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북부 수출 재개 가능성에 국제 유가 약세…EU 러시아 제재·미국 경제 지표 호조에도 하락

■ 장 마감 현황

8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티커: CLQ25)은 18일(현지시간) -0.30% 하락한 배럴당 80.08달러전일 대비 -0.2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만기의 RBOB 휘발유(티커: RBQ25) 역시 -0.78% 떨어진 갤런당 2.1657달러-0.0170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2025년 7월 19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날 유가는 장 초반 달러 약세에 힘입어 상승세를 보였으나,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의 원유 수출 재개 가능성이라는 공급 확대 우려가 부각되면서 결국 하락 반전했다.

미국 달러화 가치 약세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 추가 제재가 초기엔 유가를 지지했다. 그러나 이라크 연방정부가 쿠르드 자치정부(KRG)의 이라크-터키 송유관 재개 계획을 승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공급 과잉(글럿·Glut) 우려가 확대돼 매물이 늘었다.


EU, 러시아산 석유 제재 강화

EU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에 대응해 20개 러시아 은행을 국제 결제망 SWIFT에서 추가 차단했다. 또한 러시아가 우회 수출에 활용해온 105척의 ‘그늘 선단(shadow fleet)’을 제재 리스트에 올려 총 400척 이상이 봉쇄 대상이 됐다. 러시아 국영 로스네프트(Rosneft PJSC)가 지분을 보유한 인도 내 대형 정유시설 역시 신규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

EU 조치는 글로벌 공급 타이트닝 요인이지만, 이라크발 증산 이슈가 더 큰 비중으로 인식되면서 이날 시장 심리를 눌렀다. 현재 쿠르드 지역은 수출 재개 시 하루 평균 23만 배럴을 추가로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라크는 OPEC 2위 산유국으로, 본 계획이 실행되면 공급 압력이 즉각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 경제 지표 ‘깜짝’ 호조

미 상무부에 따르면 6월 주택 착공 건수는 전월 대비 4.6% 증가한 132만1,000건으로 시장 예상(130만 건)을 웃돌았다. 같은 달 건축 허가는 0.2% 늘어난 139만7,000건을 기록해 감소 전망(-0.5%)을 뒤집었다. 미시간대 7월 소비자심리지수도 61.8로 5개월 만의 최고치를 나타냈다. 견조한 내수는 에너지 수요를 지지하지만, 이날은 공급 이슈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OPEC+ 증산 기조와 시장 우려

지난 7월 5일 OPEC+는 8월 1일부터 일일 54만8,000배럴 증산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예상치(41만1,000배럴)를 웃도는 규모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과잉 생산국 징계“를 언급하며 향후 유사 규모 추가 증산 가능성을 시사했다. 결과적으로 2026년 9월까지 총 220만 배럴의 감산을 되돌리는 로드맵이 가동 중이다.

다만 블룸버그는 “OPEC+가 10월부터 증산 중단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재고가 하루 100만 배럴씩 쌓이고 있으며, 2025년 4분기에는 1.5% 공급 과잉에 직면할 것으로 경고했다.


재고·시추·해상 저장 동향

시장 정보업체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7월 11일 주간 기준, 해상에 7일 이상 정박한 원유 재고는 7,803만 배럴로 전주 대비 4.6% 감소했다. 같은 주 EIA(미 에너지정보청) 주간 보고서에서는 미국 원유 재고가 385만9,000배럴 감소해 3주 만에 첫 감소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휘발유와 중간유(디스틸레이트) 재고는 각각 339만9,000배럴, 417만3,000배럴 늘었다.

미국 원유 생산은 주간 기준 1,337만5,000배럴로, 지난해 12월 초 기록한 사상 최고치(1,363만1,000배럴)보다 소폭 낮다. 베이커휴즈 집계에 따르면 7월 18일 기준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기는 422기로, 3.75년 만의 최저치다. 2022년 12월 고점(627기) 대비 205기나 줄었다.


용어 풀이 및 추가 설명

RBOB(R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은 미 환경보호국(EPA) 기준에 맞추기 위해 산소 첨가제를 섞기 전 상태의 휘발유 기초유를 말한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휘발유 선물 벤치마크로 활용된다.

OPE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 회원국과 러시아·카자흐스탄 등 10개 비(非)OPEC 산유국의 협의체다. 글로벌 공급 조절을 위해 2016년부터 공동 감산·증산 결정을 내리고 있다.

SWIFT는 전 세계 200여 개국 금융기관이 사용하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 결제망이다. 제재 대상 은행은 달러·유로 결제에서 사실상 배제된다.


전문가 시각·국내 시사점

국제 유가가 단기적으로 박스권 하단을 테스트할 가능성이 크다. WTI 78~82달러 구간에서 수급 불균형에 따른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정유·화학 업계는 원가 부담 완화 요인을 얻을 수 있으나, 휘발유 및 디젤 마진 축소 가능성에도 유의해야 한다. 특히, 이라크·사우디가 주도하는 증산 경쟁이 심화되면 하반기 국제 유가 중기 전망은 약세 쪽으로 기울 수 있다.

반면, 미국 경기 지표가 개선세를 유지하고 중국의 부양책이 구체화될 경우, 하방 경직성이 생기면서 랠리 재개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국내 수입업체는 이라크 북부 파이프라인 재가동 시점과 OPEC+ 회의 결과를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본 단락은 기자의 시장 해석이며 투자 조언이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