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드론 공격·미국 경제 지표 호조에 국제유가 급등

국제유가가 공급 차질과 미국 경기 지표 호조에 힘입어 강세를 이어갔다. 1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025년 8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장 대비 1.16달러(1.75%) 오른 배럴당 67.37달러에 마감했다. 같은 달물 RBOB 휘발유 선물도 0.0264달러(1.23%) 상승한 갤런당 2.1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25년 7월 18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 북부 쿠르드자치지역 유전이 드론 공격을 받아 하루 20만 배럴 가까운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이 이번 상승세의 직접적 촉매로 작용했다. 여기에 미국의 고용·소비 지표가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에너지 수요 전망이 강화된 점도 추가 상승 요인으로 분석된다.

반면 같은 날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DXY 달러 인덱스가 3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강세를 보인 점은 가격 상단을 제한했다. 일반적으로 달러 강세는 달러 표시 원유의 상대 가격을 높여 수요를 제약하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 공급 불안: 쿠르드 유전 20만 배럴 생산 차질

이라크 석유부는 “드론 공격으로 쿠르드 자치지역의 다수 유전 설비가 손상돼 일일 원유 생산이 약 20만 배럴 감소했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은 지난해 3월부터 터키 지중해 제이한(Ceyhan)항으로 연결되는 이라크-터키 원유 파이프라인 가동이 중단된 상태였으나, 최근 이라크 중앙정부와 쿠르드 지역정부(KRG)가 재가동 계획에 합의했다.

전문가들은 “가동이 재개되더라도 물리적 피해 복구에 시간이 걸릴 수 있어 단기적으로 글로벌 원유 시장의 타이트함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라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 회원국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2위 생산국이다.


■ 수요 호조: 미국 지표 깜짝 개선

미 노동부가 발표한 주간 실업수당 신규 청구건수는 전주 대비 7,000건 줄어든 22만1,000건으로, 3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23만3,000건)를 크게 밑돌면서 노동시장 강세를 재확인시켰다.

같은 날 미 상무부는 6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6%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컨센서스(0.1%)를 6배 웃돈 수치다. 필라델피아 연은이 집계하는 7월 제조업지수(필라델피아 연은 지수)도 15.9를 기록, 5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전월 -4.0 → 15.9).

“소비·제조업 모두 ‘경기 연착륙’ 시나리오를 지지하고 있어 에너지 수요 전망을 밝게 한다”고 뉴욕 소재 에너지컨설팅업체 에너지애스펙츠는 평가했다.


■ OPEC+ 증산 시나리오와 불확실성

OPEC+ 산유국 연합은 8월 1일부터 하루 54만8,000배럴 추가 증산에 합의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41만1,000배럴)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생산 쿼터를 지키지 않는 회원국에 경고하기 위해 추가 증산 카드를 검토 중”이라며 카자흐스탄·이라크 등을 지목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지난주 “OPEC+가 9월 증산 이후 10월부터는 추가 증산 중단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하반기 수요 둔화로 재고가 하루 100만 배럴씩 불어날 경우 2025년 4분기에는 글로벌 원유 소비의 1.5%에 해당하는 초과 공급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재고·생산·시추 현황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7월 11일 주간 기준 미 원유 재고는 385만9,000배럴 감소해 3주 만에 첫 감소를 기록했다. 다만 휘발유 재고와 중간유(디스틸레이트) 재고는 각각 339만9,000배럴, 417만3,000배럴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 주간 원유 생산은 하루 1,337만5,000배럴로 전주 대비 0.1% 줄었다. 이는 지난해 12월 첫째 주 기록한 사상 최고치(1,363만1,000배럴)에 근접한 수준이다. 베이커휴스가 집계한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 장비 수는 424개로, 3.75년 만의 최저치를 재차 경신했다(2022년 12월 고점 627개 대비 급감).


■ 시장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 설명

WTI(West Texas Intermediate)는 미국 텍사스 서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경질유로,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대표적 원유 벤치마크다.

RBOB(Regular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는 미국 동부·중부 지역 휘발유 가격 결정에 사용되는 선물 상품으로, 에탄올 혼합 전 기초 휘발유를 의미한다.

DXY 달러 인덱스는 유로·엔·파운드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미 달러 가치를 지수화한 것으로, 달러 강세는 달러 표시 원자재인 원유 가격에 하방 압력을 가하는 경향이 있다.

bpd(Barrels Per Day)는 일일 배럴 단위 산출량을 뜻하며, 1배럴은 약 159리터다.

OPEC+는 13개 OPEC 회원국과 러시아·카자흐스탄 등 10개 산유국이 참여하는 협의체로, 전 세계 원유 생산·가격 통제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 전문적 시각과 전망

현재 시장에서는 공급 차질(이라크)과 수요 회복(미국)이 동시에 나타나 유가 상·하방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단기적으로는 쿠르드 유전 피해 복구 속도와 OPEC+ 증산 여부가, 중기적으로는 미국·중국 경기 모멘텀이 가격 방향성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특히 OPEC+가 10월부터 증산 중단을 공식화할 경우, 계절적 원유 수요가 둔화되는 어깨 시즌(shoulder season)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배럴당 70달러선을 지지할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미국 달러 강세가 장기화될 경우 비달러 지역의 구매력 하락으로 수요 둔화 우려가 재부상할 여지도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책 불확실성 속에서 일일·주간 재고·생산 데이터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실시간 물동량 데이터(Vortexa, Kpler 등)와 항만 출하량 추이를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WTI 선물 가격 차트

달러 인덱스 차트