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런던·도쿄·멕시코시티·빈발(米英日墨露) 금융 허브에서 바라본 이번 주(8월 5일~9일) 글로벌 시장의 핵심 변수를 정리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새로운 관세 공세가 여파를 확산시키는 가운데, 미국 대기업 실적·영국·멕시코 통화정책 회의·석유수출국기구(OPEC+) 증산 논의가 동시에 시장을 시험대에 올릴 전망이다.
2025년 8월 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이번 주를 ‘흐르는 모래 밭(quicksand)’에 비유하고 있다. 자칫 한 걸음 잘못 디디면 곧바로 변동성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예고한 추가 관세와 이에 따른 2·3차 파급효과가 실물·금융 양 측면에서 복합적으로 작용해, 자산 배분과 위험 관리 전략의 재점검이 필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1. 미국 기업 실적과 재차례(再借入·Refinancing) 집중 점검
이번 주 캐터필러(Caterpillar·6일), 월트디즈니(Disney), 맥도날드(McDonald’s·7일) 등 시가총액 상위 블루칩이 잇달아 실적을 공개한다. 세 종목 모두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 구성기업이다. 다우지수는 4월 관세 불안 이후 유일하게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지 못한 주요 지수로 남아 있다. 시장에선 “실적 서프라이즈 또는 낙관적 가이던스가 발표되면 다우가 기록 경신에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가 힘을 얻고 있다.
한편 5일 발표되는 미국 6월 내구재 주문과 6일 예정된 ISM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세계 최대 경제의 체력을 가늠할 주요 지표로 꼽힌다. 같은 주 진행되는 10년물·30년물 미 국채(트레저리) 입찰도 단기물의 강한 수요가 장기물로 확장될지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최근 3개월간 단기물에 쏠린 자금이 장기물로 이동하면 ‘연준(美 연방준비제도) 피벗’에 대한 시장 신뢰가 강화될 것”(월가 채권 중개사)
2. 중국의 ‘완화 속도조절’과 경기 체질개선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은 ‘공급(공장) 주도’에서 ‘소비(가계) 주도’로 전환을 시도 중이다. 8일 무역지표, 10일 소비자·생산자 물가지수가 잇따라 발표돼 정책 난도의 최신 스냅샷을 제공한다. 앞서 7월 말 열린 공산당 정치국 회의에서는 ‘과당 경쟁(가격전쟁) 척결’ 의지를 강조했지만, 구체적 부양책은 제한적이었다. 국내 투자자들이 실망감을 표했으나 대다수 애널리스트는 “경기 선방과 미·중 관세 협상 진전 덕분에 과도한 부양이 필요 없다는 시그널”로 해석한다.
현재 워싱턴·베이징 간 협상은 큰 돌파구 없이 8월 12일 기한 연장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에서 일단 ‘시간 벌기’ 국면으로 평가된다.
3. 영란은행(BoE)의 ‘물가-고용 딜레마’
영국 중앙은행은 8일 통화정책위원회(MPC)를 열어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한 연 4.00%로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시장은 연내 추가 인하 1회, 2026년 1회를 가격에 반영 중이나, 일부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경고등이 켜진 만큼, 이번 주 회의에서 조기 ‘멈춤’을 시사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직전 회의에서 나타난 ‘3인 3색(매파-중도-비둘기파)’ 갈등 구도가 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BoE는 국채 보유 축소(퀀텀 탄소화) 속도가 민간 자금조달비용에 미칠 영향을 점검한 뒤, 9월 중 차기 12개월간 매각 물량을 결정할 예정이다.
4. 멕시코 중앙은행, 완화 모멘텀 유지 여부
멕시코 중앙은행(Banxico)은 8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 낮춘 7.75%로 조정, 3년 만의 최저치를 재차 갱신할 전망이다. 7월 의사록이 ‘추가 완화 선제약속(pre-commitment)’을 담은 만큼 시장은 방향성에 큰 의구심이 없다. 다만 (1) 고질적 물가 압력, (2) 내수 부진, (3) 미국과의 무역 마찰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속도조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7월 31일 “미국 측과 새 관세 유예 및 90일간의 재협상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구체적 합의가 미정인 만큼, 신용시장 가격변수는 변동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5. OPEC+ 증산·러시아 제재 리스크
OPEC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OPEC+는 4일(현지시간) 회의를 열어 9월 산유쿼터를 하루 55만 배럴 증산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시장 컨센서스는 “이번이 연속 증산의 마지막 카드”라는 데 무게를 둔다. 결정 시점이 민감한 이유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s)’ 가능성 때문이다.
2차 제재란 제재 대상국(러시아)과 거래하는 제3국 회사·금융기관까지 제재망에 포함하는 조치를 뜻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7월 29일 “푸틴 대통령에게 10~12일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안을 내놓지 않으면 2차 제재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7월 14일 제시했던 50일 유예기간을 대폭 단축한 셈이다.
원유 수요 전망은 관세 격화와 금리 리스크를 반영하며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국제 리서치사들은 “브렌트유 90달러 상단 레벨에서 상·하방 VIX(변동성) 급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 용어 풀이
- Refinancing(재차례): 기존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새로 자금을 차입하는 행위를 말한다. 기업들은 금리 수준이 낮거나 유동성이 풍부할 때 이를 활용해 이자 비용을 줄인다.
- Secondary Sanctions(2차 제재): 제재 대상국뿐 아니라 해당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 개인·기업·금융기관까지 제재 범위에 포함시켜 제재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 Tariff(관세): 수입품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보호무역의 대표적 수단이다. 부과 시 상대국 수출기업과 자국 소비자 부담이 동시에 증가할 수 있다.
이처럼 다층적 변수들이 뒤얽힌 이번 주는 투자자들에게 “정교한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요구한다. 전문가들은 “단기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현금·단기채 비중을 늘리고, 에너지·방어주 등 상대적 수혜 섹터를 선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