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Tesla)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약 1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자사 주식 257만 주를 직접 매수했다. 내부자가 공개 시장에서 대규모 주식을 사들인 것은 2020년 2월 이후 처음이어서, 시장은 이를 강력한 신뢰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2025년 9월 15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는 9월 12일(현지시간) 금요일 여러 가격 구간에서 주식을 매집했으며, 총 매입액은 약 9억 9,600만 달러(약 1조 3,000억 원)에 이른다. 이번 거래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신고 서류를 통해 확인됐다.
주가는 곧바로 반응했다. 월요일(15일) 프리마켓(정규장 개장 전 거래)에서 테슬라 주가는 6 % 상승하며 1,000달러 선 회복을 시도했다. 전 거래일인 금요일 종가는 연초 대비 소폭 하락세였지만, 최근 3개월 기준으로는 25 % 이상 상승해 랠리 흐름을 이어 가고 있다.
머스크의 ‘희귀한’ 대규모 자사주 매입
머스크가 내부자 자격으로 공개 시장에서 테슬라 주식을 직접 매입한 것은 2020년 2월 (약 20만 주·1,000만 달러 규모) 이후 5년 7개월 만이다.
시장 정보업체 베리티(Verity)는 “이번 건은 머스크 개인의 역대 최대 금액 매수”라고 평가했다.
일반적으로 CEO가 대규모로 자사주를 사들일 경우, 기업 향후 실적과 주가에 대한 확신을 대외적으로 표명하는 행위로 해석된다.
‘Insider Purchase’란 무엇인가? 미 증권법상 회사 임원·이사는 내부 정보를 활용해 거래할 수 없지만, 공시 요건을 준수할 경우 내부자 매입(insider purchase)은 합법이다. 이러한 거래는 대개 ‘경영진이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판단한다’는 시장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테슬라의 거대 보상안과 지분 구조
이번 매수 직전 머스크의 테슬라 지분율은 약 13 %였다. 테슬라는 이달 초, 야심찬 성장 목표 달성 시 최대 9,750억 달러 상당에 이를 수 있는 새로운 CEO 보상 패키지를 주주총회에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머스크가 이번에 지분을 추가 확보함으로써, 향후 의결권 파워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한편, 시장 일각에서는 머스크의 개인 유동성 확보 필요성을 주목해 왔다. 그가 운영하는 스페이스X, 트위터(現 엑스·X) 등 비상장 사업체에 대한 자금 수요가 커진 상황이지만, 이번 거래는 외부 현금 마련이 아닌 본인 회사 주식 매수라는 점에서 의외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프리마켓과 정규장, 무엇이 다른가
프리마켓(pre-market)은 뉴욕증권거래소(NYSE)·나스닥(Nasdaq) 정규장(09:30~16:00) 이전에 열리는 전자거래 세션을 말한다. 개인 투자자보다 기관·알고리즘 매매 비중이 커 변동성이 높지만, 호재·악재에 대한 즉각 반응을 가늠할 수 있는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이번에도 머스크의 매수 공시가 나오자마자 프리마켓에서 6 % 급등세가 나타나며, 장 개시 전 투자 심리에 강한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다만 정규장 진입 후 상승 폭을 얼마나 유지할지는 유동성·시장 심리·거시 변수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시장·전문가 관전포인트
① 내부자 매입의 연속성 – 이번에 그친 ‘단발 이벤트’인지, 추가 매입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과거 테슬라 주가는 경영진 매입 후 수개월간 초과 수익을 기록한 사례가 몇 차례 있었다.
② 보상 패키지 승인 여부 – 최대 9,750억 달러에 달하는 새 보상안은 주주들의 찬반이 갈릴 변수다. 지분을 늘린 머스크가 의결권을 확보하더라도, 기관투자자 ISS·글래스루이스 등의 권고가 변수가 될 수 있다.
③ 전기차 수요·경쟁 구도 – 최근 BYD·리비안 등 경쟁사의 공격적인 확장이 지속되고 있다. 머스크의 주식 매입이 ‘저가 매수’ 시그널이라면, 이는 테슬라가 당장 직면한 수요 둔화 우려보다 장기 성장을 자신한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전문가 의견으로는 “CEO가 사들인 규모보다 심리적 효과가 더 중요하다”는 분석이 많다. 시장은 테슬라 밸류에이션(주가수익비율·PER 약 80배)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머스크 프리미엄’이 다시 작동할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향후 테슬라는 3분기 실적 발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수익 인식, 멕시코 공장 착공 등 굵직한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 머스크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은 이러한 로드맵 추진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신호로서, 단기 주가 흐름뿐 아니라 장기 투자심리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