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런던 설탕 선물 가격 동향
10월물 뉴욕 ICE 원당 11호(종목 코드: SBV25)는 21일(현지시간) 전일 대비 -0.22센트(-1.33%) 하락한 채 마감했다. 같은 만기 런던 ICE 백설탕 5호(SWV25)도 -7.00달러(-1.43%) 떨어졌다. 원·백당 선물 가격이 동반 조정된 배경에는 인도와 태국의 수출 물량 증가 기대가 자리한다.
2025년 8월 2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원당 시세는 Hedgepoint Global Markets가 2025/26년 인도 설탕 수출 전망치를 종전 50만t에서 150만t으로 상향 조정했다는 소식이 결정적이었다. 同 사는 또한 태국의 2025/26년 수출량이 전년 대비 11.8% 증가한 760만t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 단기 수급 재균형 시그널: 수출 → 공급 증가
인도는 세계 2위, 태국은 3위(수출 기준 2위) 생산국이다. 두 국가가 동시다발적으로 해외 판매 물량을 늘리면, 글로벌 현물·선물 시장의 공급 곡선이 우측으로 이동해 가격 하방 압력이 커진다.
“수출량을 굳이 늘리지 않더라도 내수와 재고로 충분히 흡수할 수 있지만, 환율·재정 문제로 달러 현금화 수요가 높아졌다.” — 브라질 상파울루 소재 한 원당 트레이더의 실무진 평가*
◆ 반등과 조정이 교차한 최근 1주일
전일(20일) 런던 백설탕 가격은 5주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의 7월 설탕 수입이 76% 증가(74만t)했고, 파키스탄이 정제설탕 20만t 입찰을 진행하면서 수요 측 호재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 만에 공급 요인이 더 강하게 작용하며 상승분을 반납했다.
18일(월)에는 브라질 설탕 공장들이 에탄올보다 설탕 생산을 우선하며 가격이 1주 저점을 찍었다. Covrig Analytics는 건조한 기상 조건이 사탕수수 당도를 높여 설탕 생산 비중(사탕수수 분쇄량 대비)을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 브라질 생산·수출 현황
브라질 산업협회 UNICA 자료에 따르면, 7월 후반 브라질 중남부 설탕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0.8% 감소(3,614만t)했다. 2025/26 마케팅연도 누적 생산량도 7.8% 줄어든 19,268만t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설탕 제조 비율은 50.32% → 54.10%로 상승해 생산 효율이 높아졌음이 확인된다. 브라질 정부 농업공사 Conab은 2024/25년 생산량을 4,411.8만t(-3.4%)으로 하향했다.
◆ 인도 몬순·작황 전망
인도 기상청(IMD)은 8월 18일 기준 누적 몬순 강수량이 평년 대비 1% 많은 611.2mm라고 발표했다. 풍부한 비는 사탕수수 생육을 개선해 10월 시작되는 새 시즌에 bumper crop(풍년)을 예고한다. 인도 설탕·바이오에너지 제조협회는 2025/26년 200만t 수출 허가를 정부에 요청할 계획이다.
전국협동조합 설탕공장연맹(NFCSF)은 2025/26년 인도 설탕 생산량을 3,500만t(+19% y/y)으로 내다봤다. 이는 인도설탕공업협회(ISMA)가 추산한 2024/25년 5년 최저치 2,620만t에서 17.5% 줄어든 결과를 단숨에 만회하는 규모다.
◆ 글로벌 공급 과잉 시그널과 가격 사이클
시카고 상품 트레이더 Czarnikow는 6월 30일, 2025/26년 세계 설탕 시장이 750만t 흑자를 기록해 8년 만에 최대 공급 과잉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7월 초 뉴욕 원당은 4년 3개월 만에, 런던 백당은 4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미 농무부(USDA)는 5월 22일 반기 보고서에서 2025/26년 세계 설탕 생산이 1억 8,931.8만t(+4.7% y/y)로 사상 최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종 재고는 4,118.8만t(+7.5% y/y), 인간 소비량은 1억 7,792.1만t(+1.4% y/y)로 각각 사상 최고치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가격 압력을 낮출 수 있는 요소다.
◆ 태국 생산 회복세
태국 사탕수수위원회(OCSB)는 5월 2일, 2024/25년 설탕 생산이 1,000만t(+14% y/y)이라고 발표했다. USDA 해외농업국도 2025/26년 태국 생산량을 1.03억t(+2%)으로 예상하며 증가 기조를 확인했다. 수출 확대는 태국 화폐 바트화 약세와 정부의 농가 지원책이 맞물린 결과라는 평가다.
◆ 국제설탕기구(ISO) vs. 시장
ISO는 5월 15일 2024/25년 세계 설탕 공급 부족 규모를 547만t으로, 9년 만에 최대치로 상향했다. 이는 작황 부진국의 일시적 수급 타이트닝을 반영한 수치이나, 앞서 언급한 USDA·Czarnikow 등은 곧바로 흑자로 전환될 것이라는 상반된 예측을 내놨다. 기관별 전망 엇갈림이 가격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 용어 설명
#11 원당(표준 원당)은 뉴욕 ICE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가장 대표적인 원당 선물로서, 원료 상태인 원당(raw sugar)을 112,000파운드(약 50.8t) 단위로 결제한다. #5 백설탕은 런던 ICE에서 거래되는 정제 설탕 선물이다. 또한 MMT는 Million Metric Ton(백만 톤)을 뜻한다.
◆ 기자 전문 의견
단기적으로는 인도·태국 수출 물량이 실제 선적 단계에 들어설 때까지 ‘공급 확대→가격 약세’ 프레임이 유지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북반구 플랜테이션이 기상 이변(엘니뇨·라니냐) 리스크에 여전히 노출돼 있어, 11~12월 남반구 브라질 강수량과 아시아 건기 시작 직후의 모멘텀은 되레 가격 방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환율(브라질 헤알·인도 루피)의 변동성, 바이오 연료 정책(브라질 에탄올 혼합 비율) 등 크로스 섹터 변수가 많아 장기 추세 예단은 이르다.
결론적으로, 2025/26 시즌이 시장 컨센서스대로 ‘8년 만의 최대 공급과잉’으로 귀결되더라도, 생산국 정부의 수출 쿼터·보조금 정책, 주요 수입국의 전략비축 확대 등 정책 변수가 가격 바닥을 지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당 인용문은 현장 관계자의 발언을 직역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