬성률을 요구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러한 제도적 특징은 투자자 보호에 기여하지만, 대형 거래에는 ‘마지막 퍼즐’로 작용해 실패 확률을 높인다.
※ Due Diligence(실사)는 인수 대상 기업의 재무·법률·사업 위험을 정밀 점검하는 과정이다. Ramsay 사례처럼 실사 접근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인수 측은 숨겨진 부채나 소송 위험을 우려해 가격을 낮추거나 거래를 포기한다.
■ 전문가 시각과 향후 관전 포인트
시장 전문가는 “탄소중립 규제 강화, 광물 수급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호주 자원·에너지 업종은 정책 리스크 프리미엄을 요구받고 있다”고 진단한다. 동시에 “대형화 전략은 여전히 유효”라며, 기업들이 협상력 강화를 위해 자산 포트폴리오 재편이나 합작 벤처 설립 등 대안을 적극 모색할 것으로 본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거래 무산=부정적”이라는 도식적 해석보다는, 장기적으로 가치가 재평가될 여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오리진 에너지 사례처럼, 인수 실패 이후에도 주가가 상승한 종목이 존재한다. 반대로 라이온타운처럼 급락 위험도 상존한다.
결론적으로, 호주 시장은 자원·에너지 부문 비중이 큰 만큼 거대 자본이 끊임없이 탐색전을 벌이고 있으며, 규제·가격·주주 구조 ‘삼중 난관’을 돌파할 전략 부재 시 “거래 종결(Gun Jumping)까지는 멀다”는 점이 이번 리스트업에서도 재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