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수출 재개 우려에 국제유가 약세…글로벌 공급 과잉 경고음 커진다

서부텍사스중질유(WTI) 8월물은 18일(현지 시각)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전장 대비 0.30% 하락한 배럴당 66.54달러에 마감했다. 8월물 RBOB 가솔린도 0.78% 밀린 갤런당 2.162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2025년 7월 20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날 유가는 장 초반 달러화 약세유럽연합(EU)의 대러 제재 강화를 재료로 상승 출발했으나, 이라크 정부가 쿠르드 자치정부(KRG)의 이라크-터키 송유관 재가동을 승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낙폭을 키우며 약세로 돌아섰다.

이라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두 번째 생산국이다. 2023년 3월 이후 중단된 북부 쿠르드 지역 수출이 재개되면 하루 23만 배럴(bpd)이 시장에 추가 공급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이미 OPEC+가 8월 1일부터 548,000 bpd 증산을 예고한 상황에서 신규 물량이 덧붙을 경우 공급 과잉(glut)이 심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달러 약세·대러 제재가 한때 가격 지지

반면 장 초반에는 달러 인덱스 하락이 원유를 떠받쳤다. 통상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달러 표시 자산인 원유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여기에 EU가 러시아산 석유 거래를 한층 옥죄며 러시아 은행 20곳의 SWIFT 차단, ‘그림자 선단(shadow fleet)’ 선박 105척 제재, 인도 로스네프트 지분 정유소 블랙리스트 지정 등을 발표해 공급 축소 기대를 키웠다.

특히 그림자 선단은 러시아가 가격 상한제를 우회하기 위해 운용하는 노후 탱커·국적 세탁 선박을 의미한다*. 총 제재 대상 선박은 400척을 넘긴 상태다.


미국 경기 지표 호조…수요 전망은 긍정적

동시에 미국의 경기 모멘텀이 견조하다는 신호도 나왔다. 6월 주택 착공(1.321백만 건, 전월 대비 +4.6%)건축 허가(1.397백만 건, +0.2%)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미시간대 7월 소비자심리지수는 61.8로 5개월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은 견조한 내수·건설 수요가 에너지 소비를 뒷받침할 것으로 보고 있다.


OPEC+ 추가 증산·재고 증가 전망이 눌러

그러나 궁극적으로 유가를 짓누른 것은 공급 과잉 시나리오다. OPEC+는 2년간 이어진 감산을 단계적으로 철회, 2026년 9월까지 총 220만 bpd를 회복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7월에도 411,000 bpd를 늘렸고, 6월 생산량은 1년 반 만에 최고치인 2,810만 bpd를 기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4분기부터 하루 100만 배럴 수준의 재고가 쌓여 2025년 4분기 1.5% 초과 공급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블룸버그는 OPEC+가 9월 증산 이후 ’10월 동결’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요 둔화를 감안해 공급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재고·시추 Rig 동향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7월 11일 주간 원유 재고가 385만 9천 배럴 감소해 3주 만에 첫 감소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휘발유 재고는 339만 9천 배럴, 증류유 재고는 417만 3천 배럴 증가했다. 원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8.0% 낮고, 증류유는 21.1% 부족한 수준이다. 주간 미국 원유 생산은 사상 최고치(2024년 12월 6일 13.631만 bpd)에 근접한 13.375만 bpd로 소폭(-0.1%) 줄었다.

베이커휴즈 자료에 따르면 7월 18일 기준 미국 가동 시추 Rig 수는 전주 대비 2기 감소한 422기로, 3년 9개월 만의 최저치를 경신했다. 2022년 12월 627기 고점 대비 가파른 감소세가 이어진다.


탱커 저장량·해운 지표

해운 분석업체 보텍사(Vortexa)는 7월 11일 기준 7일 이상 정박한 탱커 내 원유가 전주 대비 4.6% 줄어 7,803만 배럴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부유식 저장 감소는 공급 긴축 신호로 해석되며 단기적으로 호재다.


용어풀이 및 시장 영향 평가

RBOB(Reg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는 미국 환경보호국(EPA) 규정에 맞춰 배합된 ‘휘발유 기초 유분’이다. 휘발유 현물 가격 지표로 널리 사용되며 여름철 성분 규제가 엄격하다.
SWIFT는 국제은행 간 금융 메시지 시스템으로, 접근이 차단되면 대외 결제·송금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라크발 공급 재개와 OPEC+ 증산 일정이 맞물리면, 4분기 유가가 다시 60달러선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서울 소재 한 에너지증권사 연구원은 진단했다. 그는 “다만 EU 제재 강화와 미국 경기 탄력 등을 감안할 때 배럴당 60~75달러 구간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본 기사 작성자인 리치 애스플런드는 관련 상품에 이해관계가 없다고 밝혔으며, 본 기사는 정보 제공 목적임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