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관리 기업 이튼(Eaton)이 골드만 삭스 자산운용(Goldman Sachs Asset Management)으로부터 보이드 코퍼레이션(Boyd Corporation)의 열 관리(서멀) 사업을 95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거래는 이튼이 올해 단행한 네 번째 인수로,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급증하는 데이터 센터 전력·냉각 수요에 대응해 해당 사업 부문을 강화하려는 전략의 연장선이다.
2025년 11월 3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고에너지 집약적 데이터 센터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폭증하면서 업계 전반에 대형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기업들은 늘어나는 전력 공급과 냉각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설비와 기술 투자를 서두르고 있으며, 이번 이튼-보이드 서멀 합의 역시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다.
이튼의 동종업체 버티브(Vertiv)도 PurgeRite Intermediate를 약 10억 달러에 인수할 계획을 발표하며, 액체 냉각(liquid cooling) 서비스 포트폴리오 확장을 예고했다. 이는 차세대 고성능 반도체 기반의 AI 워크로드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수랭식 냉각에 대한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튼은 보이드 서멀(Boyd Thermal)의 2026년 매출 전망이 17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그 중 대부분이 데이터 센터에 적용되는 액체 냉각 기술에서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밝혔다. 보이드 서멀의 핵심 제품군은 고열 밀도의 서버 및 가속기(예: GPU) 환경에서 열을 효율적으로 제거하도록 설계됐다.
파울루 루이스(Paulo Ruiz) 이튼 CEO는 “칩에서 그리드(전력망)에 이르는 전력과 액체 냉각 분야의 결합된 전문성을 통해 고객이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하도록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튼은 지난 8월, 데이터 센터 및 분산형 IT 장비가 2025년 말까지 자사 매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그 규모는 약 17%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코어 전력 인프라와 고효율 냉각 솔루션에 대한 지속적 투자가 매출 믹스에 미칠 변화를 시사한다.
올해 단행된 연쇄 인수도 주목된다. 이튼은 올해 초 데이터 센터에서 사용되는 사전 통합형 모듈러 전력 인클로저를 설계·제작하는 파이버본드(Fibrebond) 코퍼레이션을 14억 달러에 인수했다. 모듈러 전력 인클로저는 전력 장비를 표준화된 케이스로 통합·출하해 현장 설치 시간을 단축하고, 확장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이어 최근 몇 달 사이, 이튼은 레질리언트 파워 시스템즈(Resilient Power Systems)도 인수했다. 이 회사는 전기차(EV)와 데이터 센터 분야에 쓰이는 변압기 제품을 생산하며, 거래 금액은 비공개다. 또한 항공우주 시스템 업체 울트라 PCS(Ultra PCS)를 15억5,000만 달러에 인수하며 관련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보이드 서멀 인수는 2026년 2분기에 거래 종결이 예상된다. 이튼은 거래 완료 후 둘째 해부터 조정 순이익(adjusted earnings) 증가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통합 시너지와 매출 성장 효과가 본격화되는 시점을 염두에 둔 가이던스로 해석된다.
더블린에 본사를 둔 이튼의 주가는 프리마켓에서 1.7% 하락했다. 단기 주가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AI 인프라 수요에 연동된 전력·냉각 생태계 강화가 중장기 전략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음을 시사한다.
핵심 용어 풀이
액체 냉각(liquid cooling)은 고성능 반도체나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액체를 순환시켜 제거하는 방식이다. 공랭 대비 열전달 효율이 높아 고밀도 랙과 AI 가속기(GPU) 클러스터 환경에 적합하다. 예를 들어, 직접 액체 냉각(DLC)이나 침지 냉각 같은 기술이 사용되며, 데이터 센터의 전력 사용 효율(PUE) 개선에 기여한다.
분산형 IT 장비(distributed IT equipment)는 본격적인 하이퍼스케일 데이터 센터 외에도, 엣지 컴퓨팅 거점이나 소형 서버실 등 네트워크 주변부에 배치된 IT 인프라를 가리킨다. 이 장비들은 사용자와 가까운 위치에서 데이터를 처리해 지연 시간(latency)을 낮추며, 최근 AI 추론·실시간 분석 수요 확대와 함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업계 동향과 함의
로이터 보도에서 드러나듯, 데이터 센터의 전력·냉각 수요 급증은 관련 업체의 M&A와 설비 증설을 촉발하고 있다. 이튼의 보이드 서멀 인수와 버티브의 PurgeRite 인수 추진은 전력 인프라와 액체 냉각이라는 두 축이 AI 시대 데이터 센터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보이드 서멀이 제시한 2026년 17억 달러 매출 전망과 액체 냉각 중심의 매출 구조는 시장 수요의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요약하면, 이번 거래는 95억 달러라는 규모뿐 아니라, 이튼이 전력-냉각 통합 역량을 강화해 칩부터 그리드까지 포괄하는 밸류체인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적 행보다. 동종업체의 병행 행보(버티브의 10억 달러 규모 인수 추진)와 함께, AI 인프라의 효율성과 확장성을 둘러싼 경쟁이 기술·자본 모두에서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