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뭄바이】 인도 중앙은행(RBI)이 주(州) 정부에 대해 장기물偏重(편중) 차입 관행을 개선하고, 차입 계획을 시장에 보다 정밀하게 제시하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2026회계연도에 사상 최대 규모로 예상되는 12조 루피(약 1,359억 달러) 규모의 주 정부 채권 발행 전략이 대대적으로 손질될 전망이다.
2025년 9월 1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중앙은행은 이번 주 주 정부 재무 관리들을 소집해 “차입 만기를 short·long 전 구간에 걸쳐 고르게 배분하라”고 권고하고, 발행 일정 변경 시 시장 참가자가 예측 가능하도록 사전 공지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현재 인도 주 정부채 수익률은 올해 들어 30~60bp(1bp=0.01%포인트) 가량 급등했다. 특히 15년물 이상 장기물은 최근 몇 차례 경쟁입찰에서 ‘컷오프 금리’가 최대 50bp나 뛰면서 은행·보험사 등 장기 투자자의 수요 위축이 두드러졌다. RBI는 이러한 시장 왜곡을 해소하기 위해
“장기물 수요가 박스권에 갇힌 상황에서 특정 만기에 쏠림이 계속되면 전체 국채–주채 스프레드가 확대돼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
고 경고했다.
■ 발행 재개(재발행·Re-issuance) 확대 주문
RBI는 또한 “가능한 한 기존 발행물을 재개(재발행)해 유동성을 높이라”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주 정부는 현재 매주 ‘새 종목(fresh issue)’을 내놓는 방식을 고수해, 투자자가 중도 매각을 원할 때 만기 보유(투자자산을 만기까지 보유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재발행이 활성화되면 동일 쿠폰·동일 만기의 채권 잔량이 불어나 세컨더리 마켓의 호가 스프레드가 줄고, 가격 발견이 용이해진다.
■ 은행 내부 한도 임박
복수의 시중은행 트레이더에 따르면 대형 국영은행을 중심으로 주 정부채 보유가 내부 리스크 한도에 근접했다. RBI는 이 같은 은행권 우려를 주 정부에 전달하며, “무리한 고금리 수용이 은행권 MTM 손실로 이어지고, 이는 향후 발행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 정부 측 관계자는 “은행 한도 문제는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한다”면서도, RBI 권고에 따라 “차입 전략 다변화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 배경 용어 해설
수익률 곡선(Yield Curve)은 만기별 채권금리를 선으로 연결한 그래프다. 일반적으로 장기물이 단기물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지만, 발행물 쏠림·유동성 부족 등으로 국면별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컷오프 금리(Cut-off Yield)는 입찰에서 낙찰된 가장 높은 금리를 의미하며, 해당 수준 위로는 모두 낙찰이 배제된다. 재발행(Re-issuance)은 기존 채권의 쿠폰·만기 조건을 유지한 채 추가 물량을 발행해 잔량 유동성을 키우는 방식이다.
■ 전문가 시각
시장 전문가들은 RBI의 권고가 “주 정부 채권시장 구조 개선을 위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 장기물 위주 조달은 금리상승 국면에서 조달비용 최소화라는 단기적 이점을 제공하지만, ▲주채–국채 스프레드 확대 ▲세컨더리 유동성 경색 ▲은행권 자본건전성 부담 등 중장기 리스크를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26년까지 누적 차입 규모가 국채 발행량의 30%를 웃돌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만기 다변화는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재발행 비중이 높아지면, 인도 국채–주채 간의 상대가치 거래, 즉 스왑·선물 등 파생상품을 활용한 스프레드 트레이딩이 활기를 띠어, 외국인 투자자(FPI)의 참여 저변도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 제시된다.
다만, 주 정부별 재정 건전성 편차가 큰 만큼, 일률적 가이드라인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국영은행 채권본부장은
“재정수입 기반이 취약한 주(州)는 고금리 수용 여력이 없어 장기물 위주 조달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며, “RBI가 인센티브·패널티 체계를 병행 도입해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또다른 관측통은 “주 정부가 향후 2~3년간 그린 본드·사회적 채권 등 ESG 채권 발행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투자자층이 분리돼 만기 스펙트럼이 넓어질 수 있으므로 RBI의 정책 유인이 한층 빨리 구현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 환율·시장 반응
같은 날 외환시장에서 달러/루피 환율은 1달러=88.27루피 선에서 등락을 이어갔으며, 10년 만기 주 정부채 평균 수익률은 전일 대비 3bp 하락한 7.60% 내외에서 거래됐다. 트레이더들은 “RBI 가이던스가 구체적 이행 방안과 함께 발표되면 추가 금리 하락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결론적으로, 인도 주 정부채 시장은 만기 다변화·재발행 활성화라는 과제와 함께, 차입 구조 개편을 통해 장기적 조달 비용을 절감하고 시장 유동성을 제고해야 하는 복합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