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태국 설탕 수출 확대 전망에 국제 설탕 가격 하락

국제 설탕 선물 가격이 21일(현지시간) 하락했다. 뉴욕 ICE(10월물) 원당 #11은 전 거래일 대비 1.33% 내린 0.22센트(파운드당 16.30센트)로 마감했고, 런던 ICE(10월물) 백설탕 #5 역시 1.43% 떨어진 7.00달러(톤당 482.10달러)에 장을 마쳤다.

NY Sugar #11 차트

2025년 8월 21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들은 인도와 태국의 수출 증가 가능성을 주요 하락 요인으로 꼽았다. 상품 중개사 헤지포인트 글로벌 마켓은 인도의 2025/26 회계연도 설탕 수출 전망치를 기존 50만 톤에서 150만 톤으로 세 배 상향했다. 태국의 같은 기간 설탕 수출 예상치도 전년 대비 11.8% 증가한 760만 톤으로 발표됐다.

전날(20일) 런던 설탕 가격이 5주 만에 최고치까지 올랐던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은 7월 설탕 수입을 전년 대비 76% 늘린 74만 톤을 기록했고, 파키스탄 정부도 최근 20만 톤의 정제 설탕 입찰 공고를 내 글로벌 수요 확대 기대를 자극했다.

London Sugar #5 차트

그러나 브라질산 공급 확대 기대 역시 하방 압력을 키우고 있다. 컨설팅업체 코브리그 애널리틱스는 브라질 설탕 공장들이 에탄올보다 설탕 생산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라질 산업협회 우니카(UNICA) 자료에 따르면, 올 7월 하반기 브라질 중남부 지역의 설탕 생산량은 361만4,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0.8% 감소했으나, 전체 사탕수수 분쇄량 중 설탕용 비중은 54.10%로 지난해 50.32%보다 높아졌다.

한편 브라질 정부 산하 코납(CONAB)은 2024/25 시장연도 브라질 설탕 생산량이 극심한 가뭄과 고온으로 3.4% 감소한 4,411만8,000톤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미 농무부(USDA) 해외농업국(FAS)은 2025/26년 브라질 설탕 생산이 2.3% 늘어난 4,470만 톤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인도 측 상황도 공급 부담을 키운다. 블룸버그는 “풍부한 몬순(우기) 강우로 작황이 좋아지면서 인도 정부가 10월 시작되는 새 시즌에 설탕 수출을 허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 기상청은 8월 18일 기준 누적 몬순 강수량이 611.2㎜로 평년 대비 1% 많은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인도 설탕·바이오에너지 제조업협회는 2025/26년에 200만 톤 수출 허가를 정부에 요청할 계획이다.

“인도 협동조합 설탕연맹(NFCSF)은 2025/26년 설탕 생산이 전년 대비 19% 증가한 3,500만 톤에 달할 것”이라고 6월 2일 전망했다.

이는 2024/25년 5년 만의 최저치(2,620만 톤)에서 17.5% 급감했던 공급이 빠르게 회복된다는 의미다.

태국도 변수다. 태국 사탕수수위원회는 5월 2일 2024/25년 설탕 생산이 14% 증가한 1,000만 톤으로 발표했다. 태국은 세계 3위 설탕 생산국이자 2위 수출국이다.

장기적으로는 공급 과잉 기조가 뚜렷하다. 영국 커머더티 트레이더 차르니코우는 6월 30일 “2025/26 시즌 세계 설탕 시장이 8년 만에 최대치인 750만 톤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USDA는 5월 반기 보고서에서 2025/26년 전 세계 설탕 생산이 4.7% 증가한 1억8,931만8,000톤, 소비는 1.4% 늘어난 1억7,792만1,000톤, 기말 재고는 7.5% 늘어난 4,118만8,000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설탕기구(ISO)는 5월 15일 2024/25년 세계 설탕 공급 부족 전망치를 기존 488만 톤에서 547만 톤으로 상향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시즌(2025/26)에는 다시 공급 과잉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 전반의 시각이다.

NY 원당 #11런던 백설탕 #5 가격은 7월 초 각각 4년 3개월, 4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가 기상 이슈와 단기 수요로 반등했다. 하지만 이번 인도·태국발 공급 확대 전망은 상승 동력을 제한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용어 해설*
*MMT: Million Metric Tons(백만 톤).
*원당 #11: 뉴욕 ICE 선물시장에 상장된 원당(가공되지 않은 사탕수수 설탕) 11호 계약.
*백설탕 #5: 런던 ICE 선물시장에 상장된 백설탕 5호 계약.
*UNICA·CONAB: 각각 브라질 사탕수수 산업협회, 브라질 국립공급공사로 농업 통계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전문가 관점
이번 가격 조정은 단기적으로는 인도·태국발 수출 기대 심리,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공급 과잉 전망이 결합해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과 파키스탄의 공격적인 수입 수요에도 불구하고, 주요 생산국이 기후 호전에 힘입어 설탕 재고를 빠르게 늘릴 경우 가격 반등 여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 다만 ISO가 지적한 2024/25년 공급 부족이 얼마나 해소될지는 향후 브라질·인도 기상 상황과 정책 변수에 달려 있어,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 본 기사에서 언급된 금융상품 및 관련 파생상품에 대해 기자는 직접적·간접적 이해관계가 없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