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벤딩 스푼스, 내년 IPO 대비 완료…AI 거품 위험 경고

밀라노(로이터) — 이탈리아 기술기업 Bending Spoons(벤딩 스푼스)가 최대 내년에도 상장을 단행할 수 있다고 밝히며, 최근 비디오 스트리밍 플랫폼 비메오(Vimeo)웹 포털 AOL을 인수한 뒤 조정 EBITDA두 배로 늘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최고경영자(CEO) 루카 페라리(Luca Ferrari)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2025년 11월 13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벤딩 스푼스는 상장 시기 자체는 확정하지 않았지만 상장 준비는 이미 완료됐다고 밝혔다. 회사는 비메오AOL 인수 마무리 이후 실적 전망을 상향 제시했으며, 상장 시에는 기술기업의 밸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 증시를 우선 고려하겠다고 했다.

광범위한 인터뷰에서, 유럽의 선도적 테크 투자자이자 운영사로 꼽히는 페라리 CEO는 인공지능(AI) 열풍 속에 거품(버블)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한 다른 기업인들의 목소리에 동참했다. 그는 또한 혁신 기업의 유럽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유럽이 규제 완화(deregulation)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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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상장할지 여부는 확언할 수 없다. 다만 우리는 준비돼 있다. 매년이 적절한 해가 될 수 있다.”

라고 페라리 CEO는 말했다.

그는 만약 상장을 결정한다면, 기술기업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경향이 있는 미국에서의 나스닥 혹은 뉴욕 상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페라리는 비메오와 AOL 거래가 종결된 이후, 벤딩 스푼스의 조정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무형자산상각 전 이익)가 내년 1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2025년 7억 달러에서 두 배가 되는 수치다.

AI 거품(버블)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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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딩 스푼스는 파일 공유 서비스인 WeTransfer필기·노트 앱 에버노트(Evernote) 등 유명 디지털 기업들을 인수 후 재건하는 방식으로 성장해 왔다. 회사는 10월 자금 조달 라운드에서 11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페라리 CEO는 현재의 AI 산업 상황이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붕괴를 앞두고 나타났던 조건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탄탄한 프로젝트와 실질적 가치를 지닌 기업들이 조금 높긴 해도 합리적일 수 있는 밸류에이션을 받는 한편, 가치가 거의 없는 수많은 벤처들이 터무니없이 높은 가치평가를 받고 있다.”

라며 그는 구체적 기업명 언급은 피했다.

그는 이어 벤딩 스푼스는 AI 도입이 더뎠던 기업에 투자해, 그 후 AI 기술을 적용해 제품을 개선하는 전략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비메오의 경우, 영상 포맷 변환, 자막 생성, 자동 번역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을 AI로 자동화하는 계획이 제시됐다.

AOL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콘텐츠 추천을 개선해 광고 성과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한 뒤, 주요 경쟁사들 수준에 맞춰 이메일 서비스 현대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3년 벤딩 스푼스를 공동 창업한 페라리 CEO는 유럽연합(EU)이 27개 회원국 전역에서 스타트업이 동일한 규칙에 따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단일 규칙’ 체계를 만들려는 노력에 대해 “선의에서 출발했지만 결함이 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먼저, EU 전역의 제도적 틀을 공격적으로 규제 완화해야 한다. 그리고 남는 규칙이 무엇인지가 정리된 이후에야 이를 조화롭게 통일하는 작업이 가치를 더할 수 있다.”

라고 그는 말했다.

현재 벤딩 스푼스는 직원 1,0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으며, 비메오와 AOL에서 약 1,250명이 추가로 합류할 예정이다. 이들 합류 인력은 대부분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필요한 곳에서는 비메오와 AOL에 효율화 조치를 도입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성장 국면에 있다.”

라고 페라리 CEO는 말하며, 마드리드바르샤바에 신규 사무소 개설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배경 및 용어 설명

IPO(기업공개)는 기업이 일반 투자자에게 처음으로 주식을 공개·판매해 자금을 조달하는 절차를 의미한다. 벤딩 스푼스는 상장지 선택지로 미국을 선호한다고 언급했는데, 일반적으로 미국 기술주 시장은 혁신기업에 대해 높은 성장 기대를 반영하는 경향이 있어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평가)이 우호적이라는 인식이 있다.

조정 EBITDA는 이자, 법인세, 감가상각, 무형자산상각을 제외한 영업활동 현금창출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일시적 요인이나 비현금 비용을 제거해 핵심 수익성을 평가하기 위해 활용된다. 벤딩 스푼스는 2025년 7억 달러 → 내년 14억 달러로의 점프를 전망하며, 최근 인수한 비메오AOL통합 및 효율화에 따른 효과를 시사했다.

AI 거품 논의는 닷컴 버블의 역사적 교훈과 맞물린다. 2000년대 초반, 실질 수익 모델이 약한 기업들까지 과도한 기대가 반영되며 고평가됐다가 대규모 조정이 발생했다. 페라리 CEO의 발언은 현재 AI 분야에서도 견실한 프로젝트와 과대평가된 벤처가 공존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균형 잡힌 가치평가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규제 완화(deregulation)규제 조화(harmonization)에 대한 그의 견해는 유럽 스타트업 생태계의 숙제를 드러낸다. 먼저 진입장벽과 행정 부담을 낮춰 혁신 속도를 높인 뒤, 남은 규칙을 일원화하자는 구상은, 규제의 총량을 줄인 상태에서의 통일이 더 큰 효용을 낳는다는 논리다.


해설·전망

벤딩 스푼스의 상장 후보지로서 미국 시장 선호는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전형적 경향과 일치한다. AI 관련 매크로 기대가 크지만, 페라리 CEO의 보수적 밸류에이션 인식실적 기초 체력(조정 EBITDA)과 운영 효율(인수 후 통합)을 기반으로 한 성장을 중시하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비메오의 워크플로 자동화AOL의 추천·광고 성과 개선은 단기적으로 비용·수익 구조 개선, 중장기적으로는 제품 경쟁력 강화를 겨냥한 로드맵으로 해석된다.

한편, EU의 단일 규칙 제정 노력에 대한 ‘선의지만 결함’ 평가는, 규제 완화 우선·조화 후행이라는 정책 시퀀스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는 혁신기업 유치와 유럽 내 정착을 위한 경쟁력 확보의 관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상장지로 미국을 고려하는 발언과 함께 유럽 자본시장과 규제 환경이 안고 있는 과제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