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중앙은행, 예상 깨고 기준금리 전격 인하

자카르타인도네시아 중앙은행(Bank Indonesia·BI)이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 동남아 최대 경제에 대한 정책적 지지 강화를 위해 또다시 금리를 인하했다.

2025년 8월 2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BI는 7일물 역(逆)환매조건부채권(Reverse Repo) 금리25bp(basis point, 1bp=0.01%p) 내려 연 5.00%로 조정했다. 이는 2022년 말 이후 최저 수준이며, 작년 9월 이후 다섯 번째 인하로 누적 인하 폭은 125bp에 달한다.

로이터가 실시한 29명의 이코노미스트 대상 설문에서는 단 5명만이 이번 인하를 예상했으며, 나머지는 동결을 전망했다. 시장 컨센서스가 빗나간 것이다.

또한 BI는 초과지준(오버나이트) 예치금리대출금리도 각각 4.25%와 5.75%로 25bp 동반 인하했다.

페리 와르지요 BI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낮은 인플레이션과 루피아 환율의 안정, 그리고 성장 지원 필요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이달 초 발표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가 전년 동기 대비 5.12% 증가하며 2년 만의 최고 성장률을 기록한 직후 나왔다. 성장 동력은 투자 확대가계소비였다.

그러나 일부 경제학자들은 내수 지표 둔화를 근거로 해당 성장률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미국발 관세(19%)가 향후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8월 7일부로 인도네시아산 대미(對美) 수출품에는 태국·말레이시아·필리핀·캄보디아와 동일한 19%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BI는 2025년 경제성장률4.6%~5.4% 범위의 중간값을 웃돌 것이라고 전망한다.


➤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란?

7일물 역RP 금리는 BI가 시중은행으로부터 국채를 매입(향후 재매도 조건)해 유동성을 공급할 때 적용하는 대표 정책금리다. 통상 은행 간 단기금리 및 대출·예금 금리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 연속 회의에서의 첫 인하

이번 인하는 현 완화 사이클에서 처음으로 두 회의 연속 단행된 것이며, 정책 방향이 보다 공격적으로 바뀌었음을 시사한다.

정책 결정자들은 “글로벌 금융 변동성과 이에 따른 루피아 환율 영향”이 금리 조정 타이밍에 중요 변수라고 여러 차례 언급해 왔다. 루피아는 여타 신흥국 통화보다 시장 심리 변화에 민감한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결정 직후 루피아 환율은 큰 변동 없이 안정세를 유지했다.

➤ 재정정책과의 연계

지난주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2,340억 달러 규모의 2026년 예산안을 의회에 제시했다. 국방비와 핵심 식량·영양 프로그램 예산이 대폭 확대된 것이 특징이며, 그는 2026년 성장률 5.4%를 목표로 제시했다.


[전문가 해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는 통화 완화를 통해 경기 부양을 도모하지만, 지나친 완화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재점화할 수 있다. BI는 낮은 물가상승률과 견조한 통화 가치라는 두 안전판을 근거로 정책 여력을 확보했다고 평가된다. 다만 미·중 무역 갈등, 미국 관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 외부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번 결정이 시중 유동성을 확대해 투자·소비 심리를 자극할지, 혹은 글로벌 금리 변동성에 따라 루피아가 다시 요동칠지는 향후 몇 분기 지표를 통해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 ‘bp(베이시스 포인트)’ 설명
1bp는 0.01%p를 의미한다. 예컨대 25bp 인하는 0.25%p 금리 인하와 동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