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로이터발—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의 정치지도부를 겨냥해 카타르 수도 도하를 타격한 가운데, 불과 석 달 전에는 이란이 미국의 보복을 이유로 카타르 내 미군 기지를 공격했다. 잇단 군사 행위는 카타르가 수십 년간 쌓아온 ‘안정적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라는 이미지에 균열을 내며 외교·경제 전략 전반을 흔들고 있다.
2025년 9월 1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카타르가 가자지구 전쟁 중재국으로 나선 이후 더욱 복잡한 중동 역학 관계 속으로 끌려 들어간 결과로 해석된다. 카타르는 전통적으로 미국을 안보 우산으로 삼으면서도 이란‧팔레스타인 세력과 대화 창구를 유지해온 ‘다자 외교’ 전략으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6월 이란의 탄도미사일 일부가 알우데이드(Al-Udeid) 미군 기지 상공에서 격추된 데 이어, 9월 9일 이스라엘 공습이 도하 시내를 강타함으로써 ‘군사적 불가침지대’로 여겨지던 카타르 영공이 두 달 새 두 차례나 뚫렸다. 국방·외교·투자 분야 전문가는 이 같은 반복 패턴이 리스크 프리미엄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한다.
■ 7명 사망, 카타르 보안군도 포함…“예상 밖 기습”
로이터는 카타르 정부 발표를 인용해 이번 이스라엘 공격으로 카타르 내부보안부대 요원 1명, 하마스 대원 5명, 신원 미상 1명 등 최소 7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이란 공격은 예고돼 있었지만, 이번 이스라엘 공습은 기습적이었다”
고 현지 외교 소식통은 전했다.
카타르 인구는 300만 명에 육박하며 이 가운데 90% 이상이 외국인 노동자나 주재원이다. 도하는 2022년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고층 빌딩, 10차선 고속도로, 첨단 지하철망 등 각종 인프라를 조성해 “걸프판 싱가포르”를 표방해왔다.
■ 가스 왕국의 경제 다변화 과제와 미국 투자
탄화수소(석유‧가스) 의존도가 가장 높은 걸프 국가 중 하나인 카타르는 최근 액화천연가스(LNG) 증설 프로젝트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며 산업 포트폴리오를 넓히려 하고 있다. 국영 카타르에너지(QE)는 이란과 공유하는 노스필드(North Field)에서 생산량을 거의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미국 엑슨모빌·코노코필립스는 핵심 파트너로 참여 중이며, 두 회사와 QE가 공동 소유한 골든패스 LNG 수출 터미널(텍사스 사빈패스)도 연내 가동을 앞두고 있다. 2025년 5월 도하를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향후 유사 사태를 철저히 방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또한 국부펀드 카타르투자청(QIA)은 10년간 미국에 5,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공언했으며, 카타르항공은 960억 달러 규모의 보잉 광동체 항공기 160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방위산업 구매 계약도 420억 달러에 달한다.
■ 시장 반응은 ‘평정’…그러나 반복되면 달라진다
네트워크형 리스크 분석사 ‘칼리즈 이코노믹스’의 저스틴 알렉산더 디렉터는 “이란과 이스라엘 모두로부터 공격받은 국가는 카타르가 유일하다”며, “한 번은 우발적 변수로 치부해도 두 번, 세 번 겹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9월 10일 기준, 카타르 국채·CDS(신용부도스와프) 가격에는 이렇다 할 변동이 없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는 다음 날 30~40억 달러 규모 이슬람 채권(수쿠크) 발행을 강행했고, 도하은행은 공격 당일 5억 달러 글로벌 본드를 성공적으로 발행해 금리를 되레 인하했다. 이는 걸프 금융시장이 단기적 군사 리스크에 내성을 키웠음을 시사한다.
■ ‘2017년 단교 사태’의 교훈…위기관리 능력 시험대
카타르는 2017년 사우디·UAE·바레인·이집트 등이 단행한 경제 봉쇄 당시, 화물기 편으로 젖소를 공수해 즉석에서 낙농 산업을 일구는 등 막대한 오일머니를 투입해 위기를 돌파한 전력이 있다. 이번에도 “전면적 비상조치까지는 단계적으로 거리가 있다”는 게 현지 외교가의 관측이다.
하지만, “세 번째 공격이 발생한다면 서방 다국적 기업이 보험료를 높이거나, 고위험군 지역으로 분류해 투자 결정을 미룰 수 있다”고 차텀하우스의 닐 퀼리엄 연구위원은 경고했다. 이미 일부 컨설팅 기업은 도하 사무소에 ‘위기 대응 매뉴얼’ 업데이트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 낯선 용어 해설
• CDS(신용부도스와프): 국가나 기업 채권이 부도 날 경우를 대비해 투자자가 일정 수수료(프리미엄)를 내고 보장받는 보험 성격의 파생상품이다.
• LNG(액화천연가스): 천연가스를 영하 162℃로 냉각해 액체 상태로 만든 연료. 부피가 1/600으로 줄어 장거리 수송에 경제적이다.
• 수쿠크: 이슬람 금융 원칙에 따라 이자를 지급하지 않고 수익을 배당 형태로 분배하는 채권.
카타르 정부와 해외 기업들이 단기적 평정세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연이어 발생한 군사적 사건은 ‘걸프 최안전국’이라는 브랜드 자산에 장기적 음영을 드리울 수 있다. 앞으로 카타르가 중재 외교를 지속하면서도 투자자 신뢰를 유지할 수 있을지, 국제금융·에너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