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소프트뱅크로부터 20억 달러(약 2조7,000억 원) 전략적 투자 유치

[기술·반도체] 글로벌 반도체 기업 인텔(Intel Corp.)이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SoftBank Group Corp.)으로부터 약 20억 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계약으로 인텔은 자사 주식 1주당 23달러에 새로 발행되는 보통주를 소프트뱅크에 배정하게 된다.

2025년 8월 18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번 거래는 월요일 뉴욕증시 정규장이 마감된 직후 발표됐으며, 공시 직후 인텔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약 6% 상승한 25달러선까지 뛰어올랐다.

소프트뱅크는 이번 투자를 통해 인텔의 다섯 번째 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팩트셋(FactSet) 자료에 따르면 이 일본 투자대기업의 지분율은 단숨에 상위권으로 올라서며, 인텔의 미래 제조·파운드리 전략에 대한 신뢰를 대외적으로 과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Intel Illustration

현재 인공지능(AI)용 첨단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나, 인텔은 아직 AI 붐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했다. 반면 대규모 설비투자와 파운드리(foundry, 위탁생산) 사업 확장을 위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고 있어, 가시적인 고객 확보 여부가 생존의 관건으로 지적돼 왔다.

“마사(손정의 회장)와 나는 수십 년간 긴밀히 협력해 왔다. 이번 투자는 인텔에 대한 그의 신뢰를 잘 보여 준다.”

라고 립부 탄(Lip-Bu Tan)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성명을 통해 밝혔다.

인텔 주가는 2024년 한 해 동안 60% 폭락하며 상장 이후 최악의 연간 성적을 기록했으나, 2025년 들어서는 월요일 종가기준 18% 상승한 상태다. 립부 탄 CEO는 2025년 3월 전임자 팻 겔싱어(Pat Gelsinger) 해임 이후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워싱턴의 시선도 인텔에 집중돼 있다. 인텔은 미국 기업 중 유일하게 5나노미터 이하 초미세 공정을 자체 보유·운영할 수 있는 업체로 꼽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부 고객을 위한 파운드리 부문은 아직 ‘주문 확보’라는 난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회사는 “대형 고객 발주가 확정되기 전까지 추가 투자를 유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립부 탄 CEO는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면담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석상에서 ‘CEO 사임’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으며, 미 행정부가 인텔에 직접 지분 투자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잇따랐다.


소프트뱅크, 반도체·AI 시장에서 영향력 확대

소프트뱅크는 2016년 영국 반도체 설계사 ARM을 320억 달러에 인수했고, 현재 ARM의 기업가치는 1,500억 달러에 육박한다. ARM 아키텍처는 엔비디아(Nvidia) 데이터센터 GPU 시스템의 핵심 구성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 3월, 손정의 회장은 또 다른 서버용 칩 설계사 앰페어 컴퓨팅(Ampere Computing)을 65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1월에는 오픈AI(OpenAI), 오라클(Oracle)과 함께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를 공개하며 4년간 최대 5,00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두 달 뒤인 3월 말, 소프트뱅크는 오픈AI에 400억 달러를 투자해 사상 최대 규모 프라이빗 펀딩을 주도했다. 손 회장은 이번 인텔 투자 발표문에서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 역량은 계속 확대될 것이며, 인텔은 그 중심에 서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 해설: 파운드리·지분투자의 의미

‘파운드리(foundry)’란 반도체 설계를 위탁받아 대신 생산해 주는 사업모델로, TSMC·삼성전자 등이 세계 시장을 주도한다. 인텔은 그간 완제품(PC·서버 CPU) 위주였으나, 2021년부터 외부 고객 유치를 목표로 파운드리 전환을 가속화해 왔다.

‘지분 투자(equity stake)’는 기업의 주식을 매입해 소유권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소프트뱅크의 20억 달러 투자는 전략적 제휴 성격이 강해, 향후 인텔이 설비·R&D 자금을 확보하는 ‘숨통’ 역할을 할 전망이다.

기자 시각으로 볼 때, 이번 거래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미국 반도체 공급망을 지키려는 정부 의도와, 글로벌 AI 생태계 확장을 노리는 소프트뱅크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윈-윈’ 사례로 해석된다. 다만 인텔이 실제 파운드리 고객사(예: 엔비디아, 애플 등) 확보에 실패할 경우, 단순 재무 부양책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장 전문가들은 “소프트뱅크가 ARM·앰페어로 확보한 설계 자산과 인텔의 제조 인프라가 결합될 경우, 차세대 AI 서버칩 경쟁에서 새로운 축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따라서 이번 투자는 단순한 지분 매입을 넘어, 반도체 ‘설계↔제조’ 수직계열화 시나리오의 서막으로 보는 시각도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