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발 주요 소식이다. 일본 재무성이 2026/27회계연도 예산요구서에서 장기 국채 이자율 가정치를 2.6%로 끌어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일본 유력 일간지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이는 지난 17년 동안 제시된 가정치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25년 8월 21일, 로이터 통신이 전한 해당 보도에 따르면, 재무성은 이번 조정안을 차기 예산 편성 과정에서 공식 반영할 계획이다. 예산요구 단계에서 제시되는 가정금리는 정부의 국채 이자 비용(채무비용)을 산정하는 핵심 변수로, 실제 시장금리가 아닌 행정 편의상 설정하는 假定値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025회계연도 예산요구 단계에서 2.1%를, 최종 예산서에서는 2.0%를 각각 적용했었다. 이번에 0.5%포인트나 높아진 2.6%를 채택할 경우 국채 잔존규모가 막대하기 때문에 채무비용이 자동으로 증가하게 된다. 요미우리는 관계자 인용 없이 “채무부담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장기채 가정금리란 무엇인가?
장기채 가정금리(assumed long-term interest rate)는 정부가 예산을 편성할 때, 다음 회계연도에 발행·보유할 10년물 이상 국채의 평균 이자율을 얼마로 전제할지를 숫자로 표시한 값이다. 실제 시장금리가 연중 변동하더라도, 정부는 일괄적인 가정치를 세워야만 이자 비용·국채 재발행 규모·재정수지 등을 계산할 수 있다. 일본처럼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를 웃도는 경우, 가정금리 0.1%포인트 변화만으로도 수천억 엔이 오르내리므로 정책적 파급력이 작지 않다.
사상 최장 저금리 시대, 전환점 맞나
이번 상향 조정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유지돼 온 초저금리 기조가 꺾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일본은행(BOJ)은 2024년 3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했고, 10년물 국채 수익률 상단을 1% 부근으로 사실상 허용하면서 시장금리가 완만히 상승 중이다. 전문가들은 “재무성이 2% 중반대를 가정금리로 제시한 것은 시장금리 추세뿐 아니라, BOJ의 추가 정상화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반영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가정금리를 0.5%포인트 높이면 2026회계연도 단일연도 채무비용이 최소 1조 엔 이상 늘어날 수 있다.” — 일본 국공채 담당 애널리스트
재정 압박 커질 전망
일본 정부의 2025회계연도 일반회계 국채 의존도는 약 31%에 달한다. 따라서 2.6%라는 가정치는 복지 지출, 방위비, 지방교부세 등 다른 항목에로의 예산 배분 여력을 좁힐 가능성이 있다. 특히 출산·경제안보 관련 신규 정책을 추진 중인 기시다 후미오 내각으로서는, 증가한 이자 비용을 상쇄할 세수 확대나 지출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다.
17년 전과 현재 비교
가정금리가 마지막으로 2.6% 수준을 기록한 것은 2009회계연도 예산요구였다. 당시 일본은행 기준금리는 0.1%였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장 불확실성이 컸다. 현재와 달리 엔고(円高)가 심화돼 디플레이션 압력이 높았던 시기였다. 이번에 같은 숫자가 등장했더라도 근거가 되는 거시 환경과 정책 여건은 크게 다르다.
재무성의 최종 결정 시점은 2025년 8월 말로 예상된다. 이후 각 부처·청(省庁)의 예산요구서를 받아 12월 말 정부안, 다음 해 1월 국회 제출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가정금리는 추가로 조정될 수 있지만, 초안 단계부터 2.6%가 제시된 것은 ‘금리 상승 시대’에 대한 정부의 인식 변화를 시사한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시장 반응 및 전망
채권시장에서는 이미 2%대 중후반 가정금리가 ‘현실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 도쿄 증권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실제 금리보다 다소 높은 가정을 하는 것은 보수적 접근”이라며, “예산 편성 후 금리가 안정된다면 여유 재원이 발생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투자자들은 “정책금리 인상을 동반하지 않는 단순 가정 상향”이어서 시장금리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미국 연준(Fed)의 통화정책 경로, 엔화 환율, 에너지 가격 등 외부 변수도 일본 국채 금리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수입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압력 강화→추가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재무성이 보수적인 가정치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이번 조치는 일본 정부가 초저금리 시대의 종언에 대비해 재정건전성을 재평가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장기적으로는 국채 발행 전략, 중앙은행과의 정책 공조, 연금·보험기관의 포트폴리오 재편 등으로 영향이 확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