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퀴닉스(Equinix)가 인공지능(AI) 시대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차세대 원자력 발전을 활용한 전력 구매·공급 계약을 잇달아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는 핵분열(fission) 방식 전력 구매계약(PPA)과 소형 이동식 원자로(마이크로리액터) 선주문이 모두 포함돼, 세계적인 데이터센터 시장에 새로운 에너지 조달 모델을 제시했다.
2025년 8월 14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퀴닉스는 미국·유럽 차세대 원전 개발사들과 다수의 장기 계약을 맺어 총 1GW(기가와트) 이상의 전력을 확보하게 됐다. 이는 대형 도시 전체를 가동할 수 있는 규모로, 단일 기업이 차세대 원자력으로 이 정도 물량을 한꺼번에 확보한 것은 드문 사례다.
▶ 배경: AI·클라우드 확산이 부른 ‘전력 대전’
최근 생성형 AI, 클라우드 컴퓨팅, 초고속 스트리밍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창고형 데이터센터 한 곳이 중형 도시 전체와 맞먹는 전력을 소비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에너지 폭증은 전력망 부담과 탄소중립 목표를 동시에 위협하며, 글로벌 IT 기업들로 하여금 탄소배출 없는 안정적 전원을 모색하도록 만들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전력 사정이 가장 까다로운 산업으로 꼽힌다. 공급이 끊기는 순간 서비스 전체가 마비되기 때문에, 친환경·저탄소는 물론 24시간 365일 안정이 담보돼야 한다.” — 업계 관계자 코멘트
▶ 차세대 원전, 상용화 전 ‘선점 경쟁’
미국은 데이터센터 허브이지만, 현재 소형모듈원전(SMR)과 마이크로리액터 같은 고도 원전은 아직 상업 가동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에너지부(DOE)는 최근 11개 고도 원자로 실증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이 가운데 3개를 1년 내 가동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이퀴닉스의 계약은 이러한 공적 투자 움직임과 발맞춰, 민간 차원에서 원전 전력에 대한 ‘선점형 베팅’을 가속화한 사례로 해석된다.
▶ 계약 세부 내역
• 미국 캘리포니아의 Oklo Inc.와 500MW 장기 PPA 체결※ 1MW는 가정 약 1,000세대 사용 전력
• 同州 Radiant Nuclear로부터 이동식 마이크로리액터 20기 선주문
• 유럽 차세대 원전 개발사 ULC-Energy, Stellaria와 향후 전력 구매를 위한 옵션 계약 체결
• 실리콘밸리 Bloom Energy와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공급 계약도 병행
▶ 핵심 인물 발언
이퀴닉스 글로벌 운영 담당 부사장 라우프 압델(Raouf Abdel)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이번 계약은 즉각적인 처방이 아니라, 데이터센터의 장기적 전력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고 강조했다.
소형모듈원전(SMR)·마이크로리액터란?
전통적 대형 원전의 출력이 1GW 이상인 반면, SMR은 300MW 이하 규모로 모듈화해 건설 기간·비용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마이크로리액터는 최대 수십 MW 수준으로, 트레일러에 실어 현장 이동이 가능하다. 설계상 수동 냉각·내재적 안전성을 강조하며, ※비전문 독자를 위한 참고 화석연료 대비 탄소배출 제로라는 장점을 지녔다.
▶ 시장·정책적 함의
1) 전력 다변화 –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베이스로드 전원 확보
2) 투자 선점 – 아직 널리 보급되지 않은 고도 원전 기술에 대한 초기 접근으로 기술·가격 우위 확보 가능
3) 규제 촉진 – 민간 수요 증가는 정부 인허가 속도를 앞당길 잠재적 동력이 된다
“AI 인프라 성장은 에너지·기후 전략을 뒤흔드는 변수다. 차세대 원전이 탈탄소·에너지 안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지 주목된다.” — 기자 분석
▶ 향후 과제
그러나 SMR 및 마이크로리액터의 상용화에는 설계 인증, 공급망 구축, 사용후 핵연료 처리 등 여러 단계가 남아 있다. 이퀴닉스의 1GW 확보 계획이 실제 전력 공급으로 이어지려면, 규제 승인·프로토타입 운전·경제성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2030년 전후를 실질 가동 시점으로 전망하지만, 최종 일정은 정책 및 지역 인프라에 따라 변동될 가능성이 크다.
결론
이퀴닉스의 대규모 고도 원자력 계약은 ‘디지털 경제 전력 패러다임’ 변화를 상징한다. 데이터센터 기업이 화석연료·재생에너지 외에 미래 원전까지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며, 에너지·ICT 양 산업 간 융합이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향후 국내외 데이터센터 운영사 및 에너지 정책 당국이 어떤 전략을 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