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설탕 선물시장이 인도발 공급 변수로 다시 흔들리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뉴욕 ICE의 10월물 원당 11호(#11) 선물가격은 전장 대비 0.11센트(−0.69%) 하락했으며, 런던 ICE의 12월물 백설탕 5호(#5) 선물도 0.40달러(−0.09%) 내렸다.
2025년 9월 16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인도 정부가 당초 예상보다 많은 물량을 수출하도록 허용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투자자들이 공급 과잉을 우려한 것이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글로벌 상품 트레이더 수크덴(Sucden)은 인도가 2025/26년(회계연도 기준)에 400만톤(MMT)의 설탕을 에탄올 생산용으로 전환하더라도 국내 잉여 물량을 해소하기에 충분치 않아, 최대 400만톤가량을 해외로 다시 방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존 시장 컨센서스(200만톤)를 두 배나 웃도는 수치다.
다만 브라질 헤알화 강세가 낙폭을 일부 제한했다. 이날 헤알화는 달러 대비 15개월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통상 헤알 가치가 오르면 브라질 생산자들이 달러화 표시 수출을 망설이는 경향이 있어 단기적으로 공급 압박을 완화한다.
헤지펀드·CTA(상품투자자문) 포지션 동향도 관전 포인트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9월 9일 기준으로 발표한 주간 COT(Commitment of Traders)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펀드(net spec)는 뉴욕 원당 선물에서 순쇼트(매도 초과) 물량을 전주 대비 32,849계약 늘린 182,608계약으로 끌어올렸다. 이는 거의 6년 만의 최대 공매도 규모로, 단기적 쇼트커버(환매수)가 촉발될 경우 급격한 가격 반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지난주 뉴욕 원당 10월물은 4년 3개월래 최저치까지 주저앉았다”고 시장 참가자들은 전했다. 같은 날 런던 백설탕 역시 3주 반 만의 저점으로 밀렸다.
브라질·인도·태국 생산 동향
브라질 설탕산업협회인 우니카(Unica)에 따르면 8월 상반월 브라질 중남부(Center-South) 지역 설탕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361만5,000톤을 기록했다. 전체 사탕수수 압착량 중 설탕 생산 비중은 55.00%로, 지난해 같은 기간 49.15%에서 확대됐다. 다만 2025/26 마케팅연도 누계 기준으로는 4.7% 감소한 2,288만6,000톤에 그쳐 연간 공급 전망에는 아직 변수가 남아 있다.
한편 브라질 국영 곡물청 코납(Conab)은 8월 19일 보고서에서 2025/26년 브라질 설탕 생산 전망치를 기존 4,590만톤에서 3.1% 하향 조정한 4,450만톤으로 제시했다. 7월 발표된 2024/25년 최종 생산 실적도 전년 대비 3.4% 감소(4,411만8,000톤)한 것으로 집계됐다.
인도에서는 전국설탕·바이오에너지 제조업협회(ISBMA)가 12일 2025/26 마케팅연도(10월 시작)에 200만톤의 설탕 수출을 허가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인도는 세계 2위의 설탕 생산국이다.
태국 역시 공급 확대 요인이다. 태국 사탕수수·설탕위원회(OCSB)는 5월 2일 2024/25 생산량이 전년 대비 14% 증가한 1,000만톤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세계 3위 생산국·2위 수출국인 태국은 2025/26년에도 2% 가량 추가 증산(1,030만톤)을 기대하고 있다.
국제기구·정부 전망치
국제설탕기구(ISO)는 8월 29일 보고서에서 2025/26년 전 세계 설탕 수급이 23만1,000톤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4/25년 488만톤 부족에서 개선되긴 하지만, 6년 연속 적자 구조가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ISO는 2025/26년 전 세계 생산을 전년 대비 3.3% 증가한 1억8,060만톤, 소비를 0.3% 늘어난 1억8,080만톤으로 전망했다.
미국 농무부(USDA) 해외농업국(FAS)은 5월 22일 반기 보고서에서 2025/26년 전 세계 설탕 생산이 사상 최대인 1억8,931만8,000톤(+4.7% y/y)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재고는 4,118만8,000톤(+7.5% y/y)로 증가할 전망이다. 세부적으로 브라질 4,470만톤(+2.3%), 인도 3,530만톤(+25%), 태국 1,030만톤(+2%)으로 각각 추정됐다.
용어·단위 해설
#11·#5는 ICE(Intercontinental Exchange)에서 거래되는 설탕 선물의 상품 구분 코드다. #11은 원당(Raw Sugar), #5는 정제 백설탕(White Sugar)을 의미한다. MMT는 Million Metric Tons(100만 미터 톤)의 약어다. COT 보고서는 CFTC가 매주 발표하는 투기·상업포지션 통계로, 선물·옵션 시장 내 자금 흐름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시장 관전 포인트
현재 시장은 브라질·인도·태국의 증산과 인도 수출 재개 여부, 헤알화·루피화 등 환율 움직임, 그리고 투기세력 쇼트 포지션 청산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공급 과잉 재료가 이미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됐으며, 기후 변수나 정책 변화가 촉발하는 단기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번 기사에 언급된 수치와 전망은 각 기관·단체가 발표한 최신 자료를 기반으로 하며, 투자 판단의 최종 책임은 독자 본인에게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자료: Sucden, Unica, ISBMA, ISO, USDA, CFTC, Conab, OCSB, Barch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