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국·대만산 니켈계 스테인리스 냉연강판에 반덤핑 조사 착수

【도쿄】 일본 정부가 중국과 대만에서 수입되는 니켈 기반 스테인리스 냉연 강판·Strip에 대해 본격적인 반덤핑(anti-dumping) 조사를 개시했다. 해당 조사는 경제산업성(이하 경산성)과 재무성이 공동으로 진행하며,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관세(반덤핑 관세) 부과 여부가 결정된다.

2025년 7월 22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지난 5월 12일 닛폰제철 등 국내 주요 제철회사들이 제기한 국내 산업 피해 청원서를 근거로 착수됐다. 청원서를 제출한 업체들은 국내 수요 둔화로 가격 결정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저가 수입품이 대량 유입돼 가격 인하를 강요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산성과 재무성은 통상 1년 이내에 조사를 마무리하고, 필요 시 6개월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덤핑 마진이 확인될 경우, 일본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근거해 최장 5년간 특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중국산 제품은 현지 판매가보다 20%~50% 낮은 가격에, 대만산 제품은 3%~20% 낮은 가격에 일본에 유입되고 있다.” ― 국내 제철업계 청원서 중

이번 조사 대상은 니켈을 함유한 스테인리스 냉연강판(cold-rolled stainless steel sheet & strip)이다. 스테인리스는 철(Fe)과 크롬(Cr)을 주성분으로 하고, 니켈(Ni)을 추가해 내식성·내열성을 강화한 합금강이다. 특히 냉연(cold-rolled) 공정은 열을 가하지 않고 압연해 표면이 매끄럽고 두께가 균일하다. 이러한 공정 특성상 정밀 가전, 자동차 배기 부품, 화학 설비 등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반덤핑 조사는 수입품이 ‘공정가격’보다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판매돼 자국 산업에 실질적 피해를 야기한다고 판단될 때 착수한다. WTO 협정은 각국이 △덤핑 여부 △산업 피해 △인과관계 등 세 가지 요건을 입증해야 관세 부과가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일본은 그간 자유무역 기조를 유지하며 중국산 철강에 별도 규제를 적용하지 않았으나,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닛폰제철을 비롯한 일본 제철업계는 최근 에너지·원료비 급등에도 불구하고 출하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경산성 자료에 따르면 2024 회계연도 스테인리스 제품 영업이익률은 전년 대비 30% 이상 하락했다.

중국발 과잉 생산과 저가 수출은 국제 사회 전반에서 꾸준히 문제로 지적돼 왔다. 미국·유럽연합(EU)·인도·한국 등 여러 국가가 이미 중국산 철강재에 높은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으나, 일본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온건한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번 조사를 계기로 일본도 보호무역 조치를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철강연맹(JISF) 회장이자 닛폰제철 사장인 이마이 타다시(今井正志)는 올해 여러 차례 기자회견에서 “글로벌 보호주의 확산 속에서 일본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값싼 철강이 일본 시장으로 몰려와 국내 생산기반이 약화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 용어 풀이 및 배경 설명

반덤핑 관세 : 수입업자가 지나치게 낮은 ‘덤핑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해 자국 산업을 훼손한다고 판단될 때 부과하는 추가 관세. WTO 협정 제6조에 근거한다.

냉연강판(cold-rolled steel) : 상온에서 압연해 치수 정밀도와 표면 품질을 높인 강판. 열연강판보다 강도·경도·표면 평활성이 뛰어나다.

스테인리스 스틸 : 크롬 10.5% 이상 함유해 녹 발생이 적은 합금강. 니켈을 첨가하면 내식성·내열성이 더욱 향상된다.


◆ 기자 시각

중국의 과잉 설비(capacity overhang)는 철강뿐 아니라 알루미늄, 태양광 패널, 전기차 배터리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수출 단가가 자국 내 판매가보다 낮은 ‘챔피언 덤핑 전략’이 지속될 경우, WTO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 정부가 이번에 첫 칼을 뽑은 만큼, 향후 조사 범위가 다른 제품으로 확대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동시에 일본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니켈, 크롬, 몰리브덴 등 전략 광물 확보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소재 시장 교섭력을 높이지 못한다면, 설령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도 국내 제조원가가 지속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업계 관계자들은 반덤핑 관세가 실제로 부과되더라도 원가 전가가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부메랑 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또한 국내 수요 회복이나 고부가가치 제품군 전환 등 근본적 경쟁력 강화 없이는 일시적 관세가 장기적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