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7월 수출 2.6% 감소…대미·대중 수출 부진에 3개월 연속 하락

【도쿄】 일본 재무성이 20일 발표한 무역통계에 따르면, 7월 일본의 총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2.6% 감소하며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였던 2.1% 감소보다 큰 폭이며, 6월의 0.5% 감소보다 낙폭이 확대된 수치다.

2025년 8월 20일, 로이터통신·인베스팅닷컴 공동보도에 따르면 이번 부진은 미국발 자동차·부품 관세 영향이 본격화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일본 수출의 17%가량을 차지하는 대미 수출이 7월 한 달 동안 10.1% 급감해 전체 감소 폭을 키웠다. 같은 기간 대중국 수출도 3.5% 줄어 듀얼 쇼크가 발생했다.

일본 경제는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이 예상 밖의 견조한 설비투자와 수출에 힘입어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이번 7월 지표는 하반기 성장 둔화 가능성을 예고한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모멘텀 둔화, 지정학적 긴장, 그리고 통상 마찰”이라는 삼각 파고가 일본 제조업의 수익성을 압박할 것으로 전망한다.


■ 주요 수치 일람

* 총수출: -2.6% (전년동월비)
* 대미 수출: -10.1%
* 대중국 수출: -3.5%
* 총수입: -7.5% (시장 예상 -10.4%)
* 무역수지: 1,175억 엔 적자 (시장 예상 1,962억 엔 흑자)


■ 관세 인상 여파와 자동차 산업의 고심

미국 정부는 지난 4월 25% 관세를 일본산 자동차·부품에 부과한 데 이어, 7월 23일에는 미·일 통상합의를 통해 관세율을 15%로 조정하는 대신 일본의 미국 내 5,500억 달러(약 730조 원) 투자 패키지를 받아냈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가 수출단가의 10% 이상에 달하는 추가 비용을 장기간 떠안을 수 없다는 점에서 구조적 부담은 여전하다.

지금까지 도요타·혼다 등 주요 완성차 업체는 가격 인하를 통해 물량 방어라는 전략으로 대응했으나, 이것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 소비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미국 내 판매 부진으로 이어져 일본 자동차 산업이 주력 시장에서 점유율을 내줄 위험을 높인다.


■ 수입 감소와 무역수지 적자 확대

7월 총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7.5% 감소해 11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하락, 원자재 가격 안정 등이 요인으로 꼽히지만, 내수 둔화에 따른 투입 수요 위축 역시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었음에도 무역수지는 1,175억 엔 적자를 나타냈다. 이는 엔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수출 개선 폭이 제한됐다는 점을 방증한다.

구체적으로, 원유·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수입이 전년 대비 13% 이상 감소했지만, 반도체 제조장비·전자 부품 수입은 여전히 견조해 제조업 재고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 엔화 약세 효과의 한계

7월 평균 환율은 달러당 147엔대(보도 시점 환율: 1달러 = 147.72엔)로, 엔화 가치가 1년 새 약 12% 절하됐다. 과거 같으면 엔저가 수출 채산성을 개선해 무역수지를 빠르게 회복시켰지만,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해외 현지 생산 비중 확대 때문에 현재 그 효과는 상당 부분 희석되고 있다.

또한 일본 기업들은 원자재·부품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비중이 높아져, 엔저가 수입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에서는 일본은행(BOJ)의 완화정책이 수출 확대보다는 물가 상승 압력만 자극한다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 용어·배경 설명

GDP(국내총생산): 한 나라 경제가 일정 기간 동안 새로 부가한 가치의 총합.
무역수지: 수출과 수입의 차액. 플러스면 흑자, 마이너스면 적자.
관세(Tariff): 국경을 넘어 들어오는 상품에 부과되는 세금. 보호무역정책의 대표적 수단.
엔저(엔화 약세):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가 다른 통화 대비 내려가는 현상으로, 수출기업의 채산성 개선 요인이나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는 부작용이 있다.


■ 전망 및 전문가 시각

노무라증권의 이노우에 다카유키 이코노미스트는 “자동차·부품 업종이 하반기에도 두 자릿수 감소세를 지속할 경우, 3분기 GDP 기여도는 -0.4%p로 전환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9월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더라도 관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수출 회복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쓰비시UFJ은행 외환 전략팀은 “연말까지 달러·엔 환율이 150엔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며 “엔저 지속이 기업 실적에 호재인지 악재인지를 가르는 핵심 변수는 해외 현지 생산 비중“이라고 지적했다.

종합하면, 7월 무역통계는 일본 경제의 체력을 좌우하는 수출 엔진이 여러 악조건 속에서 동력을 잃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출 감소, 무역적자 확대, 엔저효과 한계가 맞물린 현 상황은 일본 정부와 기업들에 통상 전략 재정비를 촉구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