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로이터] 일본 내각부가 14일 발표한 속보치에 따르면 2025년 2분기(4~6월)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연율 기준 1.0%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로이터가 집계한 시장 컨센서스(0.4%)를 두 배 이상 웃돈 결과다.
2025년 8월 14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분기 대비 성장률은 0.3%로,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한 0.1%를 상회했다. 시장은 엔화 약세와 원자재 가격 변동,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도 소비와 설비투자가 어느 정도 견조함을 유지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GDP와 ‘연율’이란?
GDP는 한 나라 안에서 일정 기간 동안 창출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금액으로 합산한 지표다. 연율(Annualised) 수치는 한 분기의 성장률을 4배로 환산해 ‘연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이 정도로 성장한다’는 가정하에 표시한 것으로, 단기 흐름을 장기 관점에서 해석할 때 쓰인다.
이번 성장률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해외수요 둔화 우려를 부분적으로 불식시키는 지표로 해석된다. 특히 자동차와 반도체 장비 등 일본 제조업 핵심 품목의 수출이 예상보다 견조했고, 서비스 소비가 개선돼 내수가 지탱력을 보였다.
“엔화 약세가 관광·소비를 자극했고, 정부의 에너지 보조금 연장도 가계 부담을 일부 완화했다.” — 미즈호증권 이노우에 유지 수석이코노미스트
다만 연율 1.0%라는 헤드라인 수치만으로 경제 회복의 탄력을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경계론도 동시에 제기된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가처분소득은 여전히 정체돼 있으며,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 리스크, 중동 지정학 불안에 따른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잠재 리스크로 남아 있다.
세부 항목별 동향*잠정치
민간소비(GDP의 약 50% 비중)는 0.4% 증가해 3분기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특히 외식·여행·레저 등의 서비스 소비가 코로나19 이후 회복세를 이어간 점이 두드러졌다.
설비투자는 첨단 반도체·배터리 공장 증설 프로젝트가 반영되며 0.6% 늘었다.
순수출(수출-수입)은 0.2%포인트 성장 기여도를 기록했다. 수출 자체는 1.8% 증가했으나, 석유제품·곡물 가격 상승 여파로 수입도 1.4% 늘어 상승폭을 일부 상쇄했다.
금융·통화정책 시사점
일본은행(BOJ)은 7월 회의에서 장단기 금리조정폭을 소폭 확대하며 ‘YCC(수익률곡선제어)’의 사실상 단계적 종료를 시사했다. 이번 2분기 GDP 호조가 임금·물가 선순환 확산을 확인시킬 경우, BOJ가 10월 혹은 연말 회의에서 추가 정상화 조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다만 임금 상승과 물가 안정이라는 두 축이 동시에 확보되지 않는다면, 급격한 금리 인상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과거 패턴과 비교
일본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저성장·저물가’에 시달려 왔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곡물 가격 급등으로 인플레이션에 직면했으나, 실질 임금이 충분히 오르지 못한 탓에 소비 모멘텀이 제한됐다. 이에 일본 정부는 에너지 보조금, 관광 진흥 정책(Go To Travel) 등을 병행해 수요 부양을 시도했다.
일각에서는 ‘엔저(低円)’ 효과가 수출 기업 이익을 확대해 주가는 사상 최고치 근방을 유지하지만, 수입물가 상승을 초래해 내수 부담으로 되돌아온다는 ‘양날의 검’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2025년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8% 올라 BOJ 목표(2%)를 상회했다.
전문가 진단
마루베니리서치연구소 다카하시 마코토 수석연구원은 “과거와 달리 서비스 소비와 설비투자가 동반 상승한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미국·유럽 중앙은행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일본 수출기업의 해외 수요가 다시 위축될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향후 일정(확정치 발표)
내각부는 9월 초 2분기 GDP 확정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통상 확정치에서는 재고·설비투자 지표가 업데이트되며, 성장률이 소폭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 투자자에게 의미하는 바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일본 주식·리츠(REITs)뿐 아니라 일본 관광·수입소비재 관련 국내 기업에도 파급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일본 채권금리 움직임은 글로벌 금리 스프레드에 영향을 미쳐 원/달러·원/엔 환율 변동성과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에도 연동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2분기 연율 1.0% 성장은 ‘서프라이즈’로 분류되지만, 대외·내수 리스크가 공존하는 만큼 ‘지속 가능한 회복’ 여부는 추가 데이터—특히 임금과 물가, 기업 투자 계획—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